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오락가락' 발언에 김병환 등판…'정책 실기'는 부인

김덕현 기자 2024. 9. 6. 15: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가계부채 관련 브리핑하는 김병환 금융위원장

은행 대출 정책과 관련해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이 내놓은 오락가락한 발언들이 부동산 시장에 리스크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긴급 브리핑을 열고 뒤늦게 수습에 나섰습니다.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와 관련해 '은행권 자율 관리' 방침을 강조했는데, 이 원장의 '관치 발언'이 도를 넘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금융위가 제동 걸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 위원장의 브리핑 내용이 이 원장의 최근 발언들과 충돌되는 양상도 보여 양 기관 사이 '엇박자' 우려도 이어질 걸로 보입니다.

금융위원회는 당국의 갈팡질팡한 규제가 대출 시장의 혼란을 키운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명확히 표명할 필요가 있다며 긴급 브리핑을 연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김병환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가계부채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정부의 기조는 확고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획일적인 기준을 정하면 국민 불편이 커질 수 있다며 고객을 가장 잘 아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대출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이 원장이 은행권의 주담대 금리 인상과 관련해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힌 것이나 대출 관리가 실수요는 제약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문한 것과는 다소 다른 톤입니다.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를 엄정하게 관리하겠다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는 (이 원장이 발언한) 시장 개입이고, 은행의 개별적 행위에 대해 관여하기보다는 자율적인 조치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느 부분이 강조되는지에 따라 메시지 충돌이나 혼선이 있어 보일 수 있지만 전체 흐름에서는 양 기관 인식 자체에 차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원장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로 시장 혼란이 커진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김 위원장이 수습을 위해 뒤늦게 등판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앞서 금융 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일제히 높이면서 대출 실수요자까지 과도하게 피해를 본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이 원장이 다시 실수요자 보호를 역설하는 등 혼란스러운 메시지가 이어져 왔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

이복현 원장은 지난달 25일 KBS에 출연해 "우리가 바란 건 (쉬운 금리 인상이 아닌) 포트폴리오 관리"라며 은행권에 압박 수위를 높인 이후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케이뱅크 등이 이달 들어 1주택자의 수도권 주택 추가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제한에 나섰습니다.

삼성생명도 지난 3일부터 기존 주택 보유자에 대한 수도권 주담대를 제한했습니다.

전세대출과 신용대출 한도, 대상도 줄줄이 축소됐습니다.

은행들이 각각 다른 대출 정책을 내놓으면서 오는 11월 입주를 시작하는 서울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단지와 관련해서도 은행에 따라 같은 조건의 대출 여부가 달라지는 등 실수요자 사이 불만이 커졌습니다.

이 원장은 그제(4일)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를 열고 "대출 실수요까지 제약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 달라"며 달래기에 나섰지만, 이 같은 발언이 오히려 현장 혼란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에 김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이 원장의 돌출 발언과 행보에 대한 제동을 거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앞으로 은행권에 지나친 '개입성 발언'을 자제하라는 취지의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정부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와 관련한 시장 혼선이 극심해지고 있지만, 정부는 '정책 실패'라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이복현 원장의 연이은 발언 이전에도 정부는 특례보금자리론이나 디딤돌대출 등 정책대출 증가세를 묵인하고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직전 돌연 두 달을 연기하는 등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줬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정부가 상황에 맞는 정책조합을 하는 과정이었다"며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그게 문제"라고 답했습니다.

부동산 시장 경착륙이 우려되던 지난해와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 가계대출 증가세 가운데 정책자금 비중이 높은 부분을 고려해 최근 정책 금리를 올린 점 등을 덧붙였습니다.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시기 연기와 관련해서도 "소상공인 채무 부담 완화 방침과 부동산 PF 시장 여건 등을 감안해 바람직한 정책 조합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며 정책 실기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은행권의 자율적인 관리 조치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가계부채와 관련한 책임을 은행권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질 걸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획일적인 기준을 정할 경우 개별적·구체적 사정을 고려하기 어려워 국민 불편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차주 사정을 가장 아는 은행들이 합리적인 방식으로 고객 불편을 잘 해소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 수장의 말 한마디에 대출 정책을 이리저리 수정해 온 은행권은 또 한 번 당혹스러운 입장이지만, 김 위원장은 은행에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과 관련한 질문에 "은행에 책임을 물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미 수도권 중심으로 불붙기 시작한 집값 상승세를 잡을 수 있을지도 관심입니다.

오락가락해 온 정부 정책에 이미 정책 신뢰성이 상당 부분 훼손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차주들의 '패닉 바잉'도 다시 시작되는 모양새입니다.

가계부채 급증세가 이어지면 추가 수단을 과감히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강화 등은 자칫 문재인 정부의 규제로 회귀하는 인상을 줄 수 있어 꺼내 들기 쉽지 않은 선택지입니다.

금융 당국은 DSR 적용 범위 확대, DSR 한도 하향 조정 등 추가 방안을 우선 검토할 걸로 보입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25조 3,642억 원으로, 7월 말(715조 7,383억 원)보다 9조 6,259억 원 불어났습니다.

5대 은행에서 확인할 수 있는 2016년 1월 이후 시계열 가운데 가장 큰 월간 증가 폭입니다.

(사진=연합뉴스)

김덕현 기자 dk@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