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고용 식었지만 침체는 아냐"… 월가는 '빅컷' 옥신각신

김제관 기자(reteq@mk.co.kr), 김덕식 기자(dskim2k@mk.co.kr), 윤원섭 특파원(yws@mk.co.kr) 2024. 9. 6.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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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 4.2%로 예상치 부합
고용·인플레 불안감 커지자
9월 빅컷 단행 주장 늘어나
옐런은 "노동시장 건강하다"

미국 고용시장이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 크게 냉각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번 달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찬반 의견도 거세게 대립하고 있다.

미국의 8월 비농업 고용은 14만2000명 증가해 예상치(16만1000명)에 못 미쳤지만, 지난달(8만9000명)보다는 크게 늘어났다. 실업률은 4.2%로 전달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제기됐던 경기침체 우려는 다소 수그러들었다. 7월 실업률은 4.3%로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해 글로벌 증시에 큰 타격을 줬다. 7월 실업률을 포함한 최근 3개월 실업률 평균치가 지난 1년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았는데, 이 경우 경기침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하는 '샴의 법칙'이 시장 불안을 키웠기 때문이다. 샴의 법칙은 경기침체의 지표 역할을 하는 이론이다.

8월 노동시장이 소폭 반등한 것은 7월 허리케인 베릴이라는 자연재해로 줄어든 고용이 반등했기 때문이라고 월가는 해석했다. 노동부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7월 악천후로 출근하지 못했다는 노동자는 43만6000명으로, 역대 7월 수치로는 사상 최대였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수석 미국 경제학자 낸시 반덴 호텐은 로이터에 "허리케인 베릴이 7월 고용시장에 영향을 끼쳤다는 징후가 많이 나타났다"며 "악천후로 인해 일을 하지 않거나 파트타임으로만 일한 사람이 증가했고, 임시 해고 상태라고 보고한 사람도 급증했으며, 건설과 광업 근로 시간도 타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노동시장 냉각이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연준이 17~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통상 수준인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월가는 연준이 FOMC에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최근 미국의 경기 경착륙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달 '잭슨홀미팅' 연설에서 "통화정책을 조정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언급한 만큼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폭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연준이 이달 FOMC에서 빅컷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너무 멀리, 너무 빨리 가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며 "내가 연준 정책 입안자로 일한다면 9월 FOMC 회의에서 더 큰 폭의 금리 인하에 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인플레이션의 핵심 원인이 주택인 만큼 금리를 올려 부동산 개발이나 주택 구매를 더 어렵게 만드는 방식은 완전히 잘못된 방향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큰 폭의 금리 인하를 해야 인플레이션과 일자리 문제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JP모건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CNBC 방송에 출연해 빅컷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준의 중립 정책 금리는 약 4%로, 현재보다 150bp(1bp는 0.01%포인트) 낮다"며 "되도록 빨리 중립 금리로 돌아가야 하며, 이는 금리 인하를 서둘러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달부터 빅컷을 단행하지 않으면 고용과 인플레이션에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로 복귀할 때까지 기다린다면 아마도 너무 오래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재무부 장관으로 거론되는 억만장자 존 폴슨도 더 큰 폭의 기준금리 하락을 전망했다. 폴슨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의 금리 인하가 너무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질금리(일반 채권 금리와 인플레이션 간 격차) 상승이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 시점이 늦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고 내년 말까지 3% 정도, 아마 2.5%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연준의 빅컷은 시장에 경기침체 위험이 임박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해 불안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글로벌 감사·컨설팅 기업 포비스 마자르의 조지 라가리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 방송에 출연해 "연준이 큰 폭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시장에 경기침체 위험이 임박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줘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특별한 이유 없는 빅컷은 매우 위험할 수 있으며, 시장에 문제를 야기할 이벤트가 없다면 패닉에 빠질 이유도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보스턴 칼리지의 브라이언 베튠 경제학 교수도 "경제는 전환기를 겪고 있으며, 높은 금리의 부담으로 서서히 구부러지고 있다"면서도 "25bp 금리 인하를 뒷받침할 충분한 증거는 있지만, 서둘러 50bp를 인하할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도 이날 "최근 몇 달간 일자리 창출 속도가 느려졌지만, 미국 고용시장이 여전히 건강하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옐런 장관은 "미국에는 건강한 경제와 노동시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하워드 마크스 오크트리캐피털 창업자는 이날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연준이 5.25∼5.50%의 '비상 금리' 정책에서 물러서면서 금리를 3%대로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우리가 3%대 금리에 머무를 것이란 점"이라며 "우리는 제로(0) 금리나 0.5%, 1.0%로 내려가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크스는 신중한 투자 전략과 경제에 대한 통찰을 제시해 왔으며, 전문가들이 의견을 경청하는 원로 투자자 중 한 명이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메일함에서 마크스가 보내는 투자 메모 서한을 가장 먼저 읽어 본다고 말할 정도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이달 FOMC 회의에서 금리를 0.5%포인트 내릴 확률은 41%, 0.25%포인트 내릴 확률은 59%로 각각 집계됐다. 9월 금리 인하는 확신하지만, 그 폭을 두고서는 시장 전망이 6대4 정도로 나뉜 셈이다.

최근 신중한 속도로 기준금리를 내린 중국 인민은행, 유럽중앙은행(ECB)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민은행은 지급준비율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서울 김제관 기자 / 김덕식 기자 / 뉴욕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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