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키워드] 계엄령

김홍준 2024. 9. 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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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지우펀(九份)은 지금 휘황찬란한 관광지다. 하지만 영화 ‘비정성시’ 속에서는 온통 음울한 잿빛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1950~60년대 대만은 계엄 상태였다. 중국 국민당을 비롯해 일본 패전 이후 대만으로 건너온 외성인과 이전부터 살고 있던 본성인의 갈등이 빚은 2·28사건 직후 1949년에 선포된 뒤 무려 38년이나 지속했다. 세계 최장 전국 계엄령이었다. 역사가들은 ‘계엄시대’로 부르기도 한다.

대만과 ‘일제강점기’ ‘냉전체제 최전방’이라는 현대사를 공유하는 한국도 비상계엄의 시기가 있었다. 대만보다는 짧게, 하지만 여러 번이었다. 1948년 여수·순천 지역 계엄령부터, 1980년 5월 17일 전국으로 확대된 ‘12·12 쿠데타 신군부 계엄령’까지 열 차례였다. 담배나 피우자며 모여 있지도, 오후 7시면 나다니지도 못했다. 언론·출판은 줄 서서 검열을 받았다. ‘비정성시’ 속 잿빛보다 살벌하게 짙은 암흑의 시기였다.

어둠은 공포다. 어둠은 무겁다. 누군가에겐 쉬이 떠나지 않는 계엄의 공포를 ‘가볍게’ 던지는 걸까. 그 공포의 지대함을 경험했기에 지지층 확보에 이용하는 걸까. 현재 계엄이 선포된 국가는 머리 위로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도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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