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길 바란 듯"·"그런 응원 없다"…한국 축구 왜 이 지경 됐나? [스프]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2024. 9. 6. 18:18
'우우~' 하는 야유로 시작해 야유로 끝났습니다. 경기장 밖의 축구계 문제가 경기장 안으로 들어와 분위기가 어수선했습니다. 결국 FIFA 랭킹 96위인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졸전 끝에 무승부로 끝나자 팬들의 분노는 폭발했습니다.
경기 뒤 김민재 선수와 응원단이 갈등을 빚는 듯한 상황이 발생하는 등 흔들리는 한국 축구의 모습이 그대로 노출됐습니다. 대한축구협회와 정몽규 회장, 홍명보 감독에게 다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김민재 "못하길 바란 듯"…붉은악마 "그런 응원 없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김민재 선수는 "일부 팬들이 우리가 못하길 바라고 응원하는게 아쉬워서 그랬다. 우리가 처음부터 못한 게 아니었는데 야유가 들렸다"고 말했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팬들 사이에서 터져 나온 야유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겁니다.
하지만, 김민재 선수가 야유의 이유를 오해한 것으로 보입니다. 팬들의 야유는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과 논란 속에 선임된 홍명보 감독을 향했기 때문입니다.
축구 국가대표팀 서포터스 붉은악마는 SNS를 통해 "거짓으로 일관하는 협회와 스스로 본인의 신념을 저버린 감독에 대한 항의와 야유였다"고 밝혔습니다.
또, 김민재 선수의 "못하길 바라고 응원하는게 아쉬워서 그랬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붉은악마가 탄생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선수들과 모든 순간들을 함께했고 어떠한 순간에도 '못하길 바라고', '지기를 바라고' 응원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김민재 선수가 좋은 결과가 안 나온 아쉬움에, 그리고 오해에 그랬던 것 같다. 단, 표현의 방법과 장소는 매우 아쉽다"고도 했습니다.
간절히 승리를 바랐던 김민재 선수가 좋은 결과가 안 나온 아쉬움에 그리고 오해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단, 표현의 방법과 장소는 매우 아쉽습니다.
- 붉은악마 SNS
축구 관련 커뮤니티에는 "야유도 선수가 감당해야 할 문제", "야유 받았다고 관중석에 달려오는 선수가 어디 있나" 등의 글이 올라왔는데요, 붉은악마도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전 필요했던 홍명보호, '졸전'으로 침울
'한국 축구의 암흑시대', '현대 쩌리', '피노키홍', '일진놀이 몽규! 협회는 삼류!' 등과 같은 펼침막이 응원단석에서 넘실거렸습니다.
선수단 소개 때와 경기 도중에 홍명보 감독이 전광판에 비춰지면 "우우~"하는 야유가 터졌고, 북소리에 맞춰 "정몽규 나가!"라는 구호도 상암벌에 울려 퍼졌습니다.
축구협회와 정몽규 회장, 홍명보 감독에 대한 불만이 관중석에서 표출된 겁니다.
축구협회는 클린스만 후임으로 홍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절차상의 투명성을 무시하는 등 행정의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홍 감독은 현역 K리그 팀을 지휘하던 와중에 팀을 버리고 떠난 데다, 대표팀 감독직을 맡지 않겠다는 약속을 뒤집어 비난을 샀습니다. '피노키홍'이란 조롱이 따라다니는 이유입니다.
정몽규 회장이나 홍명보 감독은 비난 여론을 가라앉히기 위해 팔레스타인전 승리가 간절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력이 한참 떨어지는 첫 상대와 졸전을 편 데다 선수와 응원단이 갈등까지 빚으면서 홍명보호 분위기는 침울하게 가라앉았습니다.
선수들, 홍 감독에 힘 실었지만...
선수들은 경기 뒤 응원을 당부했습니다. 캡틴 손흥민은 "염치없지만 선수들을 위해 팬들에게 응원과 사랑을 부탁한다"고 했습니다.
경기 외적인 상황, 특히 홍명보 감독 체제를 옹호하는 인터뷰도 해야 했습니다.
손흥민 선수는 "(감독은) 이미 결정된 가운데 저희가 바꿀 수는 없는 부분이다. 어렵지만 많은 응원과 사랑 부탁드린다"며 홍 감독을 향한 팬들의 야유에 편치 않은 심경을 말했습니다.
이강인 선수도 홍 감독에 대한 팬들의 차가운 반응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홍 감독 복귀 이후) 오늘이 첫 경기였는데, 응원이 아닌 야유로 시작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저희 선수들은 100% 감독님을 믿고, 감독님을 따라야 한다"고 홍 감독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저희 선수들은 100% 감독님을 믿고, 감독님을 따라야 하고, 충분히 감독님이 우리를 꼭 이기는, 좋은 축구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실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런 인터뷰가 선수들의 몫이라는 것 자체가 한국 축구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라운드 밖의 외풍을 선수들이 감당해야 하는 겁니다.
축구협회가 응답할 차례
당장 홍명보호 체제에 변화는 없을 듯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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