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찬혁의 오프더그라운드] 시작된 '클린스만 시즌2'...'양심' 없는 홍명보, '전술'도 없었다
[마이데일리 = 노찬혁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과 다를 것이 없다. 양심 없는 홍명보 감독에게 전술도 없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팔레스타인과의 1차전 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FIFA랭킹 23위 한국은 96위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졸전을 펼쳤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7월 홍 감독을 A대표팀 사령탑 자리에 앉혔다. KFA의 감독 선임 과정을 비판했던 홍 감독은 자신이 비판한 비정상적인 감독 선임 과정을 그대로 따라갔다. 이임생 기술발전위원장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이 위원장을 만난 지 불과 10시간 만에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했다.
KFA와 홍 감독을 향한 날센 비판이 이어졌다. 축구 팬들은 KFA의 감독 선임 시스템이 붕괴됐다고 지적했다. 제안을 덥석 수락한 홍 감독을 향해서는 '피노키홍', '아마노 홍' 등의 조롱이 나오기도 했다. 감독 선임 전권을 쥔 이 위원장도 비난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KFA는 갖은 비난 속에서도 홍 감독의 선임을 유지했다. 홍 감독은 국내 코치진과 외국인 코칭스태프를 선임했다. 또한 9월 팔레스타인과의 1차전과 오만과의 원정 2차전을 앞두고 26명의 명단을 발표하며 A매치 대비에 돌입했다.
수많은 우려 속에 맞이한 1차전. 축구 팬들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홍 감독은 양심만 없는 게 아니라 전술도 없었다. 한국은 75%의 점유율, 4번의 빅찬스, 16개의 슈팅을 날리고도 팔레스타인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이 위원장은 당시 홍 감독 선임에 대해 "홍 감독은 빌드업 시에 라볼피아나 전술과 백스리 형태를 가져간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상대 수비 뒤 공간을 공격한다. 선수 장점을 살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대표팀에서 필요한 공수 밸런스와 경기 조율 능력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전술적으로 경기 운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점유율 바탕으로 한 게임 플랜은 한국보다 약체인 팀이었기 때문에 사실 의미가 없었다. 한국은 오히려 중원에서 미숙한 빌드업으로 인해 팔레스타인에 역습을 허용했다.
미숙한 전술은 상대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더욱 부각됐다. 한국은 빌드업을 통해 상대 문전에 쉽게 도착했다. 하지만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부분 전술이 부족했다. 측면에서 볼을 잡았을 때 볼을 받으러 오는 선수보다 크로스를 받기 위해 반대편으로 쇄도하는 선수들이 더 많았다. 결국 세부 전술 없이 측면에서 무한 크로스가 반복됐다.
한국이 후반전에 공격의 활로를 찾은 것도 오세훈이 공중볼 경합에서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다. 크로스가 많아졌고, 오세훈이 중앙에서 날카로운 헤더 슈팅을 시도한 것 이외에는 딱히 공격 찬스가 없었다. 세부 전술을 통한 공격 찬스는 후반 15분 이강인이 득점에 실패한 것밖에 없다.
역습에 대비한 수비 전술도 부재했다. 한국이 후반전 막판 공격에 집중하고 있을 때 순간적으로 수비 라인과 3선의 간격이 벌어졌는데 이 틈을 팔레스타인이 파고들었다. 후반전 추가시간 팔레스타인은 결승골의 찬스를 잡았지만 조현우의 선방으로 위기를 겨우 넘겼다.
결국 한국은 끝내 팔레스타인의 골문을 열지 못했고,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졸전 끝에 간신히 0-0 무승부를 거뒀다. 홍 감독은 10년 만의 복귀전에서 약체인 팔레스타인을 상대로도 승리를 따내지 못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경기장에 모인 팬들은 홍 감독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고, '피노키홍', '홍명보 나가', 한국 축구의 암흑 시대'라는 플랜 카드를 걸었다.
사실 홍 감독은 전술적으로 뛰어난 감독이 아니라 매니지먼트에 강한 감독이다. 카를로 안첼로티, 지네딘 지단, 알렉스 퍼거슨 경이 매니지먼트형 감독이라고 할 수 있다. 홍 감독은 2021년 울산 HD에 부임한 뒤 특유의 선수단 장악으로 2022년과 2023년 K리그1 2연패를 기록했다.
전술적으로도 발전했다고 하지만 다른 전술가형 감독에 비해 상당히 부족했다. 2022시즌 우승 당시에도 후반전 막판 용병술, 개인 선수들의 기량으로 트로피를 따냈으며 2023시즌의 경우 울산의 대항마가 없었기 때문에 편안하게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대표팀에 현재 필요한 감독은 홍 감독과 같은 매니지먼트형 감독이 아니다. 전술가형 감독이 필요하다. 한국이 월드컵에 진출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약팀과 싸워야 하고 본선 무대에서 강팀과 맞붙기 위해서는 전술적으로 뛰어난 감독이 부임해야 한다. 그 감독으로 홍 감독은 아니다. 전술이 없던 클린스만을 경질했지만 또다시 전술이 없는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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