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검증] '응급실 잉여'된 공보의‥지역은 '의료공백' 아우성

조국현, 김태윤 2024. 9. 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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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의료대란 우려 속에 응급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집권여당 국민의힘에 이어, 꿈쩍도 않던 대통령실 기류에도 변화가 있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통령실 입장이 전면 변화할진 미지수이고, 정부가 대책이라며 내놓은 방안들은 여전히 현장을 겉돌고 있는데요.

군의관과 공보의가 배치됐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응급실 현장 상황 살피면서 오늘 뉴스 시작합니다.

조국현, 김태윤 두 기자의 보도 보시죠.

◀ 기자 ▶

뉴스의 현장에서 사실을 확인하는 현장검증입니다.

의료대란으로 응급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정부가 군의관과 공중보건의들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공중보건의는 농어촌 등 의료 취약지역에서 군 복무를 대신해 풀뿌리 의료를 담당하고 있는데요.

이들의 투입으로 응급실 상황은 좀 나아지고 있는지, 이들이 떠난 지역의 의료 상황은 괜찮은지, 현장에서 확인해 봤습니다.

◀ 리포트 ▶

그젯밤 충북 청주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70대 남성.

인근 충북대병원은 "유일한 마취과 전문의가 수술 중"이라며 이송을 거부했습니다.

십여 곳에서 거부된 환자를 받아준 건 120km나 떨어진 병원이었습니다.

이날은 응급실 대란의 대책으로 충북대병원에 공중보건의가 투입된 날이었습니다.

이튿날 이들을 만나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공중보건의 A/충북대병원 파견 (음성변조)] "그냥 당직실에 혼자 앉아만 있습니다. 간호사 선생님들 콜이 오면, 그럴 때 가서 동맥혈 채혈을 한다든지."

의료 취약지를 돌며 일상적인 공중보건 업무를 담당해온 이들에게 갑작스런 '대형병원 응급실 근무'는 엄청난 부담이었습니다.

의대 졸업 후 아직 수련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응급실은 몇 시간짜리 사전교육만으로 메울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공중보건의 A (음성변조)] '내가 처치를 했을 때 뭔가 잘못되면 어떡하지?' 아무래도 환자분에게 위해가 갈까 봐 그것에 대한 걱정이 제일 큰 것 같습니다."

전공의를 마친 응급의학과 전문의 자격으로 이 병원에 함께 투입된 2명의 군의관조차 "부담이 크다"며 응급실 근무를 거부하면서 공보의들의 두려움은 더 커졌습니다.

단 5명 남은 이 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들도 공보의 투입에 회의적입니다.

[채희복/충북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사람들도 위기 상황이 닥치면 당황하기 마련인데, 갑자기 다른 환경에서 와서 주체적으로 열심히 할 수 있을지‥"

인근 충주의료원.

'지역응급의료기관, 24시간 응급 진료'라는 문구마저 이제는 공허한 이곳 응급실에도 그제 공중보건의 2명이 파견됐습니다.

당초 병원 측은 "경증과 중증 환자를 다 수용하기 때문에 공보의들이 무리 없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장담했습니다.

하지만 공보의들 생각은 다릅니다.

[공중보건의 B/충주의료원 파견 (음성변조)] "할 수 있는 업무 자체가 일단 없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업무가 간호사분들이 다 하실 수 있는 업무고."

전국 병원 응급실에 긴급 투입된 140여 명의 공보의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고충입니다.

[공중보건의 C (음성변조)] "굳이 보내서 거기서 잉여 인력을 만드느니 차라리 그 인원을 보건지소로 돌려보내서 지역에 계신 분들이 만성질환 약을 제때 타실 수 있도록 하는 게 낫다‥"

당국은 "이들이 1인분 역할을 못하더라도 응급실에 도움이 되도록 하려는 것"이라지만, 1인분은커녕 기초적인 도움도 안 된다는 게 의료계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방침을 전하는 지자체 담당자와 전화통화를 한 공보의는 답답함을 넘어 분노마저 느꼈다고 했습니다.

[공중보건의 D (음성변조)] "보는 눈이 많으니 (지자체) 자기들은 어떻게든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실효성이 없는 걸 알지만 최대한 많이 공보의를 파견해서 대책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 자기도 보여줘야 된대요."

그럼 이들이 떠난 지역은 지금 어떤 상황일까.

충북 청주시 낭성면 보건지소.

평소 같으면 환자들로 붐벼야 할 진료실에 적막감이 감돕니다.

허리가 아파 약을 받으러 먼 길을 걸어온 할머니는 진료를 볼 수 없다는 소식에 힘이 빠집니다.

"허리 아픈데 약 좀 탈 수 있어요? <오늘 선생님 안 계세요.> 안 계셔? 내일은 오시나? <이번 주는 없고 다음 주 수요일날 가능하시거든요.>"

주중 매일 의사가 상주하던 이곳은 지난주부터 담당 공중보건의가 대학병원 응급실로 파견을 가면서 주 1회 순회 진료로 바뀌었습니다.

공보의 파견으로 이 진료실이 텅 비어있는 모습인데요.

때문에 주민들이 진료를 받으러 오더라도 발길을 돌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김춘호/인근 주민] "불편하죠. 그냥 보러 왔다가 안 계시면 그냥 가는 사람이 많으니까‥"

거동이 불편해 다른 지역 병원으로 가기도 어려운 노인들은 진료를 포기하고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내과 선생님 안 계시면 좀 어떤 점이 불편하세요?> 청주로 가려니까 이렇게 끌고 청주로 갈 수가 없으니까 그게 불편하지 뭐."

충북 충주시 대소원면 보건지소.

내과는 3월부터 휴진, 외과는 수요일만 진료가 가능하다고 안내문이 붙어있습니다.

[대소원면 보건지소 관계자 (음성변조)] "(공중보건의가) 서울로 가셔서 파견을‥연초 그때부터 근무 안 하시기 시작했거든요. 진단서만 써주시는 형태로 (근무를) 해줬었는데 이제 그것조차 안 되는 거죠."

충주시는 보건지소를 담당하던 공보의 7명 중 4명이 한꺼번에 파견을 가게 된 상황.

결국 13곳의 보건지소 가운데 6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보건지소에 남은 공중보건의들은 몰려드는 환자들을 돌보느라 체력이 한계에 이르고 있습니다.

[충북 충주 공중보건의 (음성변조)] "(매일 보건소에) 예방접종 예진하러 오시는 분들까지 포함하면 한 8, 90명쯤 돼요. 자리를 비우면 그분들을 못 보다 보니까‥육아 시간도 못 쓰고 병가도 못 쓰게‥"

충북 음성군 역시 보건지소를 담당하던 공보의 4명 가운데 두 명이 파견을 가면서 보건지소 두 곳이 임시 휴진에 들어갔습니다.

병원도, 약국도 없는 의료취약지역을 찾아가 만성질환과 감염병 등을 관리해온 공보의들은 남겨진 주민들 생각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충북 음성 공중보건의 (음성변조)] "보건지소 오시는 어르신들 평균 나이가 한 80대‥70~80대 정도 되세요. '이제 이날에만 딱 정해져서 오셔야 된다'라고 해야 되다 보니까 저희가 어떻게 봐드릴 수가 없는 거고‥"

이런 가운데 정부가 오는 9일부터 2백여 명의 공보의와 군의관을 응급 의료기관에 추가 파견하기로 하면서, 지역 의료공백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습니다.

현장검증 조국현, 김태윤입니다.

영상취재 : 한재훈 / 영상편집 : 이화영 허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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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한재훈 / 영상편집 : 이화영 허유빈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634510_365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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