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주우재의 '후드티' 제작기, 유튜브도 판매도 흥한 비결은?
[2024 미디어의 미래] 콘텐츠 전쟁의 최전선 '유튜브'
스튜디오에피소드·MBC14F·시사IN·교양만두 유튜브 전략 사례발표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미디어 현장에서 콘텐츠 전쟁은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방송사, 출판사, 제작사 등 콘텐츠 생산자들이 모두 유튜브로 뛰어들고 있다. 유튜브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없다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유튜브를 제외하면 콘텐츠를 널리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 부족하다는 현실도 있다. 유튜브는 업계의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 미디어오늘 주최로 '2024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가 열렸다. 일곱 번째 세션 '콘텐츠 전쟁의 최전선'에선 김은지 시사IN 기자, 손재일 MBC 커머스제작팀장, 이수인 유튜브 교양만두 PD, 정운섭 스튜디오에피소드 이사가 유튜브 시대의 업계 고민과 수익 다각화 방안 등을 논했다. 박서연 미디어오늘 기자가 모더레이터를 맡았다.
“결국 커머스가 답… '맥락에 의한 소비' 접점 찾아야”
뉴미디어 콘텐츠 제작사 스튜디오에피소드의 정운섭 이사는 큰 수익을 남기기 위해선 '커머스 활용'이 필수라고 말했다. 모델 주우재씨가 직접 참여하는 제작기 영상을 통해 후드티 판매 경험을 발표한 정운섭 이사는 “광고와 브랜디드 콘텐츠로 돈을 번다고 해도 크게 남기긴 쉽지 않다. 답은 결국 '커머스'”라며 “유튜브를 통해 좋아할 만한 사람을 찾아내고 그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을 기획하고, 좋아할 만한 셀럽이 물건을 만들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맥락에 의한 소비'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운섭 이사는 “주우재씨가 웃긴 이미지지만 패션 얘기가 나오면 진지해진다. 깐깐하게 코디를 추천하고 남이 입은 옷에 대해서도 할말 다 하는 스타일”이라며 “저희와 함께 만든 캐릭터IP에서 제작기가 시작됐다. 당연히 제품 퀄리티는 좋게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열심히 빌드업해놓고 제품이 안 좋으면 사기를 치는 것이 된다.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주우재씨가 제작한 후드티는 2주 만에 6만 개가 팔렸고 누적 수입은 20억 원에 달했다. 스튜디오에피소드가 참여한 또 다른 제품 '넛세린 시카밤' 역시 맥락 제공 마케팅으로 성공했다. 스튜디오에피소드 소속 크리에이터인 모델 한혜진씨가 유튜브에서 사용하고 그 영상을 바탕으로 각종 포털, 블로그, SNS에 마케팅 메시지가 담긴 '씨앗'(seeding) 콘텐츠를 뿌리는 것이다.
정운섭 이사는 “그 다음 MBC '나혼자산다'에 PPL(간접광고)로 상품을 노출시켰다. 박나래씨가 피부를 진정시킬 때 쓰는 걸 보고 검색해보면 저희가 뿌려 놓은 씨앗 콘텐츠가 '인기 있는 제품' 인식을 주는 것”이라며 “유튜브에서 검색해도 한혜진씨가 쓰는 영상이 나온다. 이런 가설들이 실제로 잘 먹혔고 여름 대세템으로 등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 이사는 “셀럽에 의존한다고 비판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콘텐츠로만 생존이 가능하다 하는 회사는 찾지 못했다. 생존 방정식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영원히 셀럽에 의존할 순 없다. 출연료, 몸값이 연일 올라가기 때문에 셀럽과 함께 플랫폼에 머무는 동안 캐시카우를 얼마나 만들어낼 것인가의 문제”라고 말했다.
MBC 유튜브 콘텐츠, 다시 TV로 선순환
MBC의 유튜브와 SNS 콘텐츠를 담당하는 손재일 MBC 커머스제작팀장은 버티컬 브랜드 '14F'(일사에프)를 중점으로 뉴미디어 전략을 소개했다. 손재일 팀장은 유튜브, SNS에 주목하는 이유로 “광고시장이 유튜브로 옮겨가고 있다. 이미 2017년부터 디지털콘텐츠 시장이 방송 시장을 넘어섰다”며 “지금은 두 배 가까이 동영상 플랫폼을 포함한 디지털콘텐츠 광고가 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14F'는 2018년 뉴스 콘텐츠로 시작했지만 이후 특정 주제를 설명하는 '익스플레인'(설명) 콘텐츠와 커뮤니티발 이슈를 다루는 예능 등으로 확장했다. 손재일 팀장은 “유튜브에서 브랜디드 콘텐츠를 담아내야 했는데 뉴스 형식은 부적합했다”며 “(협찬)브랜드의 스토리를 어떻게 하면 가장 재미있고 쉽게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 8분 정도의 '미드폼' 형식의 '익스플레인' 콘텐츠를 떠올렸고 이 전략이 유효했다”고 말했다.
