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의료 자살이 개혁?" "실언·노쇼 박민수 차관 경질"…與소장파 분노
참석 1주전 예고됐던 박민수 복지2차관, 전날 급거 불참
김재섭 "여당 의원 설득도 못하고 '노쇼' 처음…경질해야"
박은식, 필수의료진 이탈원인과 의료계-朴차관 악연 설명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국민의힘 현역 국회의원 및 원외당협위원장들과 약속했던 응급의료위기 관련 토론회 전날 급거 불참하면서, 경질론이 가중되고 있다. '환자 본인이 전화로 확인할 수 있는 자체로 경증'이라며 추석 명절 응급실 이용 자제를 거론했다가 설화(舌禍)를 빚은 데 이어서다.
여당 제22대 총선 출마자 중 3040세대 소장파 모임인 '첫목회'는 앞서 5일 저녁 국회 의원회관에서 의정(醫政)충돌·의료공백 장기화에 따른 현장 상황을 공유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자 중 박민수 차관이 포함된 것으로 지난달 27일부터 알려졌었지만, 그는 4일 밤 첫목회 소속 김재섭 의원(서울 도봉갑·초선)에게 불참을 통보했고 추후 참석 의향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주최측은 이에 항의 표시로, 박 차관의 명패를 토론장에 그대로 둔 채 5일 토론했다.
김재섭 의원은 6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하다하다 여당 의원을 대상으로 한 '노쇼'는 처음 본다"며 "박 차관을 특정해 토론회에 모시고자 한 이유는 의정갈등의 핵심 인물이잖나. '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환자다'부터 시작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얘기들과 말실수가 있고, 가장 책임이 큰 분이 하루가 멀다하고 남발하는데 여당 입장에서도 '이건 좀 아니잖나' 다그칠 건 다그치고 의료개혁 힘을 보탤 건 보태자고 불렀는데 안 왔다. 제 상식선에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제가 '불참하게 되면 이유를 공문으로 보내달라, 그리고 언제 참여할 수 있는지도 명시하라'고 요구했었는데, (박 차관이) 못 온 이유는 '이런 업무도 생겼고 저런 업무도 생겼고' 줄줄이 적었다. 하지만 '그래서 언제 올 거냐'는 질문에는 그냥 대답을 안 하고 무시해버리더라"라고 불쾌감을 표했다. 이어 "그냥 여기 오기 싫다는 소리"라며 "여당 의원이고 의료개혁에 힘을 보태고자 하는 사람조차 직면해 설득할 용기가 없는 사람이 무슨 국민을 설득하나"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이번 대통령 담화(국정브리핑)와 박 차관의 '노쇼'를 보면서 정부가 우리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는 의료현장과는 한참 동떨어진 형태의 인식을 하고, 정말 '행복 회로'(확증편향적 사고)를 열심히 돌리고 있구나 생각이 여실히 들더라. 지금 의료현장은 말 그대로 대란"이라며, 나경원 의원과 김종혁 최고위원에 이어 "(박 차관을) 경질해야 한다"고 했다. "전공의가 90% 이탈한 비상상황이 '원활'하면, 정상 상황이면 더 원활했던 거잖나. 의료개혁은 왜 해야하나"라고도 물었다.
전날 저녁 토론회엔 복지부 측 정윤순 보건의료정책실장이 대리 참석했다. 첫목회 간사 이재영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은 박 차관의 불참에 "저희도 실망감이 있다"고 밝힌 한편 "(의료대란 문제에 소극적이던) 의원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 의원총회를 하든 어떤 형태가 됐든"이라고 촉구했다. 내과 전문의이자 광주 동남을 총선 후보였던 박은식 전 비상대책위원은 '20등이 되고 싶은 2등, 대한민국 선진 의료의 자살'이란 발제에 나선 가운데 "박 차관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은식 전 비대위원은 "대한민국 의료는 저수가, 숙련된 전문의, 많은 의료기기, 빠른 접근성 등으로 각종 의료 관련 지표를 보면 전교 200명 중 2등 정도"라며 "그런데 왜 2등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20등이 되려고 하나"라고 했다. '한국 2등'은 영국 싱크탱크인 레가툼연구소가 매년 발표하는 '번영 지수' 중에서도 건강분야가 2023년도 167개국 중 1위인 싱가포르(86.89점)를 도시국가로서 제외하면 2위 일본(86.50점) 바로 다음이 한국(84.80)이란 점에 근거했다.
그는 바이탈(Vital) 필수 의료진 이탈이 계속되는 이유로 모든 민간의료기관에 건강보험 가입이 강제되는 당연지정제부터 들었다. 또 의료수가를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25인 중 실질적인 의사직역 대표가 대한의사협회 회장 1인(공급자 대표 6인 중 1인)에 불과한 현실을 짚었다. '무과실 배상'도 빈번한 소송 리스크,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인정한' 원가 이하 수가(급여), 산부인과 이탈을 가속화한 포괄수가제, 실손보험, 부실한 수련시스템 등도 지적했다.
