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하위 직원은 말 섞을 대상 아니냐"…이재명 "부도덕해" 반발

한성희 기자 2024. 9. 6.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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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시절 알았으면서도 몰랐다고 거짓말한 것인지 여부를 다투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 중 검찰과 이 대표가 설전을 벌였습니다.
 

"김문기와 골프·낚시, 팩트 같지만 기억 없어"


이 대표는 오늘(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 심리로 열린 재판 피고인 신문에서 성남시장 재직 시절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대장동 사업을 담당한 김 전 처장을 "인지하지 못 했다"는 취지 기존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이 대표는 2015년 1월 호주 출장에서 김 전 처장과 골프와 낚시를 한 점은 '사후적으로 볼 때 사실'이라면서도, 당시 그를 인지하지는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대표는 "기억의 혼란은 있는데, 분명하지는 않지만 (골프는) 팩트 같다"며 이어 "기억이 혼재하기는 하는데, 영화를 찍은 해변이라고 갔는데 낚시를 하는 사람이 있어서 낚싯대를 빌려서 낚시를 한 것도 팩트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다만 이 대표는 당시 김 씨를 인지하지 못했으며, 골프·낚시 기억이 재판 과정에서 형성된 것인지, 언제 돌아온 기억인지는 불명확하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는 "제가 눈이 나빠서 공 치느라 정신이 없어 다른 누구와 대화를 깊게 할 시간이 없었을 것"이라며 "하위 직원들과 체통 떨어지게 사소한 잡담은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호주 출장 중 김 씨와 손을 맞잡고 나무 둘레를 재는 사진을 검찰이 제시하자 "사진 담당 공무원이 열흘이 넘는 기간 동안 찍은 2,500여 장 중 20여 장밖에 안 된다"며 "그중에 저랑 김문기가 가까이 있거나 대화하거나 같이 하는 게 있는지 확인했는데 없었지 않냐.

그게 팩트이다"고 했습니다.

이 대표는 "지금도 어느 출장을 누구하고 갔는지, 이런저런 레저 활동을 했는데도 당연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며 검사들을 향해 "사실 검사들님과 2년 가까이 보는데 죄송하지만 이름을 특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는 "객관적으로 접촉은 했던 것 같지만 사람의 기억력은 한계가 있다"며 "사람이 컴퓨터가 아닌데 접촉했다고 해서 전부 기억하는 것도 아니고, 입력됐더라도 영구적으로 확고히 유지되지 않는 게 정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이 해외 출장 중 골프를 친 상황이 이례적인지를 확인하고자 다른 출장에서 골프를 쳤냐고 여러 차례 물었지만, 이 대표는 "정치적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는 질문"이라며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2016년 1월 성남시장실에서 김문기 씨와 대장동 사업 현안을 대면보고했다는 정민용 변호사 등 참고인들의 진술에는 "그 자체가 허위진술"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산하기관 팀장인 김 씨가 대면보고할 직급이 아니라는 점에서입니다.

이 대표는 검찰이 "결과적으로 대선에서 아깝게 패했는데 혹시 대장동 의혹 제기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아깝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수천만 명이 참여하는 선거에 영향 요소가 너무 많고, 결과적으로 국민 선택의 결과"라고 답했습니다.
 

이 대표, 검찰 간 신경전도


이 대표와 검찰 간 날 선 신경전도 이어졌습니다.

신문이 종료되기 직전 검사는 이 대표에게 "(김 전 처장에 대해)하위급 공무원이다, 관심이 없었다며 나랑 말 섞을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거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잠깐 침묵한 뒤 "검사님, 저도 한 말씀드린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이 대표는 "전혀 내용과 다르게 모른다고 한 말을 보고도 안 받거나 만난 일도 없단 식으로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기소했고 공소장을 변경해서 전혀 또 다르게 하고 있다"며 "(검찰이) 좀 부도덕하지 않냐"고 했습니다.

검사가 이어 "하위직 공무원이어서 김 전 처장을 모르고 5시간 같이 다녀도 관심 없었다는 것 아니냐"고 재차 묻자 이 대표는 "그렇게 말 안 했다"며 "이 분은 유동규 수행원으로 온 사람이어서 개인적인 관심갖기가 어려웠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맞받았습니다.

검사가 "하위직원의 마음을 잘 모르시는 거 같아서 (물었다)"고 하자 "검사님은 검찰청에 모든 직원을 다 압니까"라고 쏘아붙였습니다.

이 밖에도 이 대표는 다소 긴 검사들의 질문이 나올 때마다 "질문을 잘라서 팩트 위주로 해달라", "질문에 너무 많은 내용 들어 있어서 일률적 답이 어렵다"거나, "질문 자체에 어폐가 있다", "질문이 모순된 거 같다"고도 지적했습니다.
 

9월 20일 결심…곧 1심 선고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2월 22일 방송 인터뷰에서 김문기 씨에 대해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며 허위 사실을 말한 혐의 등으로 2022년 9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오늘 피고인 신문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이 대표 혐의의 다른 축인 '백현동 허위발언' 부분은 묻지 못한 채 종료됐습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달 20일 오후에 열 예정이던 다음 재판을 오전으로 당긴 뒤 피고인 신문을 마치고 오후에 예정대로 결심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결심은 검찰이 구형량을 밝히고 이 대표가 최후 진술을 하는 순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통상 결심부터 선고까지 한 달가량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이르면 다음 달 1심 선고 결과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검사 사칭 사건 관련 위증교사 의혹 재판도 오는 30일 결심 공판이 열릴 예정입니다.

(사진=연합뉴스)

한성희 기자 chef@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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