[그해의 날들] 국내 첫 '니코틴 살인사건' 판결…여전히 풀리지 않는 점은?

김동현 2024. 9. 7.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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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동현 기자] 7년 전인 2017년 9월 7일. 국내에서 최초로 니코틴을 이용해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살인자 일당에 대한 선고가 내려졌다. 의정부지방법원 형사11부는 이날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 송모 씨와 40대 남성 황모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송 씨는 지난 2016년 4월 22일.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50대 남편 오모 씨에게 니코틴 원액을 주입해 그를 살해했다. 오 씨는 이날 외식 후 귀가해 맥주 한 잔을 마신 뒤 수면제를 먹고 잠들었다가 영원히 깨어나지 못했다.

'남양주 니코틴 살인사건' 범인 송 모씨(왼쪽)와 그의 남편이자 피해자인 오 모씨. [사진=연합뉴스 TV 화면 캡처]

당시 외부 침입이나 외상 흔적은 없었으며 오 씨는 생전 감기조차 잘 걸리지 않는 건강 체질이었다. 이에 명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시신 부검이 진행됐다. 이때 송 씨는 오 씨의 부검을 완강히 거부했기 때문에 시신 발견 약 60시간이 지나서야 부검이 이뤄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검사 결과 오 씨의 사망원인은 '니코틴 중독'이라는 최종 판정이 나왔다.

하지만 오 씨는 살아생전 담배를 입에도 대지 않는 사람이었다. 애당초 국과수가 추정한 사망 당시 오 씨의 혈중 니코틴 농도인 ℓ당 7.58㎎은 일평생 담배를 피운 사람에게서도 나올 수 없는 수치였다.

본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사진=뉴시스]

이후에도 의문점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우선 아내인 송 씨는 건강하던 남편이 갑자기 숨졌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한 것은 '3일장 발인' 검색과 장례 절차 문의였다.

또한 그는 오 씨 사망 직후 오 씨 회사에 사망소식을 전혀 알리지 않았고 빈소조차 제대로 차리지 않아 이렇다 할 장례도 치르지 않았다. 시신을 인도받은 그해 4월 25일에는 곧바로 화장을 진행했다. 이 같은 날치기 장례에도 오 씨의 유족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아 의문을 제기할 사람도 딱히 없었다.

가장 결정적인 의문점은 세 번째였다. 송 씨는 오 씨 사망 이후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재산에 대한 상속절차를 밟았다. 그는 오 씨 사망 이후 남편 명의 부동산을 팔아 10억원의 재산을 챙겼으며 차량 상속받고 금융 계좌를 해지해 2억2000만원의 예금을 받아 갔다.

또 오 씨 직장에 찾아가 남편의 퇴직금도 받았으며 오 씨 명의로 가입된 보험도 전부 해지하고 금액을 타갔는데 이 모든 것이 남편 사망 이후 약 3주 만에 일어난 일이다.

'남양주 니코틴 살인사건' 범인 송 모씨. [사진=연합뉴스 TV 화면 캡처]

그리고 이 과정에서 황 씨가 항상 송 씨와 함께했던 것이 드러났다. 경찰은 통화내역과 계좌 추적 등을 통해 황 씨와 송 씨가 내연관계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황 씨는 일정한 수입 없이 마카오 등에서 도박 빚을 진 신용 불량자였다.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은 황 씨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 했고 황 씨가 오 씨 사망 5일 전 인터넷에 '니코틴 살인방법' '장례절차' '니코틴 치사량' 등을 검색한 사실을 알아냈다. 또한 사건 발생 2주 전, 황 씨가 순도 99%짜리 니코틴 20㎎을 주문해 송 씨 집으로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조사 결과 이들은 송 씨가 중국 마카오를 여행하던 당시 알게 돼 불륜관계가 됐다. 송 씨는 오 씨와는 주말 부부를, 황 씨와는 주중부부로 지내면서 오 씨의 재산을 빼돌리기 위해 황 씨와 공모해 오 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들은 범행을 준비하는 과정, 범행 이후 경찰 포위망이 좁혀졌을 때, 보안을 위해 '텔레그램'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결국 이들은 2016년 9월 29일 살인, 사기, 사기 미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다만 검찰은 송 씨가 오 씨에게 어떻게 니코틴을 주입했는지를 밝히지 못한 채 이들을 법정에 세웠다. 이에 법조계 일부에서는 '무죄 확률 50%'라는 말까지 나돌았으며 범인들도 "니코틴으로 살해했다는 증거가 없고 단지 니코틴을 구입했다는 사실만 있을 뿐"이라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1심 판결은 유죄 인정과 무기징역이었다.

하지만 1심 판결은 유죄 인정과 무기징역이었다. 사진은 의정부지법. [사진=뉴시스]

재판부는 "형사재판에 있어 유죄의 인정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야 하고 이 정도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의심이 간다고 해도 피고인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심증이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해 형성돼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법칙과 논리 법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한 간접증거에 의해 형성되어도 되는 것이며, 간접증거 하나하나를 상호 관련하에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단독으로는 가지지 못하는 증명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에 의하여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살인죄에 있어 사건이 살해 의사를 가진 피고인에 의해 발생했다는 점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면 범행의 일시, 장소, 방법 등은 범죄의 구성요건이 아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명확히 인정할 수 없어도 개괄적으로 설시해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법원은 "살인죄에 있어 사건이 살해 의사를 가진 피고인에 의해 발생했다는 점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면 범행의 일시, 장소, 방법 등은 범죄의 구성요건이 아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명확히 인정할 수 없어도 개괄적으로 설시해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본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사진=Pexels]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 송 씨는 반성은커녕 결정적 증거가 제시될 때마다 진술을 바꾸어가며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황 씨는 수사기관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앞뒤가 맞지 않는 임기응변식의 변명으로 일관할 뿐, 자신이 저지른 범행에 대하여 일말의 후회나 반성의 태도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함으로써 이 사건 살인범행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묻는 한편, 소중한 생명을 잃은 피해자에게 평생 참회하고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단한다"고 첨언했다.

이 같은 판단 이후 살인자 일당은 "간접 증거에 의한 막연한 추측만으로 유죄를 인정했다"며 판결에 불복,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된다"며 피고인 측 항소를 기각했다.

범인들은 대법원 상고와 재심 청구까지 하는 등 끈질기게 무죄를 주장했으나 두 번의 시도 모두 기각당했다. 사진은 대법원 전경. [사진=뉴시스]

범인들은 대법원 상고와 재심 청구까지 하는 등 끈질기게 무죄를 주장했으나 두 번의 시도 모두 기각당하며 형이 최종확정돼 현재까지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김동현 기자(rlaehd365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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