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어린 사육사의 용기로… 내 친구 ‘실라’를 지켜냈어요
우리는 언제나 함께일 거야
엘란 랭킨 글·그림 | 심현희 옮김 | 피카주니어 | 36쪽 | 1만5000원
커다란 기계가 하늘을 날았다. ‘콰콰쾅!’ 굉음과 함께 땅이 흔들렸다. 붉은 불꽃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대체 무슨 일이야? 저 소리는 뭐지?’ 짙은 연기, 매캐한 냄새…. 아기 코끼리 실라는 폭음에 귀가 아프고 불안해 울어댔다. 사육사 언니가 실라를 꼭 껴안고 쓰다듬으며 말했다. “괜찮아. 내가 곁에 있을게. 있지, 실라.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은 영국 전역을 무차별 폭격했다. 실라가 살던 동물원이 있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도 1941년 봄 ‘벨파스트 대공습’으로 불리는 폭격이 휩쓸었다. 1000여 명이 죽고 건물 약 5만 채가 부서졌다. 정부는 동물원의 덩치가 크거나 사나운 동물 33마리를 죽이라고 명령했다. 폭격으로 우리가 부서져 동물이 탈출하면 시민들에게 피해를 끼칠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막내 사육사 데니즈는 동물원에 하나뿐인 코끼리 실라가 걱정됐다. 먹이고 씻기며 동생처럼 돌본 아기 코끼리. 모두가 퇴근한 뒤면 데니즈는 몰래몰래 사람들을 피해 코끼리 실라를 집에 데려갔다가, 아침마다 살금살금 다시 동물원에 데려갔다. 실라가 이웃집 강아지를 뒤쫓다 울타리를 부숴 이 사실이 알려지기 전까지.
2009년 개원 75주년을 맞은 벨파스트 동물원에서 발견된 사진 한 장을 통해 알려진 실화. 가정집 뒤뜰에서 아기 코끼리를 돌보는 여성의 사진을 보고, 동물원은 그 주인공을 찾는 캠페인을 벌였다. 여성의 이름은 데니즈 웨스턴 오스틴(1925~1997). 벨파스트 동물원 최초의 여성 사육사 중 한 명이었다. 이 이야기는 실화에 기반해 각색한 영화 ‘동물원(Zoo·2017)’으로도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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