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후 꺼진 ‘어대한 돌풍’…한동훈 ‘박스권 지지율’의 이유는? [시사저널 여론조사]
차가운 중도 민심…친윤‧TK 내 안티 정서도 숙제로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압도적인 당심을 업고 당권을 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취임 후 45일이 지난 가운데 전당대회에서 불었던 '돌풍'을 전국에서는 아직 재연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친윤(親윤석열)계 지지층의 '안티 한동훈 정서'가 여전한 가운데, 중도층 민심까지 등을 돌리면서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6일 발표됐다,
시사저널이 8월29~31일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11명에게 '차기 대통령감 양자대결 적합도'를 물은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한동훈 대표에게 오차범위(±2.2%포인트) 밖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vs 한동훈' 양자 구도 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54%, 한동훈 대표가 3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없음'은 10%, '잘 모름'은 1%였다. 이 대표는 60대 이상 유권자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우위를 보였다. 특히 40대 유권자에서 가장 큰 지지세(69%)를 기록했다. 다만 60대 유권자에선 이 대표 45%, 한 대표 46%로 오차범위 내 비등한 지지세를 보였으며, 70대 이상 유권자에선 이 대표 33%, 한 대표 57%로 타 연령대와는 상반된 지지세를 기록했다.
한 대표는 수도권을 비롯한 전 지역에서 이 대표에게 뒤졌는데, 특히 '보수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에서도 한 대표가 열세를 보였다. 조사에 따르면 TK에선 이 대표 44%, 한 대표 40%, PK에선 이 대표 49%, 한 대표 42%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이념 성향'에 따른 지지도는 사실상 양당의 전당대회 결과(이 대표 85.4% 득표, 한 대표 62.8% 득표)와 유사했다. 응답자는 자신의 이념에 따라 같은 진영 대표를 지지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그 세기가 달랐다.
진보 성향 응답자의 84%가 이 대표에게 몰표를 보낸 반면, 한 대표는 보수 성향 응답자로부터 65%의 지지를 얻었다. 특히 두 대표 모두 지지하지 않는다는 '없음' 비율이 진보에선 4%, 보수에선 11%로 큰 차이를 보였다. 중도 성향 유권자의 경우 이 대표 지지율이 57%로, 한 대표 지지율(29%)과 두 배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한 후보는 이 대표를 제외한 야권 후보들과의 대결에서도 35% 내외의 '박스권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복권돼 대선 도전이 가능해진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의 양자대결에서 한 대표는 36%, 김 전 지사는 38%의 지지를 얻으며 오차범위 내로 한 대표가 뒤졌다. '없음'은 24%, '잘 모름' 3%였다. '한동훈 vs 김동연' 구도에서도 한 대표는 35%, 김 경기지사는 39%로 김 지사가 소폭 우세했다. '없음'은 23%, '잘 모름' 3%였다. '한동훈 vs 김부겸' 구도에선 한 대표 35%, 김 전 총리 34%로 박빙 구도였다. '없음'은 28%, '잘 모름' 2%로 조사됐다.
특히 한 대표는 반윤(反윤석열) 연대 선봉에 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의 대결에서 큰 열세를 보였다. '한동훈 vs 조국' 양자 구도로 조사한 결과 한 대표 36%, 조 대표 48%로, 오차범위 밖인 12%포인트 격차로 조 대표가 앞섰다. '없음'은 14%, '잘 모름'은 2%였다.
자천타천 언급되는 여야 대권후보 13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감 다자대결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재명 대표가 41%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한동훈 대표는 23%의 지지율로 2위를 기록했다. 이어 △조국 5% △이준석 4% △홍준표 3% △오세훈 3% △원희룡 3% △김동연 2% △이낙연 2% △김경수 2% △김부겸 2% △안철수 2% △나경원 1% 등으로 조사됐다. 기타 후보 2%, '없음·모름'은 6%였다.
'차기 대통령감 개인별 적합도'를 물은 결과 이재명 대표는 '적합하다' 52%, '적합하지 않다' 43%로 조사됐다. '잘 모름'은 5%였다. 특히 진보 성향 유권자들은 82%의 압도적 지지를 보였다. 중도 성향 유권자들은 '적합하다' 53%, '적합하지 않다' 40%로 전체 결과와 유사한 응답 성향을 보였다.
반면 한동훈 대표는 '적합하다' 31%, '적합하지 않다' 61%, '잘 모름' 8%로 부정평가가 두 배 가까이 많았다. 보수 성향 유권자 중 59%가 '적합하다'고 판단했고, 36%는 '적합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중도 성향 유권자들은 '적합하다' 26%, '적합하지 않다' 67%로 한 대표에게 반감을 갖고 있는 이가 과반을 차지했다.
한 대표가 중도층의 표심을 얻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 대표와 갈등을 빚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보수 전통 지지층의 충성도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자로 한정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물었더니 '잘함' 71%, '잘못함' 28%로 조사됐다. 보수 이념 성향의 유권자의 경우 '잘함' 59%, '잘못함' 39%로 집계됐다.
현경보 한국여론평판연구소 대표는 "한동훈 대표가 중도층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여권 내 20~30%대 '안티 한동훈' 세력은 여전하다"며 "여권 내 균열이 일면서 정권 재창출에 적신호가 켜진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조사는 시사저널이 한국여론평판연구소에 의뢰해 8월29~31일 3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유권자 2011명을 대상으로 무선 RDD를 이용한 ARS 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다. 응답률은 2.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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