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출구전략 급물살 … 韓 협의체 제안에 용산 '즉각 환영'
'2000명 증원' 고수하던 용산
전날 한동훈·장상윤 면담서
의료대란 해결 공감대 형성
대통령실 "협의체 환영" 호응
의대생·전공의 단체 포함 단서
민주당 "내년도 증원도 논의"
◆ 의정 갈등 분수령 ◆
대통령실이 6일 의대 정원 문제를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할 수 있다며 의료계를 향해 대화 테이블에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내용을 수용하는 형태로 여야 정치권까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의료계가 이른바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에 동의한다면 6개월 이상 지속된 의정 갈등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아갈 수 있게 됐다. 대통령실은 '의료계의 합리적 대안 제시'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의대 정원 문제를 놓고 원점에서부터 대화에 응하겠다는 태도로 전환했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의료계가 통일된 숫자를 가져오지 않으면 2026년에도 2000명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한 대표가 지난달 2026년 의대 증원 유예안을 꺼낸 뒤에는 당정 갈등이 비화될 조짐마저 보였다. 하지만 추석 연휴 의료 공백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자 당정이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의 기류 변화는 윤 대통령이 지난 4일 심야 시간에 응급실을 방문한 것에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은 응급실 의료진을 직접 만나 정당한 보상과 처우 개선을 약속하는 동시에 정부의 그간 대책이 미흡했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했다.
이어 5일에는 한 대표와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 간에 비공개 면담이 이뤄졌다. 면담 주제는 '4대 개혁 설명'이었지만 이 자리에서 한 대표는 2026년 의대 증원 유예를 재차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와 장 수석은 의료대란 해결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되며 정치권이 참여하는 사회적 기구를 통해 출구전략을 모색하자는 데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이튿날에는 한 대표가 긴급 현안 브리핑 형식으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공식 제안하고 대통령실이 전향적으로 호응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한 대표는 이날 정부 측에 제안했던 2026년 의대 증원 유예안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합리적인 대안을 찾자는 것이니 당연하다"며 "1년 유예 의견까지 내놓은 상태라 (협의체에서) 여러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실이 원점이라는 뜻의 '제로베이스'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장 수석은 이날 한 방송에 출연해 "저희가 제시한 2000명이란 숫자에 구애됨 없이 여야의정 협의체가 구성됐을 때 의료계 대표가 나와서 합리적 안을 제시하면 충분히 논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의정 갈등이 길어지고 국민 불편도 점차 커지면서 의료개혁의 동력이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의료계가 합리적인 제안을 들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대통령실은 의료계가 신속하게 협의체에 참석해줄 것을 호소했다. 장 수석은 "의료계가 많이 나뉘어 있는 게 현실이고 그 안에서 의견을 모으기가 굉장히 어렵다"면서도 "집단행동으로 이탈한 전공의와 의대생 목소리를 대변할 단체나 그런 사람들이 들어오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동안 의정 갈등을 놓고 정부 비판에만 집중했던 더불어민주당도 협의체 구성에 찬성하고 나섰다. 야당은 지난 4일 박찬대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제안한 '여야의정 비상협의체'를 정부·여당이 수용한 것으로 본다며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민주당은 의료대란 문제 촉발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본인 책임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무리한 의대생 증원 방침을 철회할 때 비로소 장차관과 대통령실 참모 경질 등이 의미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주민 민주당 의료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내년인 2025학년도 정원 규모도 논의에서 굳이 배제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이날 "정부가 문제 해결에 전향적인 자세로 전환했다. 국민이 기다리던 일"이라며 "사회적 대화를 시작해 국민의 불안부터 해소하자"고 환영 성명을 냈다.
[김명환 기자 / 우제윤 기자 / 서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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