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의정협의체 제안에 신중…“원점 재검토 우선, 전공의·의대생 의견 들어야”

이혜인 기자 2024. 9. 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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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과 여당이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해 의료계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서울 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휴진 결의 대회에 참석한 의료진의 모습. 정효진 기자

대통령실과 여당이 8개월째 지속되는 의·정갈등을 풀기 위해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 의료계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협의체 논의 방향이 구체적으로 나온 후에 전공의와 의대생 등의 의견을 폭넓게 들어서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6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은 의료공백 상황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지역 필수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자는 제안을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이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의료계에서는 이같은 정부와 정치권의 제안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는 “협의체 구성에 대해 의협에 아직 제안이 오지 않았다”며 “협의체가 어떻게 구성될지, 어떤 조건을 논의하게 될지에 대해서 들어본 후에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입장문을 내고 협의체 구성의 선결조건으로 ‘2025년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내걸었다. 전의교협은 “논의할 시간이 충분히 있는 2026년 입학정원의 조정이 의료대란을 겪고 있는 이 시점에 급하게 논의할 주제가 된다고 생각하는지”라며 “2025년도 입학정원에 대한 논의가 없는 협의체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2025년 의대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교육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며 “의료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대통령의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결단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집단 휴진에 앞장서면서 의료계 목소리를 내는 데 앞장섰던 서울 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협의체 구성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원점 재검토’를 내걸었다. 비대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여당 대표가 ‘여·야·의·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국민들과 의료 현장의 의견도 충분히 들어야 한다고’ 밝힌 것은 긍정적이다“라며 ”서로 한발씩 물러나 원점에서부터 문제를 함께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대화하고 협의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우리나라 의료를 바로 세우기 위해 상호존중을 전제로 (의대증원을) 원점 재검토”하고,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의사 수 추계 결과가 도출될 때까지 의대 증원을 유예하라”고 요구했다. 또 정부가 의료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지속 가능한 의료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이 나서서 의료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는 점에는 의미가 있지만 전공의와 의대생 등이 2025년도 의대증원 백지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협의체 구성이 원만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앞서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대위원장은 한동훈 대표의 ‘2026년도 증원 보류’ 제안 후인 지난달 2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입장 변화는 없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지난 3일 낸 성명에서 전공의 복귀를 위해 2025년도 의대 증원을 취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한 번 더 강조한 바 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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