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포비아' 확산…정부, 배터리 인증제 조기 도입·사업자 책임 강화

허주열, 김정수 2024. 9. 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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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종합대책 발표
기업 책임 강화…화재 예방·대응 능력 제고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 합동브리핑실에서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허주열·김정수 기자] 지난달 초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하는 가운데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전기차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 대책이 6일 발표됐다.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을 정부가 사전에 인증하는 '배터리 인증제'가 다음 달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며, 배터리 주요 정보 공개도 의무화된다. 또한 화재 예방과 진화 능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정부는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을 확정하고 이를 발표했다.

◆배터리 인증제, BMS 개선·확대 등으로 '전기차 안전성' 확보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전기차 안전성 확보'를 위해 내년 2월에 국내외 제작사를 대상으로 시행할 예정이었던 전기차 배터리 인증제(전기차 제작 시 정부가 배터리 안전성을 사전에 인증하는 제도)를 올해 10월로 앞당겨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대국민 배터리 정보공개는 배터리 제조사와 제작기술 등 주요 정보까지 의무적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또한 전기차 정기검사 시 배터리 검사항목을 현행 고전압 절연 검사만 하는 것에서 셀 전압, 배터리 온도·충전·열화 상태, 누적 충·방전 등까지 체크하는 것으로 대폭 늘리고, 한국교통안전공단 검사소는 물론 민간검사소까지 전기차 배터리진단기 등 검사 인프라를 조속히 확충하는 한편 배터리 이력관리제는 내년 2월부터 차질 없이 시행할 방침이다.

아울러 전기차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기능을 개선하고, 운전자의 실사용을 늘려 화재 위험성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게 한다. 현대·기아 등 주요 제작사는 BMS 안전 기능이 없는 구형 전기차에는 무료 설치를 추진하고, 이미 안전 기능이 설치된 차량은 무상으로 성능을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운전자가 배터리 이상징후를 적시에 확인할 수 있도록 주요 제작사는 BMS 연결·알림 서비스 무상제공 기간을 연장(5년→10년 등)하고, 자동차 보험료 할인과 홍보 캠페인을 통해 사용자 확대를 도모할 방침이다.

지난달 초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전소된 벤츠 전기차가 지게차로 옮겨지는 모습. /뉴시스

◆전기차 제작·충전 사업자 책임 강화

사업자 책임도 강화한다. 전기차 제작사와 충전사업자의 책임보험 가입을 확대해 전기차 화재로 인한 소비자 피해보호를 강화한다. 이와 관련 내년부터는 제조물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자동차 제작사에 대해서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제외하고, 제조물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가로 추진한다.

아울러 충전사업자에 대해서는 화재 발생 시 실효적으로 피해를 구제할 수 있도록 무과실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를 추진한다. 이와 관련한 전기안전관리법 개정이 지난 6월 발의되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충전시설 안전성 확충과 관련해선 충전량을 제어해 BMS와 함께 이중 안전장치 역할을 수행하는 스마트 제어 충전기 보급을 확대(올해 2만기→내년 7만1000기)해 화재 예방을 강화한다. 또한 이미 설치된 완속충전기도 사용 연한, 주변 소방시설 등을 고려해 스마트 제어 충전기로 순차적으로 교체한다.

지하주차장 안전관리 강화와 관련해선 지하주차장 화재 발생 시 신속한 스프링클러 등의 작동이 확산 방지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다수의 전문가 의견 등을 고려해 관련 장비 개선·확충을 통해 안전 사각지대를 최대한 줄여나갈 계획이다.

◆지하주차장 화재 진화 장비 개선·확충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로 인한 여론 등을 고려해 기존 건물에 대해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전기차 주차구역·충전시설 확대(2%) 의무이행 시기는 지방자치단체 협조를 통해 1년간 유예한다.

화재 대응 능력 강화와 관련해선 내년까지 전국 모든 소방관서(240개)에 이동식 수조, 방사장치, 질식소화덮개 등 전기차 화재 진압장비를 확대 보급하고, 성능 개선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중장기적 대응 전략도 나왔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배터리 내부단락으로 인한 화재위험 등을 낮추기 위해 분리막 안정성 향상을 위한 첨가제 개발과 배터리팩 소화기술 개발 등을 추진하고, 전고체배터리 기술개발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 합동브리핑실에서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 밖에도 내년부터 BMS 센서 다변화, 알고리즘 정확도 향상, 화재 전 가스배출 감지 및 냉각기술 개발 등을 추진해 BMS의 화재 진단·제어 성능 고도화를 추진한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이번 대책은 전기차 화재의 사전예방부터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대응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며 "이번 대책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관련 법령 개정과 제도 개선 등을 조속히 추진하고 지자체·업계 등과도 긴밀하게 협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방 실장은 이어 "이번 대책 외에 추가로 검토가 필요한 사항은 소방청과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안전 TF에서 올해 말까지 계속 논의해서 개선 과제를 발굴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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