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 “대출, 은행 자율”…은행들 “정부도 실수요·투기수요 구분 못하는데”

김지혜 기자 2024. 9. 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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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장 뒤늦게 수습나서
이복현 원장과 갈등설 선그어
은행들, “더 혼란스러워”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6일 “은행이 현장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투기적 수요를 판단하고 관리하도록 하겠다”며 가계부채 관리 방식에 대한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 관련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자 ‘은행 자율 관리’라고 뒤늦게 수습에 나선 것이다. 은행들은 그러나 정부조차 ‘실수요’의 정의를 내리지 못하는데 은행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마치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정부 입장을 명확히 정리하기 위해 나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에 따라 은행권의 대출 방침이 달라지고 이로 인한 실수요자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에 금융위원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은 것이다.

이날 간담회엔 김 위원장을 포함해 최상목 부총리,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이 원장,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대출 규제 관련해 ‘은행의 자율관리’를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획일적인 통제보다는 개별 금융회사가 리스크 수준, 차주의 특성 등을 스스로 평가해 투기적 수요부터 제한하는 쪽이 바람직하다”면서 당국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서 이 원장이 금리 인상이나 1주택자 대출제한 등 은행권이 내놓은 대출 억제 조치를 비판하며 ‘더 센 개입’을 시사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 위원장은 또 가계대출 실수요의 ‘정의’를 묻자 “일률적으로 정의하기 어렵다”면서 “차주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은행에서 판단하고 관리를 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 원장과 ‘엇박자’가 아니라고도 선을 그었다. 그는 “단편적으로 보면 메시지가 서로 충돌되거나 혼선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전체 흐름으로 보면 저와 금감원에서 인식하는 것은 차이가 없다”면서 “앞으로는 확고한 가계대출 관리 기조 아래 금융위와 금감원이 서로 조율해 메시지를 내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이 계속해서 과열되고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준비해 두고 있는 추가적인 관리 수단들을 적기에, 그리고 과감하게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교통정리’에도 오히려 더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정부가 은행에 가계부채 관리 대책과 책임을 모두 떠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심지어 금융위원장도 ‘실수요’의 정의를 내리지 못하는데, 은행 창구에서 무슨 수로 실수요와 투기적 수요를 구분해서 대출을 취급하나”라며 “사실상 당국이 손을 놓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율 관리’라고 하지만 은행들은 결국 ‘쏠림 방지’를 위해 다른 은행이 했던 조치를 그대로 따라할 수밖에 없다”며 “투기적 수요와 실수요를 구분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결국에는 전세대출, 신용대출 등 서민들의 실수요 대출 상품도 더욱 조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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