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로 쓰기엔"…롯데 신인 새역사 썼는데, '리틀 이정후'는 왜 확장엔트리 4일 만에 2군 갔을까
[OSEN=조형래 기자] “스페셜로 쓰기엔 애매하다.”
202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지명된 ‘특급 재능’ 김민석(20). 김민석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면서 데뷔 시즌 1군에서 완주했다. 한 번도 2군에 내려가지 않고 1군에 머물면서 경험치를 쌓았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만한 성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희망을 보기에는 충분한 성적을 기록했다.
데뷔 시즌 129경기 출장해 타율 2할5푼5리(400타수 102안타) 3홈런 16도루 OPS .652의 성적을 남겼다. 특히 고졸 신인으로 데뷔 시즌에 100안타를 때려냈다. 이는 구단 고졸 신인 최초의 기록이기도 했다. 프로야구 역대로 봐도 고졸 신인 100안타는 희소하다. 1994년 LG 김재현(134개), 1995년 삼성 이승엽(104개), 1996년 현대 박진만(102개), 1999년 해태 정성훈(107개), 2017년 넥센 이정후(179개), 2018년 KT 강백호(153개), 2023년 한화 문현빈(114안타)에 이은 역대 8번째 대기록이었다.
박용택-박민우-이정후로 이어지는 ‘휘문고 천재타자’의 계보를 이어가는 듯 했던 김민석의 데뷔 시즌이었다. 괜히 ‘리틀 이정후’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다만, 내야에서 외야로 전향한 1년차라 수비에서 아직 영글지 못했고 타격 재능은 확인했지만 삼진이 많다는 약점도 확인했다. 2년차 시즌을 앞두고 김민석 역시 자신의 이러한 단점을 인지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김태형 감독이 선임된 이후 김민석은 확실한 주전이라고 볼 수 없었다. 그래도 원래 구상대로면 주전 좌익수로 시즌을 맞이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외야 전향 첫 해 비교적 타구 판단이 용이한 중견수 자리에서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송구 약점이 도드라지며 송구 부담이 적은 좌익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김태형 감독도 김민석의 훈련 자세를 높이 사면서 주전 좌익수로 기용할 구상을 마쳤다.
그런데 김민석은 스프링캠프를 완주하고 시범경기를 앞두고 부상을 당했다. 스프링캠프 기간 상태가 썩 좋지 않았던 옆구리가 말썽이었다. 내복사근 부상으로 개막전 출전이 불발됐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자리를 비우면 결국 누군가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채우게 되어 있다.
김민석의 올해를 돌아보면 이 시기가 가장 뼈아플 것이다. 황성빈과 윤동희의 확실한 스텝업으로 외야진 두 자리가 채워졌다. 나머지 한 자리는 외국인 선수 빅터 레이예스가 나서야 한다. 외야 주전 자리를 잃었다. 김민석은 4월 10일 1군 엔트리에 처음 등록됐지만 첫 8경기에서 타율 1할7푼9리(28타수 5안타) 1타점을 기록한 채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기존 선수들에 비해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1군과 2군을 오갔다. 6월 2일 사직 NC전 대타로 나서 역전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뽑아내는 등 하이라이트 필름도 만들었지만 그 뿐이었다. 올해 5차례 1군 등록이 됐는데 모두 1군 등록일수 30일을 넘기지 못했다.
그리고 9월 1일 확장엔트리 시행과 동시에 1군에 다시 등록되긴 했다. 그런데 1군 등록 4일 만인 지난 5일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3경기에 나섰지만 모두 대주자로 기용됐고 타석에는 한 번도 들어서지 못했다. 김민석을 대신할 선수로 김동혁이 등록됐다.
5강 진입을 두고 치열하게 사투를 벌이는 현 시점, 주전이 아닌 선수들은 확실한 특장점을 갖고 있어야 한다. 선수 가용 인원이 폭 넓어지기에 타격이면 타격, 주력이면 주력 등 확실한 강점이 있는 선수들이 스페셜리스트로 중용 받는다. 그런 면에서 김민석의 툴은 다른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없었다. 현재 김민석에 대한 김태형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평가다.
김태형 감독은 김민석을 2군으로 내려보내면서 “수비나 주루에서는 김동혁이 낫다”라며 “김민석은 선발로 쓰지 않으면, 스페셜로 쓰기에는 애매하다”라고 설명했다. 당장 활용 방안에서 김민석은 후순위라는 것.
수비와 주루는 장두성 김동혁 등 발 빠른 전문 외야수 출신들이 있기에 김민석이 우위를 점할 수 없다. 타격에서도 이정훈이라는 리그 최정상 대타 카드가 자리잡고 있다. 좌타 대타 자원으로 김민석이 밀릴 수밖에 없다. 팀의 상황들, 그리고 다른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애매해진 능력들이 김민석을 1군이 아닌 2군에 더 머물게끔 만들고 있다.
한 번 주전 자리에서 밀려버리니 되찾는 게 쉽지 않다. 당장 급박한 순위 싸움 양상 속에서 승부처에서 쉽사리 중용할 수 없는 김민석은 올 시즌 1군 복귀가 쉽지 않을 전망. 2024년 39경기 타율 2할1푼1리(76타수 16안타) 6타점 2도루 OPS .535의 성적으로 시련의 2년차를 마무리 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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