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 논의" 여당이 내민 손…의협 "이제라도 다행, 의료 정상화부터"

정심교 기자 2024. 9. 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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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31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의대 정원 증원 저지 단식 중인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김교웅 대의원회 의장이 총회에 참석해 있다. 2024.08.31. photocdj@newsis.com /사진=최동준

2026년 의대 정원 조정을 두고 친윤(친윤석열)계 추경호 원내대표가 원점 논의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대통령실이 '제로(0) 베이스'에서 이야기도 가능하다며 화답했다. 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겠다고 밝히자 의사집단에서 "의료 정상화가 먼저이지만, 이제라도 정치권의 인식이 변하는 건 다행"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7개월 가까이 팽팽하게 이어져온 의정갈등에 물꼬가 틀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안나 대변인은 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원점 논의 가능성이 커진 데 대해 "지금이라도 정치권에서 의대증원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려 입장을 바꿔주는 건 다행"이라면서도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전공의와 의대생의 의견이다. 그들이 요구하는 바가 이미 있고, 그게 존중된 상태에서 논의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의료공백 상황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지역 필수 의료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운영하자고 제안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한 대표의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제안과 관련 "오직 국민만을 위한다는 그 한 가지로 함께 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의료계에 호소했다.

이에 대해 의협 최안나 대변인은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해 의협에 공식적으로 제안 온 건 없었고 우리도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했다"며 "지금 단계에서 의협이 협의체에 참여한다, 안 한다고 답하기는 어렵다. 내용을 파악하는 대로 논의해서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공의와 의대생이 요구하는 '의료 정상화'가 먼저다. 내년에 7500~7700명(신입생 4567명+복학생 3000여명)이 어떻게 한 장소에서 교육받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당장 신규의사 3000명, 신규 전공의 3000명이 나오지 않는다. 이걸 어떻게 할 건지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없다. 의료현장에 대한 정부의 정책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또 "2026학년도 의대정원에 대해 정치권과 의료계가 논의한다면 당연히 하겠는데, 전공의와 의대생이 2026년도 의대증원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다. 먼저 의료계가 정상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어떻게 할지 당장 대책과 입장을 먼저 내놓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공의와 의대생의 요구사항(의료 정상화)에 대한 정부의 긍정적인 답이 아직 없는데, 요구사항이 반영돼 의료계의 정상화 쪽으로 정부가 입장을 전격적으로 바꾸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최안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이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간호법 가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8.28. yesphoto@newsis.com /사진=홍효식

앞서 이날 오전 추 원내대표는 국회 본관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이라도 2026학년도 의대 증원 문제를 포함해 의료 개혁 문제에 대해 얼마든지 열린 마음으로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와 당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당장 내년도(2025년) 의대 정원(1509명 증원)은 더 이상 협상할 수는 없지만, 2026년 정원(2000명 증원)에 대해선 의료계가 합리적인 안을 제시하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과 궤를 같이한다. 다만 '원점'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기존 입장에서 일 보 후퇴하는 것은 물론 한동훈 대표가 제시한 2026년 의대 증원 유예안까지도 수용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추 원내대표는 "의료개혁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하고 정부의 방침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당도 함께 할 생각"이라며 완고한 입장을 내비쳤는데, 한 걸음 물러선 것이다.

또 이날 김연주 국민의힘 대변인은 "국민의힘은 2026년도 정원 결정에 대해 다시 논의해 보자는 제안하기에 이르렀다"며 "오늘 한동훈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체'를 공식 제안했고, 대통령실 역시 긍정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달린 문제"라며 "너와 내가 어디 있고, 여와 야가 어디 있겠냐"며 초당적으로 협력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자고 촉구했다.

의정갈등 장기화와 응급실 진료 제한 사태가 심화하자, 정부와 여당에 돌아서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3~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대 증원 정책과 관련해 3개월 전보다 부정적 여론이 높아졌다. 조사에 따르면 내년 의대 증원에 관한 물음에 '잘된 일'이라는 답변은 56%로 집계됐다. '잘못된 일'이라는 응답은 34%로 나타났다. 지난 6월에 실시된 같은 조사와 비교해 보면 긍정론은 10%포인트(p) 줄고, 부정론은 9%p 증가한 것이다.

실제 연일 응급실에 밀려드는 환자와 의료진 부족 문제로 긴급조치가 필요한 중증 환자들을 제때 수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지역 병원 응급실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한 시민은 조선대학교 병원 응급실 100~200m 거리에 심정지 상태로 쓰러져 발견됐지만, 조선대병원 응급실은 다른 응급환자 처리로 인해 '수용 불가'라고 답변했다.

변화된 여론과 현장 상황에 대통령실은 기존의 강경한 분위기와 달리 '합리적 안'을 전제로 원점에서의 논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의대 정원 문제는 의료계가 합리적 안을 제시하면 언제든 원점(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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