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을 은밀한 밀주방으로 초대하는 창작가무극 ‘금란방’ 外 【문예소식】

이강은 2024. 9. 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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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단이 2018년 첫선을 보인 창작가무극 ‘금란방’이 2022년에 이어 세 번째 시즌으로 서울 중구 극립극장 하늘극장 무대에 올랐다. ‘금란방’은 강력한 금주령이 시행된 18세기 조선 영조 시대, 밀주방인 금란방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유쾌한 소동극이다. 금란방은 발효차로 위장한 밀주를 팔며, 조선 최고의 전기수(이야기를 전문적으로 들려주는 사람) ‘이자상’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여인들이 가득 모인 비밀스러운 공간이다. 이자상 역은 김건혜·하은서와 서울예술단 신예 박재은이 번갈아 맡는다. 왕실의 서간 관리자로 왕명에 따라 유명한 전기수에게 책 읽는 기술을 배우고자 이자상을 찾아가는 ‘김윤신’ 역에는 최인형·김백현·이한수가 출연한다. 이자상의 골수팬이자 자신의 사랑을 스스로 쟁취하고 싶어하는 김윤신의 말괄량이 외동딸 ‘매화’ 역은 송문선과 서연정이 연기한다. 고지식한 밀주단속반 팀장으로 금란방에 잠입했다가 소동에 휘말리는 ‘윤구연’ 역은 김용한·이기완이, 매화 몸종 ‘영이’ 역은 이혜수가 각각 맡았다.

이 작품은 배우와 관객의 경계를 지운 참여형 공연으로 제작됐다. 관객은 극 중 매화의 장옷을 둘러메거나 머리 위로 쓰는 등 자유로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고, 단순한 감상을 넘어 무대 위 배우처럼 밀주방 손님이 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공연은 9월28일까지.

●…공연예술창작산실의 화제 연극 ‘미궁의 설계자’와 ‘화전’이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에서 공개됐다. 두 작품은 각각 2022년과 2023년 창작산실의 연극 부문 선정작으로 무대에 올라 탄탄한 작품성으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창작산실은 연극과 창작뮤지컬, 무용, 음악, 창작오페라, 전통예술 등 기초 공연예술 분야의 우수 신작 발굴을 위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사업이다.

‘미궁의 설계자’는 연극집단 반에서 김민정 극작, 안경모 연출로 선보이며, 김수근이 남영동 대공분실에 사용된 검은 벽돌을 직접 골랐다는 한 줄의 기록을 가공해, 남영동 대공분실이라는 하나의 공간에 엮인 각기 다른 시대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월간 한국연극이 선정한 ‘2023 공연 베스트 7’에 선정되고, 제45회 서울연극제에서 우수상과 연출상을 수상하며, 일본 도쿄 무대에도 초청받았다. 

‘화전’은 창작공동체 아르케의 김승철 연출가가 각본과 연출로 참여해 ‘정선아라리’의 탄생에 얽힌 한 줄의 역사적 기록을 동기로 해 창작된 작품이다. 조선 초 토착 화전민과 고려의 유신이 공존하며 겪는 갈등과 화해를 구슬픈 가락으로 펼쳐냈다. 갈등과 분열의 시대를 극복할 연민과 연대의 메시지를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상별 가격은 9900원이고, 결제 후 7일 이내 재생해야 하며, 최초 재생 후 3일 동안 관람할 수 있다. 국립극단 누리집에서 무료 회원 가입을 하면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익숙한 클래식 레퍼토리에 국악을 뿌리로 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널리 알려진 국악 작품 중 하나인 ‘수제천’을 작곡가 최우정이 재해석한 ‘수제천(壽齊天) resounds’다. 9월 13일 세종예술의전당과 11월 30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초연한다.

1500년 전 백제시대의 ‘정읍사’를 원곡으로 한 수제천 ‘생명을 가지런히 하여, 하늘 앞에 고한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 정신을 잇고자 한 최우정의 ‘수제천 resounds’는 두 개 악장으로 구성됐다. 첫 악장 ‘오래된 음악들의 메아리’는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자연에 대한 회상이며, 두 번째 악장 ‘먼 훗날로부터 오는 메아리’는 오늘날 사라져가는 자연을 상징한다. 최우정 작곡가는 “환경이 파괴되고 생명이 위협받는 지금, 이 음악은 단지 전통 음악으로서의 가치를 넘어 우리에게 도달한 강력한 메시지”라며 “서양에서는 자연을 대상으로 보지만, 오늘 우리에게는 자연을 함께해야 하는 존재로 보는 수제천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독일의 세계적 지휘자 외르크 비트만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는다. 서울 예술의전당(SAC)은 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기획공연인 ‘SAC 월드스타시리즈’의 일환으로 ‘외르크 비트만 & 서울시립교향악단’을 공연한다. 작곡가와 클라리네티스트로도 활동 중인 비트만이 국내서 처음으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무대다. 비트만은 2018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세종솔로이스츠의 힉엣눙크 서울 갈라콘서트’에서 클라리넷 연주자로 참여한 바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 상주 작곡가와 베를린 바렌보임 사이드 아카데미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비트만은2003년 ‘클래식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을 받은 바 있다. 이번 공연에는 여동생인 바이올리니스트 카롤린 비트만이 협연자로 함께한다. 두 사람은 서울시향과 비트만의 ‘바이올린 솔로를 위한 에튀드 1·2번’과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C장조’를 들려준다. ‘바이올린 솔로를 위한 에튀드’는 비트만이 여동생을 위해 직접 작곡한 작품이다. 베토벤의 유머와 에너지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한 비트만 대표곡 ‘콘 브리오’도 한국에서 처음 연주된다.

●…대한무용협회와 천안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고,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2024 신진무용예술가육성프로젝트–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가 22일 천안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다. 

2024 신진무용예술가육성프로젝트-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는 국제 경연대회로 국내외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20개국 204명이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아울러 국제 오디션과 워크숍을 진행하며 우수한 현대 무용수들을 발굴해 무용활동 영역을 넓혀주고 해외 진출 기회도 제공한다.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는 프리주니어(만 12∼14세 남녀구분 없음), 주니어(15∼18세 남/여), 시니어(19∼34세 남/여)로 경연 기간 중 준결선과 결선이 진행된다. 

대상 수상자가 병역 의무 대상인 남성 참가자일 경우 문화체육관광부 추천하고 병무청이 인정한 예술 요원으로 지정돼 복무하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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