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아침에 최고 49.5% 세금…주식형 사모펀드 '연말 펀드런' 공포

심성미/이시은/최만수 2024. 9. 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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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發 '코리아 엑소더스'
(2) 野 금투세 강행에 숨죽인 사모펀드 시장
최소가입 요건 3억, 7% 수익 땐
절반이 세금, 운용보수도 떼야
"투자자, 연말 매도·연초 재매수
금투세 회피 위한 '촌극' 나올 것"

국내 주식형 사모펀드 시장에서 ‘펀드런’(펀드 대량 환매) 공포가 커지고 있다. 내년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되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분배금을 정산할 때마다 투자자가 최고 49.5%의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연말 펀드를 환매한 뒤 나중에 재가입하는 ‘촌극’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졌다. 연말 양도소득세를 피하기 위해 대주주가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양상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펀드런까지 겹치면 매년 12월마다 국내 증시 변동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환매 러시’ 불 보듯 뻔해”


주식 100%로 구성된 국내 주식형 사모펀드의 분배금(결산 이익금)은 지금까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금투세가 도입되면 분배금에 배당소득세(15.4%)가 부과된다. 배당소득은 금융소득종합과세에 적용되는 세목이다. 배당소득을 포함한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어서면 과세표준에 따라 투자자는 내년부터 최고 49.5%의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사모펀드 최소 가입액 요건이 3억원인 만큼 7% 수익만 나도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셈이다. 운용사 성공보수(평균 20%)까지 떼고 나면 손에 쥐는 이익이 확 줄어든다.

펀드를 환매한 뒤 생기는 이익은 250만원 공제 후 금투세가 적용돼 27.5%의 세금을 낸다. 이 때문에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매년 사모펀드를 환매하는 투자자가 쏟아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사모펀드 투자자는 통상 3년 이상 장기로 펀드에 가입해 6개월이나 1년 단위의 분배금을 통해 수익을 얻어왔다. 12월 대주주의 양도소득세 회피 물량에 더해 연말마다 펀드런까지 발생하면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금투세 도입이 사실상 사모펀드 장기 투자를 막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는 “사실상 11개월 30일짜리 펀드만 만들라는 말”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중소형 운용사의 주요 수입원인 코스닥벤처펀드가 고사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체 포트폴리오 중 15% 이상을 벤처기업이 발행한 신주로 채워야 하고, 9개월 이상 소유해야 하는 조건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상환전환우선주(RCPS)나 전환사채로 신주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1년 내 환매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리테일 영업 포기 ‘속출’

야당이 금투세 도입 강행에 나서자 국내 주식형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A운용사는 매년 지급하던 분배금을 이연해 환매할 때 한꺼번에 지급하기로 했다. 이연 기간 성과보수는 포기하기로 했다. 성과보수가 주요 매출원인 중소 운용사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B운용사는 금투세가 통과되면 개인 대상 영업은 아예 접기로 했다. B운용사 대표는 “장기투자를 통해 성과를 내왔는데 매년 12월마다 주식을 매도하게 되면 유의미한 수익을 낼 수 없다고 봤다”며 “개인 고객은 포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C운용사 본부장은 “앞으로 국내 주식 펀드를 운용할 유인이 사라진 만큼 운용 자금의 상당 부분을 해외로 이전할 것”이라고 했다.

사모펀드가 운용하는 펀드의 다양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레이스자산운용은 이미 개인을 상대로 하는 메자닌 펀드의 신규 설정을 멈췄다. 대부분 메자닌 펀드는 배당형 상품이기 때문이다. 안정환 인터레이스자산운용 대표는 “금투세가 도입될 수 있는 상황에서 3년 만기 메자닌 펀드를 신규로 설정하는 건 큰 부담”이라며 “앞으로 채권형 펀드도 개인을 대상으로 판매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A운용사 대표는 “금투세가 도입되면 사모펀드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개인 대상 영업의 매출 비중이 큰 사모펀드는 투자자문사 형태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심성미/이시은/최만수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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