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교수들 "韓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제안 환영"
동시에 '의개특위와 다른 투명 운영'·'증원 우선 유예'도 요구
전의교협 "2025년도 입학정원 논의없는 협의체가 무슨 의미?"
서울의대 교수들이 반 년 넘게 지속된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여야 정치권과 정부, 의료계를 아우르는 협의체를 꾸려 머리를 맞대자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제안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통령실도 '2천 명'으로 못 박았던 2026년도 의대정원을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현 사태 출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애당초 내년도 2천 명 증원 결정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2025학년도 의대증원 역시 재고되어야 한다는 기류도 여전하다. 서울의대 교수들도 적정한 미래 의사 수 추계결과가 나오기까지 일단은 증원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6일 성명서를 내고 "의료공백 상황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지역·필수의료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 운영하자는 한 대표의 제안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의·정 대치 해소를 위해 정부와 각 직역별 의사단체, 여야 및 국민 대표가 참여하는 대화협의체를 꾸리는 것은 지난 3월 비대위가 제시한 방안이었다고도 부연했다.
서울의대 교수비대위는 "여당 대표가 '여·야·의·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자', '국민들과 의료현장의 의견도 충분히 들어야 한다'고 밝힌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며, "서로 한 발씩 물러나 원점에서부터 문제를 함께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대화하고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와 달리 협의체는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앞서 비대위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국민이 원하는 의료개혁' 안(案)을 공모했듯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를 위한 장기계획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숙의와 협의'를 거친 정책 수립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대위는 의대 정원 문제 관련 '합리적 대안 모색'을 제안한 한 대표 등의 발언을 들어 "이를 위해서는 먼저 미래 의사 수 예측에 사용할 자료, 변수, 시나리오에 대한 숙의와 합의가 필요하다"며 '과학적 추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상호 존중'을 전제로 의대증원 원점 재검토가 먼저라는 단서를 달았다. 비대위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의사 수 추계의 결과가 도출될 때까지 의대 증원을 유예하라"고 요구하며,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의료시스템 정상화 장기로드맵을 마련할 것을 당국에 촉구했다.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국민들은 의료대란 해결을 위해 정부의 책임 있는 정책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며, 2025년도 증원이 협의체 안건의 '열외'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이달 2~4일 전국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인용했다. 전국지표조사(NBS, 신뢰수준 95%·표본오차 ±3.1%p)에서 '정원확대 여부를 다시 정해야 한다'는 답변(52%)이 내년 증원을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응답(41%)을 추월했다는 것이다.
전의교협은 이에 대해 "과학적 근거도 없이, 교육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강압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에 대해 지금이라도 다시 고려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야와 언론 및 의개특위의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 모두 의사 수 관련 추계기구를 통한 분석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의대정원을 결정하자고 제안하고 있다"며 "의대 교수들도 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도 했다.
다만, "이러한 과정은 2025학년도 의대정원을 결정함에 있어서도 역시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국민과 의료계 모두가 신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응급실 대란' 등 국민 고통이 현실화된 지금, 2026년도 의대정원 조정은 '급하게 논의할 주제'가 아니라는 취지다.
전의교협은 "2025년 입학정원에 대한 논의가 없는 협의체가 무슨 의미가 있나. 국민의힘과 정부가 진정 현재의 의료대란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증원 원점 재검토' 입장을 고수했다.
이들은 "정부는 지금이라도 2025년 의대 증원을 유예하고 교육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며 "의료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대통령의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결단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정 사태 이후 정부와 줄곧 대립해온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공식 입장을 자제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이제라도 정치권의 인식이 변하는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전공의와 의대생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이 병원과 강의실을 떠난 이들은 수시모집이 임박한 2025년도 의대 증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복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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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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