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살기 위해 살듯이, 읽기 위해 읽는 것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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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와 프랑스의 영화 시나리오 작가인 장클로드 카리에르가 나눈 대담집 '책의 우주'는 다른 차원의 책이다.
에코는 책을 숭고성의 총체로 본다.
에코의 사유에 따르면 책은 '수저나 망치, 바퀴나 가위'와 같다.
"같은 용도의 물건으로서 책보다 나은 것을 만들어내긴 힘들다. 책장이 더 이상 종이로 만들어지지 않을 순 있겠지만 책은 지금의 모습대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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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와 프랑스의 영화 시나리오 작가인 장클로드 카리에르가 나눈 대담집 '책의 우주'는 다른 차원의 책이다. 경이롭고, 황홀하다는 느낌까지 든다.
깃털처럼 가벼운 사유를 두꺼운 포장지로 짜깁기한 책 예찬론을 넘어서서, 책이 쌓아올린 세계 자체를 정의 내리기 때문이다.
'두 애서가의 정상회담'이라 부를 만하고, 책이라는 신(神)이 존재한다면 미소를 지을 만한 그런 책이다.
두 사람은 먼저 '지식'과 '앎'을 구별한다.
책에 따르면, 프랑스어로 지식을 뜻하는 사부아르(savoir)와 앎을 뜻하는 코네상스(connaissance)는 본질이 다르다. 사부아르는 우리 곁에 쌓이는 지식의 더미를, 코네상스는 사부아르가 삶의 체험으로 변형된 형태를 말한다.
지식을 담은 그릇인 책은 코네상스에 집중하게 해준다. 카리에르는 말한다. "살기 위해 살듯이, 읽기 위해 읽는 것이다."
에코는 책을 숭고성의 총체로 본다. 그 숭고성은 간결성과 단순성에서 온다. 에코의 사유에 따르면 책은 '수저나 망치, 바퀴나 가위'와 같다. "일단 발명되고 나면 더 나은 것을 발명할 수 없는 그런 물건"이기 때문이다.
"같은 용도의 물건으로서 책보다 나은 것을 만들어내긴 힘들다. 책장이 더 이상 종이로 만들어지지 않을 순 있겠지만 책은 지금의 모습대로 남을 것이다."
세상은 변해가고 종이책의 자리는 늘 위협받는다. 두 사람은 책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리라고 본다. 인터넷의 첫 출현 당시 사람들은 '이미지의 시대'를 예견했지만 실제로 온 건 '알파벳(문자)의 시대'였다. 뭔가를 읽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문자를 알아야 한다. 에코의 말대로 "우리는 컴퓨터로 인해 '구텐베르크의 우주'로 들어왔고, 이제 모든 사람은 글을 읽지 않을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간다.
책의 풍미를 돋우는 소금은 시간이다.
시간에 물들며 책은 맛이 깊어진다. 그래서 카리에르는 쓴다. "책은 우리와 함께 자라나고 늙어가되 결코 죽지는 않는다. 시간은 책을 비옥하게 만들고 변화시킨다."
에코는 여기에 더해 또 하나의 명언을 전하며 응수한다.
"우리가 읽지 않은 모든 책들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약속하고 있다. 판매대 위에 보이는 책들의 향기를 맡은 것만으로 정신이 살찌워지지 않았던 사람이 우리 가운데 몇이나 되겠는가."
이 책 '책의 우주'를 은유한다면 성가에 가깝다. 책이라는 신에 대한 문자적 봉헌, 예찬과 사색의 붓자국이어서다. "독서는 처벌받지 않는 비행(非行)이다"와 같은 문장을 읽는 동안엔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오고, 양옆엔 두 거인이 앉아 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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