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 뇌 '이곳'이 훨씬 크다?
우울증 환자는 뇌 표면의 특정 신경세포 네트워크가 훨씬 더 크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4일(현지시간) 《네이처》에 발표된 미국 웨일 코넬 의대 연구진이 주도한 논문을 토대로 영국 가디언이 보도한 내용이다.
뇌의 표면은 서로 다른 영역이 의사소통을 통해 특정 프로세스를 수행하는 통신 접속 배선함(communication junction box)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네트워크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은 한정돼 있다.
연구진은 우울증 환자의 경우 우울증이 없는 사람보다 보상과 위협에 대한 주의력을 조절하는 신경세포 네트워크에 뇌의 더 많은 영역이 관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코넬대의 의과대인 웨일 코넬 의대의 찰스 린치 교수(정신의학)는 이 네트워크가 "건강한 대조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보다 뇌 표면에서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정 뇌 네트워크가 확장된다는 것은 인접한 다른 뇌 네트워크의 크기가 더 작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연구진은 각 개인의 다양한 fMR(기능적 MRI) 스캔을 분석하는 뇌 영상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인 정밀 기능 매핑을 우울증 환자 141명과 우울증이 없는 37명에게 적용해 각 참가자의 뇌 네트워크 크기를 정확하게 측정했다. 그런 다음 우울증군과 건강 대조군의 평균 크기를 측정했다.
그 결과, 건강한 대조군에 비해 우울증 참가자의 '전두엽 돌출 네트워크(frontostriatal salience network)'라는 뇌 영역이 평균 73% 확장된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결과는 그 전에 건강한 사람 932명과 우울증 환자 299명으로부터 수집한 단일 뇌 스캔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재확인됐다. 우울증 환자의 해당 네트워크 크기는 시간, 기분, 경두개 자기 자극 치료 여부에 상관없이 변하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그러나 참가자가 특정 우울증 증상을 보일 때 전두엽 돌출 네트워크의 여러 부분 간의 뇌 신호 동기화가 덜 이뤄졌다. 동기화 비율이 낮아지는 것은 향후 우울증 증상의 심각성과도 관련이 있다.
연구진은 청소년기에 우울증에 걸린 57명의 어린이의 뇌 스캔을 분석한 결과, 이 전두엽 돌출 네트워크가 증상이 나타나기 몇 년 전에 확장됐으며 우울증이 늦게 시작된 성인에서도 이 네트워크가 확장된 것을 발견했다. 이는 전두엽 돌출 네트워크의 확장이 우울증의 결과라 하기보다는 우울증 발병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그러나 전두엽 돌출 네트워크의 확장이 유전학 또는 경험의 결과인지, 우울증과의 연관성이 이러한 확장으로 인해 발생하는지 아니면 결과적으로 다른 뇌 네트워크가 더 작아서 발생하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특정 사람들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은 지 여부를 탐구하는 방법을 제공하고 개인 맞춤형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의 일원인 웨일 코넬 의대의 코너 리스턴 교수는 이러한 연구결과가 우울증 환자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울증과 관련이 있고 우울증의 위험을 줄 수 있는 식별 가능한 무언가가 뇌에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되는 것은 그 자체로 어떤 사람들에게 안심되는 일"이라는 것.
논문을 검토한 영국 옥스퍼드대의 미리암 클라인-플뤼게 교수는 이 연구가 수십 년 동안 우울증 연구의 핵심인 편도체에 대해 다루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면서도 "강력하고 중요하며 흥미진진한 연구"라고 밝혔다. 그는 조기 개입을 통해 확장된 전두엽 돌출 네트워크를 원래 크기로 되돌리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와 이 네트워크의 크기가 실제 우울증 발병 위험을 예측하는지에 대한 추가연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7805-2)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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