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금 수익률 제고 방안 빠진 연금 개혁은 반쪽

조선일보 2024. 9. 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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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연 4.5% 수준인 현재의 기금 운용 장기 수익률을 1%포인트 이상 높이겠다고 했다. 수익률을 1%포인트 올리면 보험료율을 2%포인트 올리는 것과 맞먹는 효과가 있다. 기금 소진 시점을 늦추는 개혁엔 기금 운용 수익률 제고 방안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국민연금은 현재 1100조원을 넘어 일본 공적 연금(약 2188조원), 노르웨이 국부 펀드(약 1993조원)에 이어 세계 3대 연기금이 됐다. 올 들어 6월 말 기준 9.71%의 수익률로 선방했지만 기복이 심한 편이다. 지난 10년 평균은 4.99%였다. 같은 기간 캐나다 연기금은 9.58%에 달한다. 캐나다 연기금은 해외 투자 비율이 80%가 넘고 대체 투자 비율이 전체 자산의 50%가 넘는 등 글로벌 분산 투자를 잘하고 있다. 네덜란드 연기금도 해외와 대체 투자에 각각 95%, 32.5%를 집행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51.5%, 15.9%에 그치고 있다. 이 비율을 높이려면 다국적 최고 전문가를 영입해 전문성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현재의 기금운용본부 체제로는 이런 전문가 영입과 전문적인 투자가 쉽지 않다. 현재 기금운용본부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 적용을 받는데 이런 처우로는 해외·대체 투자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설상가상으로 정치 논리에 휩쓸려 1100조원을 굴리는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하면서 국내 금융 전문가들을 충원하는 것도 더 어려워졌다. 기금운용본부 정원을 다 채운 적이 없을 정도다. 심지어 자산 배분 등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대부분이 금융 비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기금운용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고, 정부 측 위원이 5명 참여한다. 나머지 14명 중에 사용자 대표 3명, 근로자 3명, 지역가입자 대표 6명 등으로 금융 비전문가들이다.

국민연금의 가장 중요한 운용 원칙은 수익성이다.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금운용본부의 지배 구조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 기금운용본부를 한국투자공사(KIC)처럼 별도 기구화하고 운용 수익률을 높이는 데만 주력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수익률 제고 방안이 빠진 연금 개혁은 반쪽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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