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어 아너' 손현주 "목숨 걸고 있다" 외친 사연
황소영 기자 2024. 9. 6. 18:23
배우 손현주(59)가 올해로 데뷔 33주년을 맞았다. 30년 넘도록 연기 외길 인생을 걸으며 열정 넘치는 모습을 보여줘 '믿고 보는 배우'로 통하고 있는 상황. 그런 그가 "(늘) 목숨 걸고 있다"라고 외쳐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 이유인즉슨, "얼굴 때문에 대학로에서 넘어온 이후부터 고난과 고통이 따르는 배역을 많이 주는 것 같다. 목숨을 걸지 않으면 나 같은 인물을 가진 배우들은 살아남기 어렵다. 나도 잘생기고 싶다"라는 능청스러운 셀프 디스 발언 때문. 무르익은 입담으로 인터뷰 내내 분위기를 쥐락펴락 했다.
손현주는 현재 종영까지 2회를 앞둔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유어 아너'에서 주인공 송판호 역으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작품마다 압도적인 연기력과 카리스마로 활약한 손현주는 '유어 아너' 속 우직한 판사에서 살인 은폐자로, 한순간에 무너진 송판호의 공포와 불안감, 집요한 부성애를 신들린 듯한 연기력으로 그려내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붉게 충혈된 눈으로 수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눈빛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시청률은 4.7%(닐슨코리아 전국 케이블 기준)의 자체 최고를 기록, 5% 돌파를 목전에 뒀다.
손현주는 현재 종영까지 2회를 앞둔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유어 아너'에서 주인공 송판호 역으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작품마다 압도적인 연기력과 카리스마로 활약한 손현주는 '유어 아너' 속 우직한 판사에서 살인 은폐자로, 한순간에 무너진 송판호의 공포와 불안감, 집요한 부성애를 신들린 듯한 연기력으로 그려내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붉게 충혈된 눈으로 수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눈빛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시청률은 4.7%(닐슨코리아 전국 케이블 기준)의 자체 최고를 기록, 5% 돌파를 목전에 뒀다.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작가님의 책이 재밌기도 했고 같이 10년 이상 일한 내 매니저 실장이 '선배는 고생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하더라. 드라마 '추적자 더 체이서'(이하 '추적자')란 작품을 한 지 10년 좀 넘었는데 그 작품에서 고생을 많이 했고 이후 들어오는 영화들도 쉬운 역할은 없었다. 이번에도 '에이 얼마나 고생스럽겠나' 하는 생각으로 했는데 진짜 힘들긴 하더라."
-매니저의 '손현주는 고생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하나.
"100% 공감한다. 매니저는 차 태워주고 장소 이동해 주는 사람이 아니다. 동반자다. 아직까지도 욕심이 있는 것 같다. 배가 고픈지 더 고생해야 한다고 한다. 따르겠다. 지금까지도 그랬다. 편한 드라마를 해본 적이 별로 없다."
-작년엔 작품 활동이 뜸했었다.
"사실 이 작품이 작년에 촬영 됐었어야 했다. 수정 전 대본을 받은 게 재작년 말이었다. 여러 가지 것들 때문에 늦어졌고 덕분에 작년에 한 게 없었다. 드라마 '세작, 매혹된 자들'이란 작품 하나를 했는데 조남국 감독이 같이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그런데 이 작품을 하면 '유어 아너'와 스케줄이 중복되는 느낌이라 카메오 출연 정도로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서 신세경 씨 아버지 역할인 강항순으로 출연했던 것이다. 3회 만에 유배를 가고 끝나는 역할인데 그렇게 나의 1년을 보냈다. 이번에도 못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음 주에 끝나는 걸 보니 이제 안심이 된다."
-원작을 본 적이 있나.
"이스라엘 원작과 미국 리메이크 작품이 있다고 들었는데 보지는 못했다. 딱 하나 본 게 있다면 매니저가 미국 리메이크 작품에 나왔던 장면 중 하나를 캡처해서 보내준 것이다. 송판호 역을 맡은 사람이 거의 노숙자처럼 허름한 차림을 하고 있는 스틸이었다. 지금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강렬했다. 5회 촬영 이후 짧게 편집된 짧은 분량을 한 번 봤다. 우리나라 버전과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김재환 작가, 표민수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원작과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원작을 보는 게 낫냐고 물으니 안 봐도 된다고 해서 따로 참고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원작에선 부드러운 아버지, 살가운 아버지 같은데 원작을 봤다면 부드럽게 갔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서상 그렇게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내 방식대로의 연기를 해보자, 표현해 보자고 생각해서 그렇게 풀어냈던 것이다."
-송판호를 연기할 때 어떤 점에 집중했나.
"극 중 심리적인 표현이 많은데 심리가 힘들면 육체도 힘들다. 나 나름대로 정리해야 할 것들이 있어서 연천 세트 근처 숙소에서 지냈다. 한국 정서상 아버지가 감춰야 하지 않나, 어떻게 하면 들키지 않고 감출 수 있을까, 어떻게 표현을 할까 고민했다. 되도록 어떻게 하면 잘 숨길 수 있을까 그게 잘 표현되는 방법이 뭘까 고민했던 것 같다."
-연천 생활이 힘들지는 않았나.
"사실 연천에 들어갔을 때 힘들고 고통스러운 신을 많이 찍었다. 더 힘들었던 게 내 친형이 (하늘나라로) 갔다. 질병도 없던 형이 갔다. 일정상 촬영을 끝내야 하는데 끝내지 못하고 발인까지 하고 다시 촬영에 합류해서 세트에 돌아갈 수밖에 없었는데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여러 마음이 들어 스스로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것 같다. 요즘 형 생각이 다시금 많이 나고 있다. 아마 잘 보고 있을 것이다. 형은 늘 내 팬이었다. 동생을 너무 아껴 손발이 오글거릴 때도 있었는데 그런 형이 가서 가슴 아프지만 다음 주 방송까지 보고 형한테 갈 생각이다. 형에게 가서 어떻게 봤는지 물어보고 싶다."
