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 질주 '개인형 이동장치'···무면허 대여·불법 개조 [현장고발]
모지안 앵커>
발로 뛰며 취재하는 현장고발입니다.
전동킥보드나 전동스쿠터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는 현행법상 운전면허가 있어야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면허인 청소년들이 아무 제약 없이 대여하는 건 물론, 최고 속도 제한도 쉽게 풀 수 있다고 하는데요.
법의 허점 사이를 위태롭게 질주하는 현장을, 김찬규 기자가 고발합니다.
김찬규 기자>
전동킥보드 한 대가 경찰서 앞으로 추정되는 도로를 질주합니다.
경찰차 여러 대 옆을 보란 듯이 지나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합니다.
현장음>
"완전히 들어가라고!"
경찰서로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며 주행 중인 사람을 꾸짖기까지 합니다.
'지폭연'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조직인데, 공유 자전거와 전동킥보드로 난폭 운전을 일삼습니다.
지난달 이른바 '따릉이 폭주 연합'의 10대 운영자가 검거됐는데, 이를 모방한 조직이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겁니다.
지난달 6일에는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가 음주 상태로 전동스쿠터를 몰다 적발되는 등 개인형 이동장치에 관한 시민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승훈 / 서울 동대문구
"확실히 많이 위험하긴 하죠. 학생들도 타는 애들도 많고 헬멧 안 쓰고 타는 사람들도 많고 술 먹고 쉽게 타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위험한 거 같아요."
현행법상 전동 킥보드는 운전면허가 있어야 이용할 수 있지만, 대여 절차를 살펴보면 허점이 드러납니다.
김찬규 기자 chan9yu_@korea.kr
"이 전동킥보드 대여 앱에는 면허증이 있어야 이용할 수 있다는 안내 문구만 있을 뿐 실질적인 면허 인증 절차는 없습니다. 면허증이 없어도 터치 한 번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겁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전동 킥보드 대여 업체가 이용자에 면허 소지 여부를 확인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전동 킥보드의 빠른 속도도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로 인한 보행자 교통사고는 1천88건으로 5년 새 약 9배가 늘었습니다.
인터뷰> 강힘찬 / 서울 동대문구
"평소 인도에서도 제가 길 다닐 때 전동 킥보드 속도가 너무 빨라서 위험하지 않나 생각도 들어서 걱정입니다."
현행법상 전동 킥보드의 최고 속력은 시속 25km.
정부는 개인형 이동장치 최고속도를 시속 20km로 낮춰 일부 대여 업체에서 시범운영 하고 있습니다.
전화 인터뷰> 최재원 /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수
"일반적인 상태에서 시속 20km 이하로 충격이 가해졌을 때 사망사고는 나지 않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시속 20km 이하로 낮출 수 있는 방안은 중요한 대목이고..."
12월 말까지 시범운영을 거쳐 제한 속도 하향 효과가 검증되면 관계 법령을 손본다는 계획입니다.
제한 속도를 낮추더라도 개인형 이동장치에 걸려있는 속도제한, 이른바 '속도 락' 해제가 쉽다는 게 문제입니다.
유튜브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속도제한을 푸는 방법이 다수 공유되고 있습니다.
판매 업체를 통해서도 어렵지 않게 속도제한을 풀 수 있었습니다.
전화 인터뷰> 개인형 이동장치 판매업체
(국내 판매 제품이면 (튜닝이) 된다는 말씀이죠?)
"거의 다 됩니다. 국내 브랜드 거면. 저희 말고 다른 곳에서 구매하시면 3만 원 나오시고요. 저희 쪽에서 구매하시면 비용은 안 나오고요."
마음먹으면 손쉽게 제한 속도를 없앨 수 있다 보니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전화 인터뷰> 최재원 /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수
"(속도제한) 프로그램 자체를 너무 빨리 풀 수 있는 게 문제고, 속도를 높였을 때 처벌할 수 있는 수준이 낮기 때문에 속도 제한 해제가 흔하지 않을까 이렇게 판단합니다."
출시 제원이 시속 25km 이하인 개인형 이동장치에는 번호판 부착 의무가 없어 단속이 어렵다는 점도 지적됩니다.
무면허, 불법 개조 킥보드들은 입법 공백과 단속이 쉽지 않다는 꼼수 사이로 질주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김태형 / 영상편집: 정성헌 / 영상그래픽: 김지영)
KTV 김찬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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