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총선서 1위한 좌파 외면하고 우파 총리 임명한 佛 마크롱

김효선 기자 2024. 9. 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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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조기 총선이 치러진 지 60일 만에 새 총리를 임명했다. 이원집정부제인 프랑스는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다수당 대표를 총리로 임명하는 전통을 깨고, 총선에서 1위를 한 좌파 대신 강경 우파로 평가받는 베테랑 정치인을 총리로 택했다.

프랑스 새 총리로 임명된 미셸 바르니에 전 장관. /EPA=연합뉴스

5일(현지 시각) 프랑스 대통령실(엘리제궁)은 “미셸 바르니에 전 장관에게 국가와 프랑스 국민을 위해 봉사할 통합 정부를 구성할 임무를 맡겼다”면서 “이번 임명은 전례 없는 협의 과정을 거쳤고, 차기 총리와 정부가 안정적이고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췄는지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혼합한 이원집정부제로, 대통령과 총리가 권한을 나눠 가진다. 총리는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총리 임명이 대통령 권한이긴 하나 내각 불신임권을 가진 의회 다수당이 반대하는 총리를 임명하기 어렵다. 그래서 통상 총리는 다수당 대표가 맡는다. 전통대로라면 총선에서 1위를 한 좌파 연합(신인민전선·NFP)의 대표가 총리로 임명돼야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강경 우파로 평가받는 베테랑 정치인 미셸 바르니에(73) 전 장관을 총리로 선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여러 고심 끝에 바르니에 전 장관을 총리로 임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7일 치러진 조기 총선 결선 투표에서 좌파 연합인 NFP가 전체 577석 중 182석을 차지하면서 1당 자리에 올랐지만,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극좌 정당에는 정부 운영을 맡기지 않겠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총선에서 168석을 얻은 마크롱의 범여권은 단독으로 정부 운영이 불가능했고, 다른 정당과 힘을 합쳐야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총리 인선이 늦어진다는 비난에도 올림픽 이후에 총리를 임명하겠다고 밝혔고, 지난달 23일부터 여러 정당 지도자와 연쇄 회동하며 총리로 적합한 인물을 물색했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전했다. 이 과정에서 불신임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은 모두 걸러졌고, 결국 바르니에 전 장관이 적격자로 뽑힌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파인 바르니에 총리가 마크롱 정부에서 지난 7년 동안 시행한 정책을 되돌리지 않을 것이란 믿음도 작용했다고 프랑스 언론들은 평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마크롱은 바르니에가 자신과 경쟁 관계에 있는 중도우파 정당 출신임에도 유럽연합에서 상당한 입지를 굳힌 그를 선택했다”라며 “마크롱 대통령은 바르니에가 총리직을 유지하게 하려면 극우 정당인 마린 르펜의 국민당(RN) 지원이 필요한 처지에 놓여 있다”라고 평가했다. 일간 르파리지앵은 “마크롱에겐 우파인 바르니에 총리가 자신이 지난 7년간 이뤄온 정책을 되돌리지 않을 것이란 믿음도 있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바르니에 총리가 2027년 대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점도 임명 배경에 꼽힌다.

바르니에 총리는 1958년 프랑스 제5공화국 수립 이래 최고령 총리다. 1973년 사부아 지방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바르니에 총리는 1978년 총선에서 사부아 지역구 의원으로 선출되며 당시 최연소 하원의원이 됐다. 이후 3선 하원의원을 지냈으며 1993년 미테랑 대통령 정부 시절 환경부 장관을 맡았다. 1995년 시라크 대통령 때는 유럽 문제 담당 장관을 지냈고, 2004년에는 외무 장관을 역임했다. 지난 2021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하기도 했는데 1차 투표에서 23%의 득표율로 낙선했다. 바르니에 총리는 정치적으로는 강경 우파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르니에 총리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도 두 차례 역임했는데, EU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논의할 때는 협상 대표로 활약했다.

총선에서 1위를 했지만, 총리직을 빼앗긴 셈이 된 좌파 연합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좌파 연합 측은 “선거에서 좌파 연합이 1위를 차지했음에도 유권자들이 보낸 메시지를 외면한 것”이라며 “의회에서 바르니에 정부의 불신임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뤼크 멜랑숑 LFI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선거가 도둑맞았다”면서 “총선 2차 투표에서 막아낸 극우 RN의 정치적 입장과 가까운 사람이 임명됐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마누엘 봉파르 의원도 “LFI 의원 72명이 바르니에 내각을 불신임할 것”이라고 했고, 올리비에 포르 사회당 대표는 “선거에서 4위를 한 정당(공화당)의 인물이 총리가 되다니,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 정점에 도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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