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지는 R의 공포···"빠르게 중립금리로" 빅컷 목소리 커진다

이완기 기자 2024. 9. 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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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인하폭 논란 확산
FOMC 열흘 앞두고 블랙아웃
"경기침체 선제대응을" 쏟아져
"빅컷, 되레 침체 시그널" 우려
신중한 통화정책 결정 요구도
[서울경제]

최근 금융시장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0.50% 금리 인하)’ 여부가 주목받는 것은 경기 침체 우려가 재부상하고 있어서다. 올해 초 미국의 ‘뜨거운 경제’로 연준이 금리를 더 올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최근 고용과 산업 동향을 알리는 각종 지표들이 경기 냉각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이달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통화정책 관련 발언을 삼가는 ‘블랙아웃’ 기간으로 접어들면서 시장에서는 다양한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경기 침체에 선대응하기 위해 빅컷을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연준이 한 번에 금리를 크게 내릴 경우 외려 경기 침체 우려를 가중시킬 수 있다며 신중한 정책 결정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 연준은 7일부터 ‘블랙아웃’ 기간에 돌입한다. 열흘 뒤 FOMC를 앞두고 있는 만큼 연준 인사들이 통화정책 및 경기 전망 등에 대해 대외적으로 언급을 삼가는 기간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FOMC에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 인하가 결정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최근 미국의 경기 경착륙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잭슨홀미팅’ 연설에서 “통화정책을 조정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언급한 만큼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관건은 금리 인하 수준이다. 통상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한 번에 기준금리를 25bp(bp=0.01%포인트)씩 수정하는데 이번 FOMC는 50bp 인하를 단행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장 큰 이유는 연준의 최대 관심사인 노동시장의 둔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이날 8월 미국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14만 2000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며 예상치인 16만 5000명을 크게 밑돌았다. 12개월 평균 증가 폭은 21만 5000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고용시장 냉각 신호로 읽힌다.

8월 실업률도 4.2%로 7월(4.3%)보다 0.1%포인트 하락했지만 4%대를 유지하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다. 앞서 4일 발표한 구인·이직 보고서에서도 7월 미국의 구인 건수는 767만 3000건으로 2021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미 고용 정보 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이 발표한 8월 민간 고용 증가 폭 역시 2021년 1월 이후 3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은 빅컷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는 양상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고용보고서 발표 직후 금리 선물시장에서는 이달 50bp 금리 인하 전망을 59%, 25bp 인하 전망을 41%로 평가했다. 1주 전만 해도 베이비컷의 비중이 70%를 차지했지만 고용시장 냉각이 확인되면서 빅컷이 우세해진 것이다.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를 서둘러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연준의 50bp 인하를 강조했다. 연준의 중립금리는 약 4%로 현재보다 150bp 낮다면서 “되도록 빨리 중립(금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립금리는 경기를 과열로도, 침체로도 이끌지 않는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씨티그룹도 9월과 11월 각각 50bp의 금리 인하를 전망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월 의장은 언제, 얼마나 빨리 금리를 내릴지에 대해 노동시장 변수를 중심에 두고 있다”며 “만약 8월 고용보고서에서 형편없는 결과가 나온다면 50bp 인하를 예상할 수 있지만 적절한 고용 수준이 유지될 경우 연준은 25bp 인하에 머물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빅컷’이 외려 무리한 정책 행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중앙은행이 나서서 한 번에 금리를 크게 내릴 경우 자칫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글로벌 감사·컨설팅 기업 포비스마자르의 조지 라가리아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큰 폭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시장에 경기 침체 위험이 임박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해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50bp 인하는 시장과 경제에 긴급하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특별한 이유 없이 그렇게 하면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유럽 수석 금융 이코노미스트 모히트 쿠마르도 연준이 50bp를 인하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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