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길 잃은 창업가

2024. 9. 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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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아이들과 부모의 삶을 바꿔보겠다는 이타심으로 시작한 사업이었다.

부모들이 믿을 수 있는 교사들이 아이들의 돌봄과 교육을 맡아주는 플랫폼을 개발하면서, 나는 내 비전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 믿었다.

독창적인 사업 아이템으로 업계의 모든 최고 기록을 세우고 성공 가도를 달렸지만, 내면에서는 미묘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 시작했던 그 목적은 사라지고, 숫자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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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아이들과 부모의 삶을 바꿔보겠다는 이타심으로 시작한 사업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1인 창업이었다. 부모들이 믿을 수 있는 교사들이 아이들의 돌봄과 교육을 맡아주는 플랫폼을 개발하면서, 나는 내 비전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 시절의 나는 돈보다는 사람들의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내 플랫폼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결국 투자자들의 눈에 띄게 되었다. 448억원. 그 돈은 나와 내 회사의 규모를 순식간에 키웠다. 직원은 140명으로 늘었고, 강남의 고급 사무실을 임대하면서 회사는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다.

독창적인 사업 아이템으로 업계의 모든 최고 기록을 세우고 성공 가도를 달렸지만, 내면에서는 미묘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세상은 이상과 현실의 균형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투자자들과의 관계에서 시작되었다. 겉으로는 나와 같은 목표를 공유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들의 목적은 나와는 달랐다. 나는 여전히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그들은 오로지 수익률에만 집중했다. "이타적 목적은 대표님 만족 아니에요?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익이죠." 이 말 덕분에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동기는 빠르게 흐려졌다. 나에겐 돈이 되는 사업, 성공을 위한 숫자들, 이 모든 것이 내 정신을 지배했다.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기업가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회사의 손익을 어떻게든 개선하는 기업가가 정답이 되었다. 적자가 나더라도 과감하게 투자금을 사용해서 빠르게 확장하라던 투자자들은 그 정도 투자를 받았으면 당연히 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매출, 비용, 수익….

내가 처음 시작했던 그 목적은 사라지고, 숫자만이 남았다. 자본시장의 당연한 요구라 덧댈 말이 있을 수 없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수년간 바라봤던 사업의 목적이 내 속에서 사라져버렸다. 인위적으로 동기를 설정하거나 억지로 의지를 끌어올리려는 노력 대신,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건조하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방식이 더 도움이 되던 시간이다.

그러던 와중에, 예상치 못한 연락이 왔다.

그들은 내가 가진 경험과 능력을 필요로 했다. 그들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내 초기의 열정을 알고 있었고, 그 열정을 정치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펼쳐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들은 지금까지의 내가 창업한 목적보다 훨씬 더 거대한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이다.

일을 하는 데 있어 목적이 중요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목적에 따라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에 몰입하곤 한다. 나는 8년 동안 사회적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기업을 만들었지만, 이익을 목표로 했다. 결국 목표는 남았지만 목적이 사라지는 경험을 뼈가 시리게 하는 와중이었다.

목표에 매몰되지 않고 내가 가진 목적을 끝까지 존중하는 일, 그 둘의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가능한가?

당신이라면 이 제안을 어떻게 하겠는가?

[장서정 자란다 창업 및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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