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원점 논의" 당정 언급에…"결국 의사가 이겼나"?

이미나 2024. 9. 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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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정부·여당이 '의대 증원 원점 논의'를 언급하며 의료계에 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응급실 대란에 국민적 불안감이 높아가는 상황에서 일부 국민들은 "결국 의사가 이겼나"라는 반응도 보였다.

6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이라도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포함해 의료 개혁 문제에 대해 얼마든지 열린 마음으로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와 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회의 후 기자들에게는 "정부도 의료계가 참여하면 얼마든지 원점에서 논의를 시작해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적정 규모 논의에 열린 마음으로 참여할 입장을 갖고 있고, 당도 마찬가지"라고도 했다.

대통령실 역시 2026년 증원 규모를 조정할 수 있으며 여·야·의·정 협의체도 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여·야·의·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 의대 증원의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4자 협의체를 제안하면서 "대통령실에서도 공감하는 사안으로 안다"고 했다.

이처럼 의료공백 해법에서 온도 차를 보였던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잇따라 의대 정원 재논의 가능성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그동안 좀처럼 성사되지 못했던 의정 대화가 시작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의료계가 합리적인 안을 가져오면 2026년 의대 정원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은 정부가 그동안 견지해온 입장이지만, '원점 논의'나 '제로베이스'를 강조한 제안은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입장을 엿보게 한다.

5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소아 환자가 들어가고 있다. 아주대병원은 이날부터 '권역응급의료센터 제한 진료'를 시행하며 목요일 오전 7시부터 24시간 동안은 16세 이상 심정지 환자만 수용할 계획이다. 사진=뉴스1

이탈한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는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병원을 지켜온 전문의 등 인력들이 '번아웃'을 호소하고 있고, 그러는 사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실 의사 부족과 배후진료 차질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원점 논의' 입장이 나오자 한 공무원은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에 "결국 의사가 이겼네. 정부도 국민도 무릎을 꿇는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게시자는 "국민 1명이 죽으면 의사 욕을 하고 10명이 죽으면 의사를 처벌하지만 국민 100명이 죽으면 정부 욕을 하고 결국 정부가 굴복한다던 말이 맞았다"면서 "현재 응급실 마비로 100명은커녕 2살 여아 의식불명, 70대 노인 사망, 여대생 의식불명 보도가 이어지자 야당, 언론은 물론 다수 국민까지 정부를 욕하기 시작했다"고 적었다.

이어 "몇 명 더 사망하고 의식불명 되면 증원 0명 수용하고 대통령실 대국민 사과하고 복지부 장·차관 경질될 것이다. 의사에게 덤비지 마라"라고 덧붙였다.

해당 글에는 "의대 증원이 성공할 거라 생각한 게 헛된 기대였다. 전 정권은 이렇게 못해서 안 했겠나", "역시 의사가 정부를 무릎 꿇리네", "윤석열이나 되니까 이 정도 끓고 왔지 어떤 정권도 시작도 못 했다", "누구도 승자가 없다. 정부도 더 이상 대책이 없고 의사 이미지도 나락 갔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앞서 아주대병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 제한 진료'를 시행하며 5일 오전 7시부터 24시간 동안은 16세 이상 심정지 환자만 수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119 구급차에 탄 환자들이 '응급실 뺑뺑이'를 하는 사례가 연이어 보도되면서 추석연휴를 앞두고 의료붕괴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여론조사업체 갤럽이 공개한 자체 정례여론조사(3~5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1명 대상으로 무선전화 전화 인터뷰 조사 방식으로 진행)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은 '아플 때 진료받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고 답했다.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는 여전히 크지만, 2026년도 의대 정원 등은 유예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과반에 가까웠다. 

다만 여전히 국민들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의견이 높았다. 응답자의 56%가 '잘된 일', 34%는 '잘못된 일'이라고 답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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