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 작가 "'유어 아너', 몰아서 보면 보석 발견할 거예요"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시청자들이 '유어 아너'의 메시지를 한 번에 이해하기는 어려울 수 있어요. 얼핏 보면 개연성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죠. 그렇지만 시간을 내서 10부까지 한 번에 몰아서 보면 그 안에 촘촘히 박혀 있는 보석들을 볼 있을 겁니다."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유어 아너' 각본을 집필한 김재환 작가는 6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언론 인터뷰에서 시청자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유어 아너'는 존경받는 부장판사 송판호(손현주 분)의 아들 호영(김도훈)이 차를 운전하다가 대기업으로 위장한 폭력조직 수장 김강헌(김명민)의 아들을 들이받아 죽게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같은 제목('Kvodo')의 이스라엘 드라마가 원작이다.
김 작가가 '유어 아너'를 한 번에 몰아서 보라고 당부한 것은 작품 속 인물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뒤얽히는 데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이야기 속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청렴한 공직자 송판호는 호영을 자수시키려 하지만, 피해자가 하필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김강헌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접하고 마음을 바꿔 사건을 은폐한다. 아들을 죽게 만든 이를 추적하는 김강헌과 아들을 구하려 증거를 조작하는 송판호의 쫓고 쫓기는 싸움이 이렇게 시작된다.
두 인물의 부성애가 충돌하는 한편 다른 인물들도 극단적으로 움직인다. 엉뚱하게도 이상택이란 인물이 김강헌의 아들을 죽인 용의자로 지목되고, 이에 김강헌의 아내 마지영(정애연)은 이상택의 집에 가스 폭발을 일으켜 늙은 어머니와 어린 딸이 숨지게 한다.
김 작가는 '유어 아너'의 이런 이야기 전개에 대해 "숨진 할머니와 손녀는 지구온난화로 물에 잠기는 태평양의 아름답고 작은 섬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는 "지구온난화에 책임이 있는 나라들이 물에 잠기면 모든 사람이 인과응보로 여기고 문제의 해결도 그 나라들에 떠넘기겠지만, 아무런 책임도 없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작은 섬들이 물에 잠기기 때문에 세계 모든 사람이 환경 문제에 경각심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할머니와 손녀는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으로 그려졌다"며 "그런 두 사람이 희생되는 것은 주요 인물들의 철학과 정의, 두 주인공의 부성애가 서로 충돌하면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깨닫게 한다"고 덧붙였다.
'유어 아너'는 흥미로운 상황과 언제 누가 다치고 죽을지 모르는 긴박한 전개로 눈길을 끈다. 이 드라마 시청률은 1부에 1.7%에 그쳤으나 거의 매회 올라 이달 3일 방영된 8부에선 4.7%를 기록했다.
흥미로운 서사만큼이나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것은 배우들의 열연이다. 두 주인공을 연기한 손현주와 김명민은 물론 대부분의 배우가 뛰어난 연기로 호평받고 있다.
김 작가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어 아너'를 두고 '연기 때문에 본다'는 댓글을 봤는데, 솔직히 저도 그 말에 동의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손현주, 김명민 두 배우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배우들도 모두 제 예상보다 더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그는 또 "손현주, 김명민 두 배우가 이번 작품에 출연해준다고 했을 때 마치 양부모를 만난 보육원의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고 빗대며 "이 각본이 좋은 드라마가 되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다만 많은 시청자가 '유어 아너'의 장점을 칭찬하면서도 ENA와 지니TV를 통해서만 시청할 수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작가는 이 같은 반응에 "'유어 아너' 대본을 4부까지 썼을 때 기획서와 함께 거의 모든 방송사와 플랫폼에 제안했는데, 그때 손을 내밀었던 것이 지니TV였다"며 "드라마가 만들어진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고 지니TV의 방영 방식에는 불만이 없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2000년 영화진흥위원회의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아내 이야기'로 우수상을 받으며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영화 '역전에 산다(2003)와 '인천상륙작전'(2016), '도굴'(2020) 등을 각색했고 '고령화 가족'(2015), '증거불충분'(2017), '뒤틀린 집'(2021) 등의 각본을 썼다.
최근에는 지난해 공개된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시대'의 각본을 썼고, '유어 아너'에 이어 로맨틱 코미디 장르 드라마의 집필도 계획하고 있다.
김 작가는 "저는 모든 장르의 작품을 다 쓸 수 있다고 자부하고, 실제 다 써봤다"며 "앞으로 어떤 장르가 됐건 30년이나 50년이 지나도 가치가 훼손되지 않고 클래식으로 칭송받는 고전 문학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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