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 육수에 자작자작 양념장, 아는 사람만 아는 인생냉면집

2024. 9. 7.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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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의 ‘SNS시대 노포’
사진 1
SNS에서 가장 얄미운 글 중 하나가 ‘나만 알고 싶은 맛집’이다. 맛에 대한 온갖 묘사와 사진으로 잔뜩 사람을 홀려놓고는 어디인지 알려주지 않다니. 얼마 전 음식 모임에서 처음 만난 사람의 단골집 이야기를 듣다가 더 이상 가르쳐주지 않고 입을 다물기에 지금 당장 따라가야겠다는 촉이 왔다.

얼마 후 도착한 혜화역 뒷골목. 허름한 간판에 쓰인 식당명은 ‘본가칡냉면’(사진1). 주인장 노부부가 함께 운영하는데 남편은 주방을, 아내는 홀을 담당한다.

요즘 보기 드문 칡냉면에 좌식형 식당이라니. 1995년부터 운영해온 곳이라는데 검색해보니 단골들의 후기가 참 정성스럽다. “인생냉면집이에요” “태어나서 먹은 냉면 중 이 집이 최고” 같은 후기를 보니 이 식당의 어떤 점이 이런 종교적인 단골들을 만드는지 궁금했다.

사진 2
메뉴는 물냉면, 비빔냉면, 물만두, 사리 단 4가지.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살얼음 육수가 가득한 물냉면(사진2)과 비빔냉면 모두에 들어 있는 양념장이다. 한 후기에 의하면 맵고 자극적인 다른 식당의 양념장과는 달리 이곳 양념장은 “육수가 자작하게 있어 뻑뻑하지 않고 특히 양념의 감칠맛이 일품”이다. 단골들이 써놓은 꿀팁대로 처음에는 비벼먹다가 함께 나온 육수를 부어 마무리하니 양념장까지 금세 ‘완냉’할 수 있었다.

또 다른 매력 요소들은 너무나 쫄깃한 면, 아삭아삭 씹히는 담백한 무절임, 그리고 육즙 가득한 배였다. 길잡이에 따르면 이 집은 온갖 좋은 재료를 쓰면서도 마케팅을 전혀 하지 않는다. “여기 계란은 왜 이렇게 알이 작고 부드럽죠?” 물었더니 그제서야 유정란이라고 알려줬다고. 국산 고춧가루를 비롯해 모든 식자재를 30년 간 한 곳에서 갖다 썼으면 벽에다 좀 크게 써붙이고 가격을 더 올려도 될 텐데 왜 안 하는 걸까. 식당에 나올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주인장 부부는 식당 규모도 직원을 쓰지 않아도 되는 딱 지금만큼만 고집한다.

“매장도 너무 깨끗하고 끈적이는 거 1도 없어서 인상 깊었습니다”라는 후기가 나올 정도로 “청결 및 위생은 사장님이 자부”한다. “아는 사람만 아는 맛집임”이라는 짧은 후기가 단골들의 마음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서울대병원 근처 “직장인 맛집”이라 점심 때는 웨이팅이 있을 수도 있다. 물냉면과 비빔냉면은 1만원, 물만두와 사리는 4000원. 겨울에는 바지락 칼국수와 떡만두국도 팔고, 보리밥을 서비스한다.

이민영 여행·미식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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