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의 민감(敏感) 중국어] 새로운 소비 핑티

신경진 2024. 9. 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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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중저가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유니클로의 중화권 매출이 크게 줄었다. 지난 3~5월 회계분기 매출이 지난 분기 대비 10.4% 감소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4.29% 증가에 그쳤다. 1년 전 증가율 49.38%의 10분의 1 수준이다. 모기업인 패스트 리테일링 그룹은 마케팅 전략 바꾸기에 분주하다.

판닝(潘寧) 유니클로 대중화(大中華)지역 대표는 매출이 고꾸라진 원인으로 ‘핑티(平替)’를 꼽았다. 핑티는 핑자티다이(平價替代), 즉 “싼 가격으로 대체한다”의 줄임말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유명 브랜드와 원료와 품질이 같거나 거의 차이가 없는 대체소비를 말한다. 판닝 대표는 “중국 젊은 세대의 가성비 소비가 두드러졌다”며 “중국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 바뀌었다”고 했다. “브랜드 제품 대신 품질 차이가 크지 않으면서 보다 실용적인 제품을 찾는다”며 변화를 예고했다.

유니클로 창업자인 야나이 다다시(柳井正·75) 회장은 “고객이 서점에서 잡지를 사듯 쉽게 좋은 품질의 저렴한 캐주얼 의류를 살 수 있게 하자”를 경영이념으로 내세웠다. 지난해 중화권 매출이 전년 대비 15.2% 상승하자 유니클로 차이나의 직원 임금을 44% 인상했다.

중국에서 유니클로는 ‘좋은 옷 창고’란 뜻의 유이쿠(優衣庫)로 불린다. 실은 유니클로야말로 ‘핑티’ 소비의 대표 브랜드였다. 그랬던 유니클로마저 매출이 꺾이자 “핑티가 핑티당했다”는 중국 경제지 보도가 쏟아졌다. 알리바바 계열의 공장 직판 플랫폼인 1688에 “유니클로와 같은 공장(工廠同源)”을 검색하면 수많은 유니클로의 핑티 제품이 검색된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샤오훙수(小紅書)에서 핑티 관련 트래픽이 10억 건을 넘어섰다는 보도도 나왔다. 블룸버그도 핑티 소비를 조명했다. 명품 프라다의 수백만원 대 코트와 똑같은 이탈리아 원단을 사용한 중국 의류업체 칙작(Chicjoc)의 헤링본 코트가 3200위안(60만원)에 불티나게 팔린다.

핑티는 과거 짝퉁이나 가품과 다르다. 중국 젊은 층의 새롭고 합리적인 소비 트랜드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핑티의 굴기는 사치품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 중산층이 그동안 외면했던 자국산 브랜드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유니클로, 아디다스 등 중급 브랜드까지 위기에 빠뜨렸다. 품질과 가성비로 무장한 핑티 제품은 알리·테무·쉐인 플랫폼을 이용해 글로벌 공습도 시작했다. 중국시장 공략과 한국시장 보호, 어느 것 하나 호락호락한 게 없다.

신경진 베이징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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