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금수저’ 페굴라, 테니스 여왕 노린다
나이 서른, 프로 데뷔 15년 만에 테니스 메이저(그랜드슬램) 대회 우승 기회를 잡았다. “올 초에 내가 US 오픈 결승에 나갈 거라는 소리를 들었다면 엄청 웃었을 거예요. 전혀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제시카 페굴라(30·미국)는 결승 진출을 결정지은 뒤 “어려서부터 원하던 일이었다.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여러분은 모를 것”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6일 미국 뉴욕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여자 단식 준결승. 페굴라(세계 6위)는 카롤리나 무호바(52위·체코)에게 2대1(1-6 6-4 6-2)로 역전승하며 결승에 올랐다.
뉴욕주 버펄로 태생으로 2009년 프로에 데뷔한 페굴라는 21살이었던 2015년 US 오픈 1라운드에서 메이저 대회 단식 첫 승리를 거뒀다. 작년까지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은 8강(5번)이었다. 하지만 페굴라는 이번에 준준결승에서 세계 1위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를 2대0으로 이기며 첫 메이저 4강을 일구더니, 준결승에서도 강호 무호바를 잡았다. 무호바(28)는 오른 부상 탓에 손목 수술을 받고 10개월가량 공백기를 가진 뒤 6월에 코트 복귀를 했다. 세계 8위였던 랭킹이 50위권으로 떨어졌지만, 작년 프랑스 오픈에서 준우승했던 강자다.
이날 페굴라는 1세트를 1-6으로 내주고, 2세트도 0-2까지 끌려갔다. 경기가 풀리지 않자 1세트 도중 라켓을 바꾸는 등 초조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자국 팬들 응원을 받으면서 강한 서브와 스트로크가 살아났다. “아드레날린이 나오고, 다리가 움직였다”고 했다. 역전극을 쓴 페굴라는 “초반엔 (내 경기력이) 너무 부끄러워 울고 싶었다. 2세트 후반부터 내가 원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호바는 지난달 신시내티 오픈 2회전에서 페굴라와 만나 1세트를 잡은 뒤 2·3세트를 내줘 역전패했다. US 오픈에선 1회전부터 8강까지 5경기 연속 무실 세트 승리를 거뒀으나 결국 체력에 문제를 보이며 페굴라에게 또 역전패했다.
페굴라는 8일 오전 5시(한국 시각) 같은 장소에서 아리나 사발렌카(2위·벨라루스)와 우승을 다툰다. 사발렌카는 4강전에서 에마 나바로(12위·미국)를 2대0(6-3 7-6<7-2>)으로 제압했다. 사발렌카는 작년 이 대회 준우승자. 하드 코트에서 벌어지는 호주 오픈을 두 번(2023년, 2024년) 제패했다. 다른 메이저 대회 우승 경험은 없다. 사발렌카는 지난달 신시내티 오픈 결승에서 페굴라를 2대0(6-3 7-5)으로 꺾고 우승하는 등 상대 전적에서 5승 2패로 앞선다. 신시내티 오픈도 하드 코트에서 치러졌다. 통산 상금은 사발렌카가 2476만달러(약 329억원·역대 14위), 페굴라가 1430만달러(약 190억원·역대 42위)다.
페굴라는 자신을 ‘하프 코리안’이라 부른다. 어머니(킴 페굴라)가 한국 태생이다. 킴은 1969년 서울 노량진 한 파출소 앞에 버려졌고, 보육원 생활을 하다 1974년 미국 가정에 입양됐다. 페굴라가 2019년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오픈에 출전했을 때 동행하며 45년 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페굴라는 작년 코리아오픈 정상에 올랐고, 올해도 한국을 찾아 14일 개막하는 코리아오픈에 출전할 예정이다.
페굴라 부모는 10조원대 자산가로 알려져 있다. 아버지 테리 페굴라가 천연가스, 부동산,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재산을 일궜고, 현재 뉴욕주 버펄로에 연고를 둔 NFL(미 프로풋볼), NHL(북미 아이스하키리그)팀을 비롯해 여러 스포츠 구단을 소유하고 있다. 아버지는 딸의 4강전을 보러 6일 경기장을 찾았다. 어머니는 작년 6월 심장 이상으로 쓰러진 뒤 아직 거동이 불편한 상태라고 알려졌다.
페굴라는 작년 US 오픈 혼합 복식에서 오스틴 크라이첵(미국)과 호흡을 맞춰 준우승을 했다. 그는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고 안방에서 타이틀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정말 완벽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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