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52] 의학과 연극의 만남
의학 드라마에서의 주인공은 온갖 종류의 환자들, 특히 감당하기 힘든 환자들도 아주 잘 다루고 닫힌 마음도 열리게 만든다. 하지만 실제로 의사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그런 장면은 드라마에서나 존재한다고 말한다. 현실에서는 제한된 시간과 빠듯한 스케줄로 환자를 대하는 업무가 사무적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마치 드라마의 장면들처럼 환자들과의 친숙하고 흐뭇한 관계 구축을 교육 실습 과정을 통해서 만들려는 노력이 있다.
델라웨어대학교의 의료과학대학에 부전공으로 개설된 ‘헬스케어 시뮬레이션’이 대표적인 예다. 의과대학 학생들이 가까운 미래에 접하게 될 환자들과의 대면 상황을 시뮬레이션해보는 것이다. 이는 수업 시간에 배운 지식과 실제 의료 상황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의료를 목표로 한다. 과거에는 마네킹을 의료 장비와 어설프게 연결시켜놓고 실습을 하는 등의 제한된 방식이었지만, 현재는 훈련받은 사람들을 환자로 고용하여 실제 상황을 재현, 의료진과의 상호 소통을 전문적이고 구체적으로 학습한다.
흥미롭게도 이 프로그램과의 학제 간(Interdisciplinary) 협력에는 연극학과가 우선으로 선택된다. 의외로 여겨질지 모르지만 각종 병마와 싸우는 환자의 상태와 상황을 실제처럼 연출하는 데는 연기 전공자가 최적이기 때문이다. 마이애미대학교에서도 최근 연극학과 내부에 이 과목이 개설되었다. 학생들은 기본적인 의학 지식을 배우고, 통제되지 않는 소아 환자, 치매 환자, 폭력성이나 우울증이 심한 환자, 그리고 병의 증상에 따라 조금씩 다른 환자의 고통 호소 형태를 파악한다. 그렇게 학습한 지식과 연기로 의과대학의 의료 시뮬레이션에서 환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가 발달하면서 현재는 화상으로도 수업 참관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현재 헬스케어 산업의 트렌드는 지속 가능성 지배구조(ESG)와 더불어 IT 기업의 기술에 의존하는 바이오테크다. 하지만 의료진이 직접 환자를 대면하는 시점에서의 라포(rapport)는 여전히 핵심적인 의료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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