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드론 택배

곽수근 기자 2024. 9. 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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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양진경

스왈로 폴스 섬의 괴짜 과학자 플린트 록우드는 정어리가 유일한 식량인 마을 사람들을 위해 ‘플레즈므드퍼’라는 기계를 개발한다. 하늘을 나는 이 기기는, 지상에서 원하는 음식 이름을 입력하면 물의 분자 구조를 바꿔 해당 음식을 합성한 뒤 투하한다. ‘햄버거’라고 치면 공중에서 햄버거가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식이다. 같은 이름의 동화가 원작이고 한국에선 2010년 상영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의 한 장면이다.

▶무인 비행기가 드론(drone)으로 불리게 된 것은 1935년 윌리엄 해리슨 스탠들리 미 해군 제독의 영국 방문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당시 영국군은 대공포(對空砲) 훈련용 공중 표적으로 여왕벌(Queen Bee)이라는 이름이 붙은 무인 비행체를 사용했는데, 이를 살펴본 스탠들리 제독이 귀국 후 미군에 같은 용도의 무인기 개발을 지시했다. 이 일을 맡은 그의 부하가 벌의 수컷을 뜻하는 ‘드론’으로 명명했다고 한다.

▶군사용으로 시작된 드론은 군사 기술이 민간으로 확산해 뿌리를 내린 대표 사례가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군사작전 중 정확한 위치 파악을 위해 개발된 GPS(위성항법장치)가 오늘날 내비게이션과 스마트폰 서비스 등 일상의 필수 기술이 된 것처럼 ‘드론 없는 생활’은 조만간 상상하기도 어렵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미 영국은 지상 100m 고도에서 폭은 500m, 길이는 서울~대구 거리에 이르는 265㎞ 구간에 드론 전용 고속도로 개통을 준비 중이다.

▶전남 여수시가 외딴섬 10곳을 오가는 드론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라면 한 봉지 사려 해도 하루 4편뿐인 배를 타고 7㎞ 떨어진 곳으로 왕복 80분 오가야 하는 대두라도 주민들이 드론으로 짜장면 두 그릇과 탕수육 한 접시를 배달받고 환호하는 모습이 조선일보에 실렸다. 애니메이션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이 연상되는 장면이었다. 음식과 생필품 배달을 시작한 드론이 앞으로는 의약품과 혈액 운반 등 산간벽지 응급 의료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30년 이후엔 승객 수송용 드론 운항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2030년 세계 곳곳의 하늘에 10억대에 달하는 드론이 다닐 것으로 예측했다. 드론이 물건뿐 아니라 사람도 운송하는 시대가 멀지 않은 것이다. 공상과학 영화 그대로다. 한편으로는 초소형 드론으로 사람을 염탐하는 문제도 급증할 수 있다. 드론은 인류 문명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도 있고,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파괴할 수도 있다.

곽수근 논설위원·테크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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