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 내세웠던 커원저, 부동산 비리로 구속… “야당 힘 꺾여 라이칭더 힘 받을 듯”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4. 9. 6.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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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원저

‘새싹 부대’로 불리는 대만 2030세대의 절대적 지지에 힘입어 올해 초 대만 총통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커원저(65) 전 민중당 주석이 부동산 개발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청렴’을 내세워 대만 청년들을 사로잡았던 그가 비리 의혹에 휩싸이면서 제2 야당인 민중당은 2019년 창당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반중 성향 라이칭더에 대한 야당 연합의 견제가 약화되면서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도 크다.

6일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타이베이 지방법원은 전날 커원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재청구를 받아들였다. 검찰에 따르면 타이베이 숭산구(區) 징화청 쇼핑센터의 재건축 사업에서 2021년 건물 용적률이 560%에서 840%로 갑자기 상향되며 건설사 측이 200억 대만달러(약 8300억원)의 부당 이익을 얻었는데, 이 과정에 당시 타이베이 시장이었던 커원저가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커원저는 이 같은 혐의로 지난달 31일 체포돼 구속영장이 청구됐었지만, 법원은 2일 이를 기각했다가 사흘 만에 번복한 것이다.

의사 출신인 커원저는 2014년 무소속으로 타이베이 시장에 당선됐고, 2018년 연임에 성공했다. 2019년 중도 성향 민중당을 창당하며 민진당·국민당의 양당 구도에 도전장을 냈다. 대만 총통 선거에 출마한 뒤에는 거대 양당이 대립하는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 대신 ‘민생’과 ‘청렴’을 강조하며 전폭적인 젊은 층의 지지를 받았다. 지난 1월 총통선거에서 커원저는 예상보다 훨씬 높은 26%(369만표)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사실상 승자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함께 치른 입법위원 선거에서 민진당(51석)과 국민당(52석)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상황에서 민중당은 8석을 차지하며 확실한 캐스팅보트로도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그가 개발 비리에 연루됐다는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당사자뿐 아니라 민중당도 치명타를 입게 될 전망이다. 게다가 커원저는 이번 사건과 별개로 지난 1월 총통 선거 당시 선거보조금으로 부동산을 개인적으로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정치 자금을 부실하게 신고한 사실까지 추가로 드러나면서 지난달 30일 민중당 주석직에서 3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사퇴하는 등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린 상태다.

민중당은 격렬하게 반발하며 이번 수사의 배후에 민진당 정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중당은 커원저가 구속된 뒤 낸 성명에서 “판사가 추측만으로 범죄 혐의를 씌워 사법의 엄밀성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민중당은 “민진당이 지난 1월 커원저 전 주석의 비리 혐의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검찰 수사가 본격 시작됐다”며 “이는 라이칭더 정권의 사법 공작을 통한 탄압”이라고도 주장해왔다.

수사·재판 과정에서 커원저의 결백이 입증되지 않을 경우 이번 사건은 대만 정국을 여당에 유리한 구도로 바꾸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민중당이 멸망 직전에 이르며 대만 야당 연합이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에서 라이칭더의 대만 독립 노선을 견제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친중 성향인 제1 야당 국민당은 커원저가 코너에 몰리자 발을 빼는 모양새다. 연합조보는 “커원저 체포 이후 국민당 측은 연루를 우려해 침묵으로 일관했고, 마잉주 전 대만 총통만이 나서서 몇 마디를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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