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파업투표 가결…"남은 것은 경영진 답변"

김예리 기자 2024. 9. 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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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인터뷰] 유상진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장
기본급 6% 인상 "실질임금 유지" 노동위 조정결렬 시 파업
"회사 입장 지켜보고 결정"…한겨레 측 "협상 이어갈 것"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언론노조 한겨레지부. 오른쪽이 유상진 한겨레지부장. 사진=한겨레지부 제공

한겨레 노동조합이 27년 만에 나선 쟁의행위 찬반 투표가 가결됐다.

최근 노사 임금협상이 결렬된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는 지난 4~5일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 투표가 71.9%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전체 조합원의 77.09%(313명)가 참여해 225명이 찬성했다.

언론노조 한겨레지부는 5일 저녁 투표 결과를 알리는 성명에서 “'위기를 극복할 근본대책 없이 임금 등 비용을 줄이고 구성원들 희생만 키워가는 '최우성식 경영'에 퇴장을 명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측을 향해 “적정 임금과 안정적 근로조건에서 구성원들 근로의욕이 높아지고, 창의성과 자발성이 고양될 수 있다는 지극한 상식을 하루빨리 되찾길 기대한다”며 “경영진을 전면 쇄신하고, 6% 임금인상안 등 노동조합 요구를 전면 수용하라”고 했다.

한편 한겨레지부가 기본급 3% 잠정 임금인상분 소급분을 우선 지급받는 데 합의할지를 두고 진행한 투표 제2안도 가결됐다(찬성 53.04%, 166표). 이는 한겨레 사측이 제안했던 안이다.

한겨레 경영 담당자는 6일 투표 결과에 “본교섭을 통해 노조와 계속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한겨레지부가 지난달 30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본사 사옥에 내건 현수막. 사진=김예리 기자

유상진 한겨레지부장은 6일 전화 인터뷰에서 쟁의행위 투표 가결을 두고 “단지 임금의 문제가 아니라, '임금마저 못 올려 주느냐'는 뜻”이라며 “모든 면에서 경영이 실패하고 있다는 구성원들의 중간평가 성격이 있다”고 했다.

유 지부장은 경영진이 노동조건을 악화해 나온 흑자를 자기 성과로 포장하는 일이 '양치기 소년'처럼 반복됐다며 “노동조건 악화 통해 흑자 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묻고 싶다”고 했다. 유 지부장은 “남은 것은 회사의 답변”이라며 “기존과 같은 그릇된 태도를 반복한다면 조합원의 뜻을 물어 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쟁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3월부터 이어져 온 한겨레 노사 임금협상은 8월26일 결렬됐다. 2년 만에 이뤄지는 임협에서 한겨레지부는 임금 10% 인상요구안, 사측은 3% 인상안(재원 20억원)을 제시했다. 이후 지부가 대의원회를 거쳐 요구안을 6%를 낮췄지만, 사측은 3%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지부가 긴급총회를 열었다. 아래는 유 지부장과의 일문일답.

▲언론노조 한겨레지부가 한겨레 사옥 노동조합 사무실 앞에 붙인 구호 현수막. 사진=김예리 기자

- 투표가 조합원 지지를 얻은 배경은.

“가결이 노동조합에 대한 지지라 보진 않는다. 회사가 1년 반을 넘겨 무능한 경영을 보여줬고, 직원 생계와 복지를 신경쓰지 않았다. 구성원들의 신뢰도와 열독률 등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도 줄었다. 모든 면에서 경영이 실패하고 있다는 구성원들의 중간평가 성격이라고 본다. 단지 임금의 문제가 아니라, '임금마저 못 올려 주느냐'다.”

- 사측은 '한겨레는 노동자가 경영하는 기업이다. 흑자가 나면 기본급 인상 재원으로 쓰겠다고 밝혔다'는 입장이다.

“노동자가 경영하는 회사라면 노동자들이 일할 때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노동조건 악화 통해 흑자 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묻고 싶다. 그렇게라도 흑자를 내면 자기 과오를 덮을 수 있다는 전제가 이 상황을 만들었다.”

- 사측은 '6% 인상' 불수용 근거로 '적자 예상'을 밝히고 있다.

“첫째로 구성원들은 '올해 임금 3% 올리면 20억 원 적자'라는 말을 믿을 수 없다. 지난해 회사는 30억 적자를 예상했고 40억 적자도 언급했다. 지난해 연말까지도 국실장 회의에서 '올해 10억 적자가 확실시된다'고 했다. 그러다 흑자가 났다며 자화자찬하며 50만 원의 성과급을 주겠다고 했다. 성과급을 줄 게 아니라 반성이 필요한 문제다. 한겨레 구성원은 회사에 주인의식이 있다. 적자 예고하면 스스로 지출을 줄인다. 경영진이 이를 자기 성과로 포장하는 것이 부당하다.

둘째, 회사가 적자를 예고하면서 구성원들을 위축시키는 일이 양치기 소년처럼 반복돼왔다. 사측을 만나 '적자 내야만 한다면 내라. 구성원의 자발성과 헌신성을 믿고 취재를 더 잘 하도록 지원하자, 그리고 경영활동을 더 잘 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는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 지부가 20년 만의 총회, 27년 만의 파업 투표에 이르게 된 배경은.

“회사의 태도다. 대의원회가 결정한 6% 인상 요구를 공문으로 보냈고, 회사가 받아 적극 협상에 나설 줄 알았다. 그런데 회사는 '20억 원 재원'을 고수하는 공문을 보내왔다. 노조가 결정한 안을 이렇게 무시한 건 극히 드문 사례다. 1997년에도 파업을 결의해 쟁의 직전까지 갔지만 외환위기라는 특수상황이 있었다. 지금 회사가 '어렵다'는 말을 반복하는 건 무능을 자인하는 꼴이다. 지난해 주요 일간지들이 영업이익을 기록하는데 우리만 영업손실이 났다.”

- 앞으로 계획은.

“남은 건 회사의 답변이다. 경영진이 입장을 정리할 수 있도록 얼마간의 시간을 줄 예정이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경영진이 6% 임금 인상 등 노조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는 것이다. 그러면 쟁의 없이 마무리될 수 있다. 근로조건 악화를 조건으로 내거는 등 기존과 같은 그릇된 태도를 반복하거나 기대에 못 미칠 땐 조합원의 뜻을 물어 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쟁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국민이 만든 신문 한겨레가 이런식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독자, 주주께 송구하다. 그러나 더 좋은 신문을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봐주시길 부탁드린다. 인재에 대한 투자가 좋은 컨텐츠로 귀결된다고 믿어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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