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엘리자베스도 사랑한 술’… 몰도바 와인으로 다각화 나선 화강주류
백주 수요 감소 대응 위한 것으로 풀이
국내 와인 시장 성장세 꺾여 극복 과제
종합 주류 수입·유통사 화강주류가 와인 마케팅을 강화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화강주류는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최고상을 받은 중국 백주(白酒)인 서봉주 공식 수입사로 알려져 있으나, 2022년 말 동유럽 몰도바 와인을 들여오기 시작하면서 고객 확대를 노리고 있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화강주류는 전날 서울 동대문구 풀만 호텔에서 자사가 수입하는 몰도바 와인인 푸카리·보스타반 와인을 중심으로 한 와인 만찬을 진행했다. 화강주류가 와인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 진행한 행사로, 6종의 와인이 소개됐다.
몰도바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생산자인 푸카리(Pucari) 와인 그룹이 만드는 와인들이다. 올해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와인들도 포함됐다. 퀴베 드 푸카리·사피엔스 페타스카 나그라·테르아 비네다 메를로와 무스카토·와인 크라임 로제·플라이트 모드 카베르네 소비뇽 등이다.
이 중 주류대상 대상을 수상한 사피엔스 페타스카 나그라는 루마니아와 몰도바 지역 토착 적포도 품종인 페타스카 나그라(Feteasca Neagra)로 만들어진 와인이다. 드라이 와인이지만 세미 스위트 와인으로 주로 사용되는 포도 특성에 따라 진한 루비빛과 은은하게 나는 달콤한 향이 특징이다.
마찬가지로 대상을 받은 테르아 비네다 메를로·무스까트는 푸카리의 산하 와이너리인 보스타반 와이너리에서 만든 와인이다. 포도밭의 풍토에 의해 와인의 훌륭함이 결정된다는 콘셉트로 만들어진 와인으로, 몰도바 지역의 자연 환경을 강조하고 있다. 두 와인 모두 세미스위트 와인으로 만들어져 풍부한 과실향과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몰도바는 주요 와인 생산국인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미국·아르헨티나에 비하면 생소한 와인 생산지이지만, 보스타반 와이너리가 자연 환경을 강조했듯 와인을 만들기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세계적인 와인 생산지인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과 같은 북위 46~47도에 있어서다.
좋은 환경에 걸맞게 몰도바는 국가 규모 대비 많은 양의 와인을 만들고 있다. 국제와인기구에 따르면 몰도바의 와인 생산량은 세계 20위권이다. 와인 수출량으로는 세계 12위 수준이다. 포도 재배 면적으로도 세계 14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지난해 기준 137톤(t)의 와인을 수출하며 독일·포르투갈·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12위를 차지했다.
화강주류가 와인을 수입하는 푸카리는 몰도바를 대표하는 와이너리다. 몰도바의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인 푸카리의 지명을 그대로 활용한 와이너리이기도 하다. 푸카리는 1827년 지역의 자연 환경을 눈여겨 본 프랑스와 독일의 와인 생산자들이 세운 와이너리다.
이후 몰도바가 속했던 베사라비아 지역을 통치하던 러시아의 황제 니콜라이 1세가 푸카리 와이너리를 몰도바 최초 공식 와이너리로 지정했고, 와이너리는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 와이너리는 1878년 파리 만국 박람회에서 금상을 받는 성과를 냈고, 이에 많은 유럽 국가에서 선호되는 와인 반열에 올랐다.
특히, 영국 왕실에서 푸카리 와인을 선호했는다. 조지 5세와 빅토리아 여왕, 엘리자베스 2세도 푸카리 와인을 즐겨 마셨다. 엘리자베스 2세는 즉위식에 푸카리 와인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푸카리는 지금도 영국 왕실에 와인을 납품한다. 우리나라에는 2013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 당시 공식 만찬주로 나그라 드 푸카리 와인을 사용하며 알려졌다.
보스타반 와이너리는 푸카리 와이너리 그룹이 2002년 새롭게 세운 와이너리로 보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대규모의 투자를 통해 650헥타르(ha)의 포도밭에서 기른 포도로 와인을 만든다. 시간당 1만2000병을 병입할 수 있는 보틀링 설비를 갖추고 있고, 2005년부터 몰도바에서 가장 많은 와인을 수출하는 와이너리로 거듭났다.
화강주류가 몰도바 와인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는 것은 기존 주요 제품인 백주의 수요가 소폭 감소하는 상황에서 다른 수입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백주 수입 금액은 1770만달러로 전년 대비 1% 증가했으나 수입량은 7667톤(t)으로 전년 대비 1% 감소했다.
화강주류는 와인 판매 증대를 위해 지난 7월부터 서울 명동·종로 등 주요 지역에 옥외 광고를 진행하고 오는 12월 부산 주류박람회에 참여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와인 만찬 행사 역시 지속해서 진행할 계획이다.
화강주류는 몰도바 와인의 우수성과 품질 대비 합리적인 가격대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국내 와인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고 있는 점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와인 수입량은 5만6542t으로 전년 대비 20%나 감소했다. 금액을 기준으로도 5억602만달러로 13% 줄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시기 폭발적이었던 와인에 대한 인기가 식으면서 세계L&B를 포함해 금양인터내셔날, 아영FBC, 나라셀라 등 대부분 수입사들의 실적이 꺾인 상황”이라며 “몰도바 와인 역시 그 영향을 피해갈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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