그럼에도 한국 의료의 질이 세계적인 수준이었다며 "일을 실수없이 빨리 처리하는 '전문의' 비율이 높고, 최종진단 기기가 많아 빠른 진단이 가능"한 데다 "(2020년 OECD통계 중) 국민 1인당 의사 외래진료 횟수 1위, 총 병원 병상수 1위로 의료접근성 끝판왕에 지역별 의사분포가 가장 고른 나라"였음을 짚었다. OECD 건강지표 중 한국이 2020년 기대수명 2위(83.5년), 2019년 치료가능사망률(낮을수록 높아짐)에서 2위(인구 10만명 당 42.0명)를 달성한 사례도 함께 짚었다.
박 전 비대위원은 윤석열 정권 초기 교육·노동·연금 3대 개혁에서 의료개혁이 갑자기 추가됐다면서 "분명히 이걸 조장하고 의사를 무조건 늘려야 한다는 참모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총선 2개월 전에 필수의료 패키지가 발표됐고, 전공의들이 예상과 달리 파업이 아니라 사직을 해버리자 정부 대책이 꼬여버렸다"며 "이 과정에서 복지부 박 차관은 (사직서수리금지명령을 내리며) '공공복리를 위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는데 이게 말이 되나"라고 했다.
그는 4·10 총선 출마자 입장에서도 "(의대 2000명 증원은 최소한의 규모라는) 4월1일 대통령 담화를 보고 많은 이들이 이번 선거는 망했다고 느꼈을 것"이라며 "정부가 의료계 일각의 (의약분업 이후 줄였던 350명 안팎) '점진적 증원' 주장에 귀를 기울였다면 다수의 낙선자들로 구성된 첫목회도 결성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의료패키지 정책 강행) 이후 의료체계가 붕괴되며 환자가 피해를 보고 있고, 도제식 교육 붕괴, 연구역량 감소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전 비대위원은 박 차관 경질을 주장하는 이유로는 복지부의 산부인과 포괄수가제 시행 때부터 의료계와 악연을 빚어왔고, 올해 의사 직역을 겨냥한 정부 브리핑에서 '의새' '카데바(기증된 시신) 부족 시 공유·수입', '의사 없어도 전세기 동원', '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 등 발언 논란이 누적돼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의대 증원 자체에 관해선 "정부 입장에서 '죽어도 증원을 해야한다'면"이란 전제로 전남권 의대 신설을 포함한 350명 수준 점진적 증원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외에도 "실손보험의 단계적 축소, 급여 진료수가 정상화, 의료사고 특례법의 조속한 시행, 의료계와 상의를 통한 필수의료 패키지 내용 수정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전 비대위원은 토론회 후 만난 취재진으로부터 한동훈 당대표가 대통령실에 제안한 내후년(2026년) 의대 증원 유예안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의료인들 입장에서는 듣지도 않을, 고려 대상도 전혀 아닌 것"이라고 실효성이 없다고 짚으면서도 "(한동훈 대표가) 뭐라도 하려고 하시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토론회 발제자로 참여한 김이연 전 의협 홍보이사는 "(정부가) 일부 의사들이 극단적인 행동을 해서 전체 의사의 행동인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며 "이런 태도가 고쳐지지 않으면 이 사태는 해결을 절대 볼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사회 회장은 "국민들이 원하는 건 비상진료체계가 아니라 정상진료체계"라며 "평소 응급실 오는 숫자가 2만명이 채 안 되는데 추석 대란 때는 3만명이 온다. 1만명이 제대로 된 진료를 못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한다"고 경고했다.
첫목회 내에선 의사직역과 정부 간 신뢰 붕괴 우려를 강하게 전했다. 박상수 국민의힘 대변인(인천 서갑 당협위원장)은 토론회 후 페이스북으로 "박 차관은 왜 끝내 오지 않았을까. 아마 '와 봐야 비난받을 게 뻔하다' 생각했을 것"이라며 "참석한 의사선생님들도 하나같이 '신뢰가 무너졌다' 얘기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박봉에도 과로로 고생해온 전공의 선생님들에 대해 악마화하고 비난하는 게 크게 잘못됐다"며 "이제 원내도 정부와 의료계를 중재하기 위해 적극 나설 때"라고 촉구했다.
22대 총선 세종갑에 출마했던 류제화 당협위원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토론회 소감으로 "나름 생각해 뒀지만 어떤 질문도, 말도 하지 못했다. 대신 슬픔과 절망 같은 것들이 토론회 중간중간에 울컥울컥 입밖으로 올라왔다. 의정갈등이 아니라 의정파탄이라 할 만큼 양쪽의 신뢰는 철저히 붕괴된 상태였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인정이 없는데 무슨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할까. 서로가 말하는 과학과 합리와 객관이 다른데 어떤 양보와 타협이 있을 수 있을까"라고 출구 없는 의료사태에 개탄했다.
이재영 당협위원장도 이날 "'국민은 더이상 비상진료체계를 원하지 않습니다. 정상치료체계를 원합니다' 참석자 한분의 이 말씀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긍정적인 건 의료계 또한 정부와의 관계회복을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는 말씀"이라고 밝혔다. 정부를 향해선 "현재 응급의료 대비상황이 전혀 문제가 없단 식의 진단은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대응에 만전을 기하라고 했고, 당내엔 "추석 연휴 직후 정부·의료계의 중재자로서 의원들이 더욱 과감하게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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