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레노이드 이어 제어기 '도전장'…"미국 다나 뛰어넘을 것" [민지혜의 알토란 中企]
국내 중견기업 신라공업의 최병선 대표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상 선정
IMF 때 해외로 눈 돌린 게 '신의 한수'
내연차·하이브리드·전기차·수소차용 모두 제조
솔레노이드, 액추에이터 이어 제어기로 확장
사륜구동 자동차 차동기어에 들어가는 솔레노이드 부품은 차종마다 각기 다른 사양이 적용된다. 내연차는 한 방향으로만 작동하는 솔레노이드가, 전기차엔 양방향으로 작동하는 제품이, 지프의 랭글러 같은 차종엔 자석 없는 센서가 장착된 부품이 들어간다. 내연차와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차 각기 요구하는 솔레노이드 조건이 다른데 이를 모두 자체 제조하는 곳은 신라공업이 유일하다. 44년 간의 업력과 제조 노하우, 자체 기술연구소가 보유한 특허기술 등이 맞춤 부품 제조를 가능케 한 것이다.
○ IMF 위기를 기회로
지난 6일 경북 경산 본사에서 만난 최병선 신라공업 대표는 "어릴 때 놀이터가 공장이었고 집도 공장 안에 있었다"며 "대학 졸업 후 회사에 입사한 1992년엔 연매출 20억원 정도 내던 작은 회사였다"고 말했다. 창업주인 부친의 권유도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가업을 잇게 된 최 대표는 한국무역협회, KOTRA 등 정부지원을 받아 해외 박람회에 참여했다. 직접 바이어를 만나는 등 발로 뛰었다. 최 대표는 "당시 자동차 에어컨 컴프레셔에 적용하던 기술을 기반으로 사륜구동 솔레노이드를 만들고 있었는데 해외 기업들이 우리 기술을 알아보기 시작했다"며 "샘플 테스트 결과 독일보다 더 기술이 뛰어나고 불량률이 낮아 보그워너 같은 대기업과 거래를 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최 대표 합류 이후 신라공업은 해외로 눈을 돌렸고 지난해 1247억 연매출의 79%를 해외서 거둬들였다. 그 공로로 산업통상자원부,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제신문사로부터 올해 3분기 '한국을 빛낸 무역인상'을 받았다. 최 대표는 "태엽 감는 장난감을 만들던 신라공업은 태엽, 프레스, 사출 기술을 기반으로 에어컨 컴프레셔, 솔레노이드에 이어 자력으로 구동하게 만들어주는 차량용 액추에이터로 제품군을 확장했다"며 "GKN, 다나(DANA), 리나마르(Linamar) 등 글로벌 기업과 거래를 시작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사양의 맞춤 부품까지 제조하게 됐다"고 말했다.
해외진출 계기는 1997년 IMF 금융위기였다. 당시 신라공업은 대우기전(현 이래AMS)과 함께 대우자동차의 부품을 국산화하는 작업을 진행했고 적시생산방식(JIT) 공급 시범업체로 지정되는 등 성장하고 있었다. IMF 사태로 국내 사업이 어려워지자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이다. 수출을 제일 많이 하는 곳은 미국(42%)이고 태국(25%), 중국(15%), 헝가리(9%) 등 10여개국에 달한다. 특히 북미지역 사륜구동 SUV, 픽업트럭 시장의 90%는 신라공업의 솔레노이드가 점유하고 있다.
최 대표는 "이후 전기차에서 기아를 변속해주는 액추에이터 모듈, 모터용 스테이터 등으로 제품군을 늘렸고 지금은 전기차 제어기용 변속기 부품을 글로벌 제조사 다나와 공동 개발중"이라고 강조했다. 이 제품은 내년 중 양산 예정이다.
○ 트렌드 주도하는 1차 벤더 목표
이 회사의 차세대 주력상품은 친환경 자동차용 고속 모터 스테이터, 양방향 솔레노이드, 전기차 제어기용 변속기 등이다. 최 대표는 "고속 회전이 가능하고 사이즈는 작은 모터의 회전자를 국책과제로 개발했는데 한 단계 더 나아가 재활용 희토자석, 탄소섬유 강화소재를 적용한 제품을 올 초부터 만들고 있다"며 "제조공정도 3년 전부터 스마트팩토리로 개선중"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신라공업의 본사 공장 자동화 전환율은 40%다. 솔레노이드에 들어가는 코일을 이전에는 사람이 일일이 감았는데 지금은 기계가 감고 로봇팔이 이를 옮겨 플라스틱 몰딩까지 한다.
최 대표는 "우리는 완성차 기준으로 2차 벤더지만 글로벌 1차 벤더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차세대 부품을 선개발하기 때문에 트렌드를 잘 알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북미 자동차 업계 15위 회사인 다나를 뛰어넘는 1차 벤더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다나는 차축, 변속기 등을 만드는 회사로 연매출이 15조원에 달한다.
3세의 경영수업도 진행 중이다. 최 대표의 두 아들이 회사에서 대리로 근무하고 있다. 기업공개(IPO)는 회사가 더 성장하고 가업승계 절차도 마무리되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자동차 부품업계의 구글'처럼 직원 복지가 좋은 회사로 만들고 싶다"며 "45주년인 내년엔 매출 3000억원을, 2030년엔 50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경산=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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