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극장, 경쟁자 따로 있었네…도파민 찾아 야구장 간 2030[TEN스타필드]

김지원 2024. 9. 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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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사진=KBO 인스타그램 캡처


《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평합니다.

 


열대야 일수가 역대 1위를 경신했다는 올여름. 시원한 극장가는 한산한데 후끈한 야구장은 오히려 인파로 북적인다. 극장 영화 관람 관객은 줄었는데, 야구 직관 관중은 늘었다.

영화권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8월 한 달간 상위 1~3위인 '파일럿', '에이리언: 로물루스', '사랑의 하츄핑'의 관객 수는 약 643만 명이다. 전년도 같은 기간 1~3위였던 '콘크리트 유토피아', '밀수', '오펜하이머'의 한 달 관객 수는 약 902만 명. 약 30%가량 관객이 줄었다.

반면 올 시즌 프로야구는 출범 42년 만에 최고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사상 첫 900만 관중을 넘겼으며 이달 안에 1000만 관중 돌파가 유력하다. 사상 최초 1100만 관중도 전망된다. 극장 관객이 모두 야구 관중으로 넘어갔다고 보긴 어렵지만 대중이 즐기는 엔터테인먼트라는 측면에서 한 번쯤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 경쟁이다. 정규리그 일정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구단별 마지막까지 근소한 차이에 가을 야구행 티켓을 두고 매번 쫀쫀한 경기가 펼쳐진다. 올여름 극장과 달리 야구장에 볼거리가 많은 것.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가을 야구를 가길 바라는 관중들로 야구장이 채워지며 평일마저 연일 '매진'이 이어지는 이유다.

야구장에 2030 여성 비중이 늘어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극장 주요 관객층일 뿐만 아니라, 모객의 구심점이 되는 관객층이다. 주변의 친구, 연인, 가족을 극장으로 함께 데리고 오는 역할을 해온 것. 야구장에서는 이러한 2030 여성 관중 비중이 확연히 증가한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 7월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올스타전 티켓 구매자를 조사한 결과, 20대 여성이 39.6%, 30대 여성이 19.1%였다. 여성 관중이 68.8%로 31.2%인 남성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더 이상 야구장 객석이 '아저씨' 팬들이 아닌 '젊은 여성' 팬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관객의 발길이 끊겨 한산했던 극장. / 사진=텐아시아DB


자율성 측면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극장은 러닝타임 약 2시간 동안 영화를 집중해서 봐야한다. 팝콘도 먹고 웃거나 울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자리에 앉아 옆 사람을 방해하지 않고 봐야한다. 하지만 야구장은 다르다. 옆자리 관중과 함께 응원할 수 있고, 다양한 먹거리를 좀 더 자유롭게 오가며 먹을 수도 있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실제 선수들과 그들의 경기를 지켜보는 재미도 크다.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소인 것.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피로감이 늘어나기도 했다. 코로나 시기 이미 비대면, 영상 등으로 여가를 보냈던 많은 이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만큼, 실내 극장이 아닌 야구장에서 야외 활동에 대한 갈증을 풀고 응원하며 스트레스도 풀 수 있는 것이다. 

아이돌 팬들의 유입도 있다. 아이돌과 그 팬덤 문화 특성상, 스타와의 직접적 교감이 어렵고 안전 문제로 인해 촬영, 사인 등을 받기도 쉽지 않다. 폐쇄적이고 고압적인 문화에 지친 아이돌 팬들이 좀 더 친근한 문화의 야구장을 찾게 되는 것이다. 구단별 굿즈도 살펴보면 포토카드, 응원봉 같은, 원래는 아이돌용 굿즈였던 상품들도 제법 늘었다.

티켓값도 야구장이 극장보다 선택 폭이 좀 더 넓다. 극장은 일반석, 프리미엄석, 특수관 등에 따라 티켓값이 달라지지만 주말 기준 1만 5000원. 야구장 역시 VIP석, 테이블석 등 값비싼 좌석도 있지만 1만 원 이하로 외야석에 입장할 수도 있다. 비용 면에서도 좀 더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과거 관객들은 짜릿한 블록버스터, 화려한 액션, 스릴 넘치는 공포 영화로 여름을 보냈다. 하지만 이젠 더위와 관계 없이 도파민 터지는 야구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콘텐츠와 스포츠, 영역의 차이는 있다. 하지만 극장은 부진하고 야구장은 성행한다. 같은 오프라인 엔터테인먼트라는 점에서, 극장의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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