-파트너 김명민과의 호흡은.
"김명민 씨와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났다. 꼭 만나고 싶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소중한 인연이 한 명 더 늘었다. 진중한 사람이다. 다시금 꼭 만나고 싶다. 같이 연기할 땐 실제로 무섭고, 무서워서 죽을 것 같은 마음이었다. 평상시 연기할 때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미리 정하고 가지 않는다. 상황만 파악하고 간다. 공간적 인지를 위해 일찍 촬영장에 가서 봤다. 질리도록 겁이 나는 것들이 바탕에 깔려 있지 않나. 진짜 김명민 씨가 총 건네줬을 때 손이 덜덜 떨렸다. 앞으로 어떤 드라마를 만나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할 것 같다."
-서민과 권력자 양극단의 연기를 펼쳐왔는데 어느 쪽이 더 끌리나.
"배우에겐 주기가 있는 것 같다. 그렇게 흘러갔다. 안 하고 싶어도 자꾸 그런 역할이 들어온다. '추적자' 이후 장르물을 많이 했다. 그때부터 쉽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쫓기고 심리적으로 몰리다 스스로 목숨 끊고. 아무튼 작품들이 날 편하게 하지 않더라. 대학로에서 넘어와 얼굴 때문에 고난과 고통이 따르는 배역을 많이 주는 것 같다. 목숨을 걸고 있다. 목숨을 걸지 않으면 나 같은 인물을 가진 배우들은 살아남기 어렵다. 나도 잘생기고 싶다. '추적자' 이전엔 기타 치고 노래 부르는 소시민 역할을 많이 했다. 2집까지 냈으면 됐지 뭘 또 더 내나. 커피 자판기 관리하는 사람, 직업 없는 사람, 장인어른 댁에 얹혀 사는데 정신 못 차리는 사람 등을 했다. 그런 역할을 하면 몸이 많이 풀어진다. 눈이 맑은, 유쾌하고 재밌게 나오는 역할을 하고 싶다. MZ세대들은 내가 코미디 한 걸 모를 수도 있다. 나름의 방식으로 웃음을 전하고 싶다."
-아들 송호영 역의 후배 김도훈과 연기 호흡은 어땠나.
"김도훈 같은 경우 처음에 대화를 별로 안 했다. 4회까지, 5회까지 대본 봤을 때 별로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메서드 연기는 아닌데 지금의 MZ세대들 말고 보통의 아버지들은 아들과 그렇게 살갑게 대화를 하진 않았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대화를) 잘하지 않았다. 그러다 8회 현장 때 진심으로 안아준 적이 있다. 나도 모르게 뜨거움을 느꼈고 그 친구도 뜨거움을 받았다. 이게 속정이 아닌가 생각 됐다. 그런 속정이 없었다면 드라마를 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김도훈, 허남준 이 두 사람이 어떻게 변해가는가를 많이 봐 달라. 특히 하남준은 클리셰가 없더라. 프레임 안에서 시선이 벗어날 때가 많아 희한했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웠다. 기존에 해왔던 연기를 하는 친구들이 아니라서 발전 가능성이 높은 친구들이다."
-실제로도 아버지니까 부성애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은데.
"송판호라면 무조건 자수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자수해서 일을 쉽게 풀어야지 잘못된 길을 가서 몸이 고달팠던 것이다. 4회에 김강헌을 쐈으면 끝났을 것을, 그럼 4부작으로 끝날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은 선택으로 10부작까지 간 것이다. 결국은 판단 미스다. 잘못된 부성애라 생각했다."
-시청자들 혹은 주변 지인들의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아내가 TV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아닌데 본방사수를 하더라. 굉장히 몰입해서 봤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연락이 오고 동료 지인들에게 연락이 많이 왔다. 보통 드라마를 보면서 지인들에게 연락이 오지는 않는다. 동료 지인들에게 연락이 온다는 건 보고 있구나, 느끼고 있구나란 생각을 하게 되는 지점이었다. 다음 회가 어떻게 될지 내가 표현을 했지만 편집을 본 건 아니니 궁금하다."
-종영 이후 계획은.
"정신적으로 힘든 드라마를 하면 걸을 수밖에 없다. 남들처럼 골프를 좋아하고 싶은데 필드를 나간 적 없다. 걷는 것뿐이다. 산을 좋아한다. 다음 주 방송 끝나면 또 걸으러 갈 예정이다. 일주일이고 이주일이고 머리를 좀 편하게, 시원하게 송판호에 대한 생각을 잊을 예정이다."
-결말에 대한 만족감은.
"답답하게 보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만약 시즌2가 시작된다면 반성할 때라고 말하고 싶다. '반성하고 있느냐'. '어떻게 반성할 것이냐'. 앞으로 판사직은 못할 것이다. 열린 결말로 끝나는데 만약 시즌2를 한다면 출연료도 깎고 일정도 다 맞출 것이다. 보여주고 싶은 걸 더 보여주고 싶다. 욕심만 덜 부리면 시즌2를 하게 되더라도 초심 잃지 않고 갈 수 있지 않을까. 과거 드라마 '모범형사'도 내가 징징대서 시즌2가 제작이 됐었는데 '유어 아너'도 잘 논의를 해서 시즌2가 나왔으면 좋겠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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