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논의'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의료계 응할까?
"2025학년도 정원 재검토 없이 사태해결 어려워"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정부·여당이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지역·필수의료 개선 등 의료개혁을 논의하자고 제안한 가운데, 의료계는 긍정적이지만 현재 고3이 치르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부터 논의해야 한다며 마냥 반기긴 어렵다는 분위기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중환자의 첫 관문인 응급실이 곳곳에서 파행 운영되면서 의료 정상화가 시급한 만큼 해결의 첫 단추인 의대 증원을 논의하자는 제안 자체는 긍정적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오는 9일 대입 수시 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부터 재검토하지 않으면 학교와 병원을 떠나 있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복귀를 이끌어내긴 힘들다는 입장이다.
최안나 대한의사협회(의협) 대변인은 "정치권의 인식이 변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지만, 이해당사자인 전공의와 의대생의 의견이 중요하다"면서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원하는 긍정적 메시지로 보기에는 다소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2026학년도 의대 2000명 증원이 확정돼 있다고 밝혔다. 장상윤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은 지난달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의학교육소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가 개최한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서 "2026년 의대 정원을 조정할 때 지역별 부족한 의사 수를 고려해 조정할 생각이 있느냐"는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물음에 "2026년 의대 증원은 이미 결정돼 있다"고 답했다.
최 대변인은 "협의체 참여 여부는 구체적인 상황을 좀 더 파악해야 한다"면서 "전공의, 의대생들과 같이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지난 2월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을 발표한 이후부터 2025학년도 의대 정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의협이 전공의와 의대생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2020년 의료계 총파업 당시 의협 집행부가 정부와 막판 협상에서 전공의들을 배제해 신뢰에 금이 간 전례가 있어서다.
의대교수 단체도 정부·여당의 '여·야·의·정 협의체'를 통한 의대 정원 논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2025학년도 의대 정원 해법부터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성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변인은 "집권 여당에서 사태 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올 명분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진료보조(PA)간호사를 활용하는 전문인력 중심병원을 추진하고 있다. 또 의대생들은 당장 복학한다 하더라도 부족한 수업 일수로 내년 3월 진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집단 유급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내년에 유급되는 의대생들과 함께 신입생들까지 기존의 두 배가 넘는 7500여 명이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해 의학 교육 파행이 우려되고 있다.
김 대변인은 "하루라도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빨리 복귀할 수 있는 게 가장 좋은 해결책 아니냐"면서 "그런데 2026학년도 의대 정원부터 논의하게 되면 내년 의학 교육 현장은 어떻게 될 것인지,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어떻게 바라볼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여당이)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재검토한다면 무슨 수를 써서든지 해결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의료계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부터 논의하는 협의체에 참여하게 되면 현재의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셈이 돼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한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브리핑에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과 운영을 제안했고, 대통령실도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와 대통령실 모두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여당은 의료계가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여·야·정 협의체를 꾸려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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