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진술서 제출 안한 외교부…재판부 "대통령 발언 밝혀야"
윤 대통령 발언 어떻게 '들리나'보다 '말했나' 쟁점
2022년 9월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두고 비속어를 썼다는 MBC 보도에 대한 정정보도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윤 대통령이 뭐라고 발언했는지 외교부가 입증하라고 재차 요구했다.
1심 재판과 달리 윤 대통령 발언이 어떻게 ‘들리는지’가 아니라 윤 대통령이 어떻게 ‘말했는지’가 항소심 재판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재판부는 이를 위해 당시 홍보수석이던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진술서를 받아오라고 했지만, 외교부가 따르지 않자 이날 법정에서 다시 강조했다.
서울고등법원 제13민사부(부장판사 문광섭)는 6일 항소심 두 번째 변론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김 의원의 진술서를 제출하라고 외교부 측에 다시 주문했다. 앞서 7월19일 첫 변론기일에서 재판부는 2022년 9월 당시 홍보수석으로 대통령에게 뭐라고 발언했는지 확인했을 김 의원에게 진술서를 받으라고 외교부 측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측은 “김 의원과 진술서 구성과 내용을 함께 논의해 봤다”면서 “또 다른 정치적 논쟁에 휘말릴 수 있어 작성이 불가하다는 답을 받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재판부에서 말씀하신다면 다시 한번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 전 외교부 측은 비속어 논란이 나온 지 15시간 만에 대통령실이 공식 해명하기까지 김 의원이 한 일을 시간대별로 정리해 진술서 대신 제출했다.
MBC 측은 애초 김 의원을 법정에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재판부는 원만한 해결을 강조하며 진술서 제출로 대체했다. 그러면서 “서면답변을 받아본 다음에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부족하면 그때라도 조금 생각을 해보자”고 했는데 외교부 측이 앞으로 진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김 의원을 증인으로 채택할 가능성도 있다.
2심 재판은 1심과 달리 윤 대통령 발언이 어떻게 들렸는지보다 실제로 어떻게 발언했는지 확인하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바이든’이었는지 ‘날리면’이었는지는 ‘과학적 사실’의 문제로 보고 음성 감정에 집중해 심리를 진행했다.
문광섭 부장판사는 “대통령이 무슨 말을 했는지가 쟁점 아니냐”면서 “1심 때 음성 감정을 했지만 불분명하다는 게 논란이 됐으니 그러면 실제 본인이 뭐라고 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윤석열 대통령) 본인에게 물어볼 수 없으니 가까운 지위에서 대통령에게 직접 확인한 사람에게 간접적으로 확인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MBC 보도가 허위라는 대통령실 해명이 합당한지 외교부 측이 입증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지적했다. 문 부장판사는 외교부 측에 “지금 훌륭한 주장만 그렇게 계속하실 거냐”며 “법조인은 주장과 증명을 같이 해야 한다고 잘 알지 않나. 그냥 믿어달라는 거냐”고 따져 물었다.
외교부 측은 입증책임을 MBC 측에 돌렸다. 외교부 측은 “보도 경위를 보면 MBC는 대통령 발언을 들은 목격자 취재 없이 녹화된 영상만 보고 보도했다”며 “무슨 판단을 해서 불분명한 내용을 단정해 보도했는지 오히려 MBC가 입증해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애초 이번 사건은 MBC 보도에 직접 반박해야 할 김 의원과 대통령실이 아니라 외교부가 정정보도를 청구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MBC가 허위보도를 해 박진 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에 외교부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이해당사자라고 판단했었다.
이날 재판부는 우선 김 의원이 진술서를 제출할 의향이 있는지부터 일주일 안에 확인하라고 요구했다. MBC 측에는 외교부가 부정적인 답변을 제출하면 사실조회 신청서를 내는 등 외교부에 사실관계 입증을 요구하는 대응을 하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추석 연휴를 포함해 3주 안에 답하겠다고 밝혔다. 3차 변론기일은 11월1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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