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가 공감한 의대증원 협의체에 의사도 꼭 참여를 [사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의대 증원 문제로 발생한 의료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가동하자"고 환영했다. 민주당은 박찬대 원내대표가 지난 4일 협의체 구성을 먼저 제안했으니 거부할 이유가 없다.

지금은 전공의 이탈로 응급실 등에서 의사가 부족해 국민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뒤늦게나마 여야가 문제 해결을 위해 협의체 구성에 의견 일치를 본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협의체가 구성될 경우 최우선 논의 사항은 역시나 의대 정원이다.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이탈한 이유가 의대 증원이니, 이 문제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지금의 의료 공백을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단 대통령실부터 과거보다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의사들이) 협의체에 들어와서 안을 내면, 2026학년도 의대 증원부터는 2000명이라는 숫자를 벗어버리고 원점에서 보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에서 "의대 증원은 마무리됐다"고 했던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난 것이다. 이는 현재의 의료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의사들과 적극적인 대화를 원한다는 신호를 의료계에 보낸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공은 의사에게 넘어갔다. 협의체에 참여해 의대 증원 협의를 할 것인지, 아니면 계속 반발할지 선택할 순간이다. 국민 생명을 책임지는 의사의 소명을 감안한다면 협의체에 참여하는 게 순리다. 향후 의사가 얼마나 필요한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게 옳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에 따르면 2050년까지 필요한 의사 수가 적게는 8500명, 많게는 3만명에 이른다. 국민 건강을 생각한다면 이 수요를 어떻게 채울지부터 논의해야 한다. 일부 의사는 올해 증원(1509명)부터 백지화하라고 하는데, 지성인답지 않은 억지다. 수시 접수가 9일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증원을 되돌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교육계에 대혼란을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의사들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