손 팀장은 “지금은 예능 형식으로 제작하면서 (협찬 브랜드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방식을 주로 하고 있다. 김대호 아나운서의 특성을 살린 '4춘기'가 대표적인 예”라며 “IT, 금융 섹션의 '돈슐랭'이나 음원과 관련된 '팝파라치' 등 각 브랜드가 자기 주제에 맞게 올라탈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 전략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유튜브 콘텐츠를 TV에도 편성하는 등 여러 플랫폼을 통해 유통하고 있다. 김대호 아나운서가 출연한 '4춘기'는 MBC 에브리원, '청소광 브라이언'은 MBC에 정규 편성됐다. 손 팀장은 “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가 TV에 정규편성된 첫 사례라고 알고 있다”며 “처음 유튜브에서 시작할 때만큼은 아니지만 꾸준히 2049 시청률 20위 안에 들어가는 것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팀장은 “매출 사이즈도 중요하지만 순이익이 중요하다. 순이익을 키우기 위해 '14F'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유튜브 채널을 5개 이상 운영하는 것”이라며 “광고 단가를 올리는 효과가 있다. 뉴스레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을 멀티로 만들면 여러 구독자가 콘텐츠를 함께 볼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시사IN 김은지 기자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 구분이 중요”
지난 1월부터 시사IN 유튜브에서 시사 라디오 형식의 프로그램 '김은지의 뉴스IN'을 진행·기획하고 있는 김은지 기자는 이번 총선을 계기로 유튜브를 본격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는 “총선을 앞두고 텍스트 매체들이 어느 정도 반등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추세적으로 반등하기 어렵다는 수치가 대부분 언론사에서 나왔다. 이제 텍스트 매체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가 저희 가장 큰 문제의식이었다”고 말했다.
유튜브를 진행하고 있지만 김 기자는 자신을 '레거시적 태도'를 가진 사람으로 설명했다. 김 기자는 “사실 레거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좋은 콘텐츠는 결국 언젠가 전달된다는 다소 낭만적 관점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며 “지금은 저희만 좋은 건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동시에 시사IN을 보는 구독자의 신뢰를 깎지 않아야 한다.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이걸 잘 구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은지의 뉴스IN' 시작 이후 시사IN 유튜브 구독자 수는 8개월 동안 5배 가까이 뛰었다. 유튜브 커뮤니티에 유통되는 기사 '좋아요' 수도 수백 개 수준에서 지금은 1만 개가 넘는다. 김은지 기자는 “목표했던 물적 토대는 어느 정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좋은 콘텐츠의 확산은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다. 유튜브에 정우성씨가 출연한 적이 있는데 조회수가 잘 안 나왔다. 국민의힘 패널이 나오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주제와 구독자층과 관련해 이견을 위한 근육을 어디까지 키울 수 있을지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수익은 일정 정도 향상됐을까. 김은지 기자는 “작년과 뚜렷한 수익 차이가 난다. 첫 달만 공개하면 2023년 12월과 2024년 1월은 유튜브 수익이 100배 가까이 뛰었다”며 “개별 영상의 조회수가 잘 나와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회사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순 없겠지만 내부적으로는 고무될 정도의 결과”라고 말했다.
출판사 운영 유튜브 채널이 구독자 '100만' 달성한 비결
지난 6월 구독자 100만 명을 달성한 지식정보 유튜브 채널 '교양만두'는 출판사 다산북스에서 운영하는 버티컬 브랜드다. 출판사가 유튜브에 뛰어들게 된 계기 역시 도서 마케팅 등 콘텐츠 확산력이 최근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수인 PD는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확산시키고픈 욕심이 있었다”며 “2020년 처음 시작할 땐 당연히 반응이 없었는데 '조선시대 공주랑 결혼하면 생기는 일' 등 역사 콘텐츠가 알고리즘을 타면서 채널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체기는 숏폼을 통해 극복했다. 이수인 PD는 “유튜브가 숏폼 콘텐츠를 밀어주던 시기였다. 시기를 잘 타서 숏폼을 열심히 만들어 성장했다”며 “출판사에서 얻는 게 뭐냐고 생각하실 수 있다. 그런데 출판업계는 큰 비용을 들여서 마케팅하기 어렵다. 출판사들 모두 자체 채널을 갖고 자사 도서를 재밌게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책의 특장점을 소개하는 숏폼들이 현재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도서 판매량과 유튜브 조회수의 상관관계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이수인 PD는 “도서 종류에 따라 다르다. 실용적 도서 같은 경우 조회수가 바로 (판매량에) 반영되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사실 더 많다”며 “다만 독서인구가 계속 줄어가는 상황에 도서를 접할 수 있는 창구가 부족하지 않나. '유튜브에서 봤어'라는 기억 하나가 책을 하나 집어 들게 하는 요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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