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김문기와 골프·낚시했지만 기억나는 사람 아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 피고인 신문에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2015년 호주 출장에서 골프와 낚시 등을 함께 한 건 맞는 듯하지만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남시장 시절 김씨를 몰랐다’는 기존 주장을 이어간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한성진) 심리로 열린 선거법 재판 피고인 신문에서 김씨와 출장에서 레저 활동을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기억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 대표는 대선 기간 김씨를 성남시장 시절 알았으면서도 방송에서 몰랐다고 하고, 국정감사에서 국토부 협박으로 백현동 개발 부지 용도를 상향 조정했다고 거짓말한 혐의(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지난 대선 이후 ‘7개 사건 11개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가 피고인으로 검찰의 신문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는 “2015년 1월 호주의 골프장에서 김씨, 유동규(전 성남도개공 본부장)씨와 골프를 쳤느냐”는 검사 질문에 “팩트인 거 같다”면서도 “어떻게 진행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골프 일정이 예정된 것이 맞느냐’, ‘김씨와 골프 치러 가는 것을 몰랐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기억에 없다”고만 했다. 검사가 골프장에서 함께 대화했다는 유씨 진술을 제시하자, 이 대표는 “기억에 없고 하위 직원들과 체통 떨어지게 사소한 잡담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검사가 “공식 출장 일정에서 이탈해 4~5시간 골프를 친 건 이례적이지 않느냐”고 묻자, 이 대표는 “검사님들 2년 가까이 보는데도 이름 매치되는 분이 잘 없다”며 “출장을 누구하고 갔던지 당연히 기억은 안 난다”고 했다.
같은 호주 출장 때 시드니의 한 해변가에서 김씨 등과 갯바위 낚시를 한 사실도 이 대표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바닷가에 가서 낚싯대 빌려서 했던 건 맞는 거 같다”면서도 “기억이 혼재하다. 사진 보고 기억나는 정도”라고 했다.
이 대표는 “검찰은 (김씨 같은) 하위 직급 실무자와 특별한 관계라는 것을 상상하고 싶어 하는데, 시장이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며 “그 사람(김문기)과의 특별한 인연이 기억에 없었기 때문에 제가 거기에 대해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유동규만 해도 엄청 시끄러운데”라고 했다.
이 대표와 검찰은 이날 신문 내내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이 대표는 김씨와의 관련성을 묻는 검사 질문에 수차례 “질문이 많아 일률적 답변이 어렵다” “팩트 위주로 질문해달라”고 받아쳤다. 이 대표는 검찰이 질문하던 도중 끊고 답변을 하거나, 오른손을 가로젓고 고개를 흔들며 주장을 이어나가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답변 태도를 지적하며 정확한 답을 요구했다. 검사는 “질문이 끝나면 답변을 하라” “묻는 것에 정확히 답변하라”고 했다. 이 대표가 계속 질문을 다시 해달라고 요구하자 검사가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오는 20일 남은 피고인 신문을 진행하고, 이 대표의 최후 진술과 검찰의 구형 의견을 듣는 결심(結審)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결심부터 선고까지 한 달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선고 공판은 빠르면 10월 말쯤 열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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