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송산고’ 학부모 여오현 “팀 창단에 몇 년, 해체는 몇 분?”

박주미 2024. 9. 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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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오현 프로배구 IBK기업은행 수석코치 (출처 : 구단 제공)


여오현 수석코치 '화성시 배구 발전금 기부'
송산고 학부모로서 "해체 안타까워"
코치로 새출발 "T에서 F로 변신 중"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에서 지난 시즌까지 45세의 나이에도 코트를 누벼 기록의 사나이로 불려 온 '슈퍼 땅콩, 월드 리베로' 여오현은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도 여전히 코트 안에서 훈련 중이다.

달라진 건 현대캐피탈에서 IBK기업은행으로 유니폼이 바뀌었고 선수에서 코치로 포지션이 바뀌었다는 것뿐. 지난주까지 일본에서 전지훈련을 해 온 IBK기업은행 구단과 여오현 코치는 현재 한국에 돌아와 국내에서 이달 말 펼쳐지는 컵대회를 시작으로 V리그 개막을 위해 한창 준비 중이다.

배구 인생 새출발을 앞두고 여오현 코치는 의미 있는 일도 했다. 최근 화성시 배구 유망주들을 위해 발전 기금을 내놨다. 화성은 여오현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여오현은 화성시에 있는 남양초등학교에서 배구를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지도자 생활을 하게 된 IBK기업은행 구단의 연고지도 화성이다. 인연이 깊은 지역이다. 이 때문에 여오현은 화성을 자신의 출생지가 아님에도 고향으로 여기며 애정을 쏟고 있다.

현역 시절에도 꾸준히 모교에 발전금 기부를 해 온 여오현 코치는 이번 발전금 기부에 관해 묻는 기자에게 "뭐가 특별한 건지…?"라고 반문했다. 이어 "대단한 액수가 아닌데…?"라며 덧붙였다. 그러나 여코치가 화성시 배구 유망주들에게 건넨 지원금은 한 학교 배구부가 하나의 대회에 출전할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이다. 대회 출전 경험은 가치로 측정할 수 없다. 대회 출전비뿐만 아니라 1년 정도는 공과 운동복 등 용품 걱정 없이 운동할 수 있을 정도. 그러니 이정도면 '대단한 액수가 아니….'라고 잘라 말할 수는 없다.

여오현 코치의 첫째 아들 여광우(송산고 3) 군


■ 송산고 배구부 선수 학부모 여오현 코치 "해체는 한순간이네요."

여코치는 최근 배구계의 화두인 명문 송산고 해체에도 입을 열었다. 배구계 선배로서 관심이 가는 데다 여코치의 아들인 여광우(송산고 3)군이 재학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코치의 발언엔 한숨과 안타까움이 뒤섞여있다.

여코치는 최근 약 10년 동안 팀 창단 소식은 끊어졌는데 해체는 계속 나오고 있는 현실에 답답함을 호소하면서
"팀을 만들기는 참 어려운데 없애는 건 한순간이네요…."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 입장에서 운동부 관리 운영이 쉽지 않을 때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이해한다."면서 "그러나 일반 학급도 운영이 잘될 때도 어려울 때도 있다."라고 했다.

학교 측이 배구부 관리 감독 어려움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해체 통보를 결정한 건 학생 선수의 미래를 무책임하게 짓밟은 결정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번 송산고 배구부 해체 결정은 학교 측이 '교육자'라는 마음보다 '사업자'라는 태도를 우선순위에 둔 결정이라는 의미다.

■ 코치로서 변화 "T에서 F로"

점점 한국 배구에서 유망주를 찾아보기 어렵고 성인 배구의 국제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여오현 코치는 희망이 남아있다는 믿음으로, 지도자로 새출발한다. 선수 때와 일상이 확 달라졌다. 코치 생활은 어떠냐는 질문에 여코치는 단번에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여오현 코치는 선수 때보다 준비할 것이 배로 많아져 잠잘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선수 시절 후배와 선배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도 해봤는데 선수와 감독 사이의 중간 역할은 차원이 다르다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고.

여오현 코치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건 심리 부분이다. 아들만 둘인 여오현 코치에게 여자팀 지도자는 '챌린지'와 같아서 여자와 남자의 근본적으로 다른 심리에 대해 집중 공부 중이다. 여오현 코치는 "극 T인 제가 F로 변신하는 중입니다."라는 말로 이 모든 과정을 설명했다.

2005년 V리그 원년부터 2023~2024시즌까지 20시즌 동안 한 시즌도 쉬지 않고 출전한 노력과 성실의 상징이었던 최고의 리베로, 여오현 코치. 의미 있는 기부로 지도자 변신의 새출발, 첫발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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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미 기자 (jju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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