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 찾은 교황 “종교에 의한 폭력 막자”

김나영 기자 2024. 9. 7.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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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인도네시아 방문… 미사에 현지 신도 10만명 참석
5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한 대형 경기장에 도착해 인니 국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곳에서 교황이 집전한 야외 미사에는 약 10만명의 신도들이 참석했다. /AFP 연합뉴스

아시아·오세아니아 4국 순방에 나선 프란치스코(88) 교황이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이슬람교 고위 지도자를 만나고, 종교를 앞세운 폭력에 맞서자고 함께 호소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약 2억8000만명 가운데 90% 정도가 무슬림(이슬람교 신자)이다. 가톨릭은 전체 인구의 약 3% 수준이지만 신자 수는 860만여 명에 달해 필리핀·중국에 이어 아시아에서 셋째로 많다.

CNN과 바티칸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교황은 지난 5일 오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있는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 이스티크랄 모스크(이슬람교 예배당)를 찾아 나사루딘 우마르 대(大)이맘을 만났다. 아랍어로 ‘이끄는 자’를 뜻하는 이맘은 이슬람 교단의 지도자를 가리키는 호칭이다. 이 자리에서 두 종교 지도자는 이스티크랄 선언문에 서명했다. 폭력을 정당화하는 데 종교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선언문에는 “종교를 도구화해 많은 이들, 특히 약자들에게 고통을 주는 일이 우려스럽다”며 “종교의 역할에는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이스티크랄 모스크를 방문한 프란치스코(오른쪽) 교황이 나사루딘 우마르 대(大)이맘의 손등에 입을 맞추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인 동시에 가톨릭 신자도 아시아에서 셋째로 많은 곳이다. 교황과 이맘은 종교의 이름을 앞세운 폭력에 맞서자고 함께 호소했다. /EPA 연합뉴스

또 “인간의 자연 착취가 지구온난화, 종잡을 수 없는 기상 패턴과 같은 다양한 파괴적 결과를 초래했다”며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행동을 촉구하기도 했다. 1만7000여 개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 국가 인도네시아는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 일부가 물에 잠기는 등 기후 위기에 특히 취약한 상황에 처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마르 대이맘과 함께 이스티크랄 모스크와 맞은편 자카르타 대성당을 잇는 지하 통로도 둘러봤다. ‘우정의 터널’로 불리며 인도네시아의 종교 화합을 상징하는 장소다.

5일 인니 자카르타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의 미사에서 한 가톨릭 신자가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교황은 이어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경기장에서 대규모 야외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이 경기장에 도착하자 기다리던 신도들이 일제히 전용차를 향해 환호를 보냈다. 이에 교황도 손을 흔들어 화답했고 한 아이를 축복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당국이 당초 예상한 6만명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일부는 경기장 밖에서 스크린을 통해 미사에 참여했다. 이날 미사에 참여한 신도는 약 10만명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경기장을 가득 채운 신도들에게 “꿈을 꾸고 평화의 문명을 건설하는 데 지치지 말자”며 “사랑의 씨앗을 뿌리고 당당히 대화의 길을 걸으며 계속해서 선과 친절을 베풀고 화합과 평화의 건설자가 되자”고 당부했다.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진행된 미사 시간 일부가 이슬람 기도 시간과 겹치자, 인도네시아 종교부는 방송국들이 내보내는 기도 방송을 자막으로 대체할 것을 권고해 미사를 배려했다.

교황은 사흘간 인도네시아에 머물며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회담하고,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난민을 만나는 등 일정을 소화한 뒤 6일 두 번째 순방국인 파푸아뉴기니로 향했다. 이후 동티모르와 싱가포르 등을 거쳐 13일 바티칸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2013년 즉위 이후 45번째인 이번 해외 사목 방문은 기간(12일)과 이동 거리(3만2814㎞)에서 모두 역대 최장을 기록했다. 고령의 교황이 최근 무릎 건강 악화로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등 건강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지만,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의 건강은 양호하며 특별히 의학적 예방 조치를 취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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