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대항마 니토리, 한샘 제친 현대리바트…가구 왕좌의 게임

2024. 9. 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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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업계 지각변동
‘영원한 절대 강자는 없다.’ 최근 가구 업계의 상황을 이보다 잘 설명하는 말은 없다. 한국 진출 10주년을 맞은 글로벌 가구 공룡 이케아는 3년째 매출 등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그 틈새를 ‘일본의 이케아’로 불리는 니토리가 공략 중이다. 토종 기업들의 상황 변화는 한층 극적이다. 국내 가구 업계 부동의 1위 한샘은 올해 상반기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러면서 1위 자리를 사상 처음으로 기존 2위 현대리바트에 내줬다. 가구 소비 트렌드가 바뀌면서 기업들의 생존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홈플러스 영등포점에 있는 니토리 매장의 모습. 올해 2월 문을 연 국내 2호점이다. [사진 각 사]
가구 업계의 지각변동이 심상찮다. 한국 진출 10년 차를 맞은 이케아는 실적 부진이 뼈아프다. 2021년 회계연도에 6872억원이던 이케아코리아 매출은 2022년 6223억원, 지난해 6007억원으로 역성장을 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294억원→219억원→26억원)도 잇따라 감소했다. 이케아는 2014년 12월 경기도 광명에 1호점을 열면서 한국에 진출한 이후 소비자가 직접 집안을 꾸밀 수 있는 가구라는 뜻의 ‘홈퍼니싱(home+furnishing)’ 열풍을 주도한 글로벌 가구 최강자다. 북유럽풍 디자인의 가구를 조립비 등 원가가 절감된 가격에 제공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황제라 불리는 기업이다.
이케아코리아 3년간 실적
하지만 이케아코리아는 실적 부진을 못 이기고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약 1000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4%가량 인하했다. 4월엔 배송비 인하에도 나섰다. 25㎏ 미만 제품은 1만원, 300㎏ 미만 제품은 3만원 등으로 배송지역과 관계없이 제품 무게에 따라 배송비를 부과하는 식으로 배송정책을 바꾼 것이다. 이로써 최저 배송비를 기존 2만9000원에서 1만원으로 크게 낮췄다.
한샘은 소비자, 리바트 기업 간 거래 강점
한샘 스타필드 수원점 매장. [사진 각 사]
이케아가 한국에서 고전 중인 이유는 가성비의 황제라는 글로벌 이미지와 달리, 한국에선 지금껏 가격 경쟁력의 이점을 제대로 못 살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케아는 2014년 첫 한국 진출 당시부터 다른 나라보다 제품 가격을 최고 1.6배 비싸게 책정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섰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개 회원국 중 이케아 제품 가격이 두 번째로 높은 나라가 한국이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논란에도 한국 진출 수년간은 입소문이 나면서 소비자가 꾸준히 찾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지갑 사정이 나빠진 소비자가 이케아를 찾는 빈도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 트렌드의 변화도 작용 중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미혼과 비혼이 급증한 젊은 세대 1인 가구는 기성세대보다 주거지 이동이 잦은 편”이라며 “이 때문에 실내 장식을 자주 바꾸는 것을 선호하고, 제품이 비싸다고 느끼면 기성세대에 비해 더 단호하게 구매를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이케아의 부진을 틈타 새로운 대항마도 생기고 있다. ‘일본의 이케아’라 불리는 중저가 가구 브랜드 니토리가 대표적이다. 니토리는 지난해 11월 이마트 하월곡점에 국내 1호점 오픈을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6개 점포를 열면서 한국 진출 속도를 높이고 있다. 니토리는 2020년을 마지막으로 새 점포를 열지 않고 있는 이케아를 겨냥, 10년 내 국내 200개 점포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니토리는 가격 경쟁력으로 이케아에 맞불을 놓지만, 판매 전략은 상반된다. 이케아는 창고형 단독 점포로 승부하지만 니토리는 대형마트 안의 ‘숍인숍(shop in shop)’ 점포를 운영한다. 이케아에 비해 소비자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내세우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에 있는 현대리바트 매장. [사진 각 사]
토종 가구 기업 사이에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국내 가구 업계 부동의 1위 한샘은 올해 상반기에 사상 처음으로 기존 2위 현대리바트에 왕좌를 뺏겼다(매출 기준). 한샘의 상반기 매출은 96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한 반면, 현대리바트는 1조18억원으로 30.3% 증가했다. 영업이익에선 아직 한샘이 상반기 201억원으로 현대리바트(150억원)에 앞섰지만, 2분기 영업이익에서는 현대리바트(82억원)가 한샘(71억원)에 앞설 만큼 현대리바트의 외형·내실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케아에 비해 고품질·고가 제품으로 승부하는 두 기업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케아는 창고형 단독 점포로 경쟁사들과 차별화하고 있지만 최근 3년간 실적 부진에 처했다. [사진 각 사]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주택 거래량 회복과 빌트인 가구 납품 등 기업 간 거래(B2B) 부문 성장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고 영업이익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리바트의 2분기 B2B 가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3% 성장했는데, 빌트인 가구 매출이 86.1% 급증한 등의 영향을 받았다. 자체 온라인 쇼핑몰인 리바트몰 강화도 주효했다. 최근의 이른바 ‘티메프(티몬·위메프)사태’로 한샘은 대손충당금 46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반면, 현대리바트는 리바트몰의 존재감 덕에 티메프 사태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소비 트렌드 변화, 기업 전략 바뀌어야”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한샘이 주택 거래량 회복이라는 똑같은 상황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뭘까. 업계 관계자는 “B2B에 강한 현대리바트와 달리, 한샘은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가 강점인데 여기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며 “B2B에선 고객사인 건설사의 선제적 투자로 매출이 늘고 있지만, 리모델링 등 B2C에선 주택 거래량과 별개의 문제인 경기 침체 지속으로 소비자가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강경태 한투증권 연구원은 “한샘은 경기 순환 주기가 뚜렷하게 존재하는 부문에서 돈을 버는 회사”라며 “B2C 부문 매출 회복이 더뎌져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지속과 가구 소비 트렌드 변화로 기업들의 생존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고 진단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적게 하면서 가구 소비 트렌드가 과거와는 달라졌는데 기업 경영진 일부는 여전히 과거 경험에 생각이 갇혀 있다”며 “1~2인 가구를 겨냥해 가성비를 강화한 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오프라인에 의존하는 대신 온라인 연계 유통 채널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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