젬백스 “세계 최초 진행성핵상마비 증상 개선 치료제 개발 도전”

김유림 2024. 9. 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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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목적사용승인이 계기
환자의 움직임 ‘증상 개선’
이번 달 마지막 환자 투약
퍼스트인 클래스 입증 자신
젬백스 이석준 대표이사

“세계 최초로 진행성 핵상마비(PSP) 환자의 증상을 개선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겠습니다.”

이석준 젬백스 대표는 6일 인터뷰에서 “GV1001은 PSP 적응증의 치료목적사용승인에 참여한 환자가 효과를 보이면서 개발에 착수하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젬백스의 GV1001은 펩타이드 기반의 신약 후보물질이다. 치료목적사용승인은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질환을 가진 환자를 치료하는 경우, 대체 치료수단이 없는 환자를 치료하는 경우 등에 한해 임상 중인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는 제도이다.

PSP는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운동, 균형, 시력, 언어 및 인지 기능에 문제가 발생한다. 증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악화된다. 특히 PSP 후기 단계에서는 음식을 삼키기도 어려워 튜브로 영양을 공급받게 되며, 휠체어에 의존해 생활할 정도로 환자의 삶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평균 생존 기간은 증상이 시작되고 5~10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PSP는 어떠한 치료제도 없는 상황이다. PSP의 발병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여러 연구에 따르면 뇌에 타우 단백질의 비정상적인 축적, 산화스트레스에 의한 뇌 조직 손상, 유전, 신경의 염증 등을 관련 요인으로 추정한다. 

앞서 2019년 GV1001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PSP의 치료목적사용승인을 받았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약 6개월~1년 동안 PSP 환자들을 대상으로 GV1001의 투약을 진행했다. 그 결과 PSP 환자의 움직임이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대표는 “신경질환이 무서운 점은 신경세포가 한 번 죽으면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GV1001을 투약한 PSP 환자의 마비 증상이 좋아지는 것을 확인하면서, 치료제로서 가능성에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GV1001이 PSP에서 효능을 보이는 기전은 생식샘자극호르몬분비호르몬(GnRH)의 수용체인 GnRHR에 작용을 통해서다. GV1001를 통해 GnRHR이 활성화되면서 성상세포(astrocyte)와 미세아교세포(microglia)의 신호체계를 조절하게 된다. 성상세포는 뇌의 항상성을 유지한다. 성상세포의 균형이 망가지면 뇌혈관장벽(BBB)의 견고함도 함께 무너진다. 미세아교세포는 타우와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이 대표는 “PSP, 알츠하이머병 등 뇌의 신경세포가 퇴행하는 질환은 단순히 타우와 아밀로이드 베타 덩어리들이 쌓여서 생기는 게 아니라 염증까지 동반해야 한다”며 “타우와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고, 염증 활동까지 멈추게 해야만 치료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GV1001의 기전은 GnRH 외에도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는 “GV1001의 신경세포와 면역세포들 간의 상호작용 조절에 대한 기전은 꾸준히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며 “조절 요인이 되는 타깃 도출에 대해서는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젬백스는 PSP 환자 78명을 대상으로 국내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위약군, GV1001 0.56㎎, GV1001 1.12㎎으로 24주 동안 피하로 투약한다. 첫 4주는 주 1회, 나머지 20주는 2주 1회 투약한다. 유효성 평가는 마지막 투약을 마치고 2주 후 진행한다. 1차지표는 베이스라인 대비 진행성핵상마비 등급 척도(PSP-RS)이다. PSP-RS는 보행, 균형, 말하기, 삼키기, 눈 움직임 등을 측정한다. 환자의 장애 수준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 임상시험은 약물이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대표는 “이번 달 PSP 임상 2상의 마지막 환자 투여를 완료한다”며 “연내 또는 내년 초 탑라인의 공개를 통해 퍼스트인 클래스(계열내 최초)의 가능성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장조사기관 델브인사이트에 따르면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독일, 영국, 일본 등 주요 7개국의 2022년 PSP 환자수는 약 8만1000건, PSP와 관련된 시장 규모는 83억 달러(11조원)다. 2032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은 23.7%에 이를 전망이다. 

젬백스는 GV1001의 기술수출과 직접 판매 모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PSP 적응증으로 약가는 1년에 약 10만~20만 달러를 예상한다. 이 대표는 “임상 2상에서 효능을 보이면 아예 치료제조차 없기 때문에 마케팅 없이도 직접 판매에 자신이 있다”며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하기 위해 빅파마와 협력도 염두하고 있다”고 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4년 9월 6일 09시25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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