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물 켠 ‘K-컬처밸리’…CJ 전격 협약 해제 통보에 경기도 '난감'
김동연 지사 "원칙 대로 재추진" 발표, 부메랑 된 셈
공영개발 추진 논란 "경기도 정무라인 '기획력 부족'"
(시사저널=서상준 경기본부 기자)
CJ라이브시티가 5일 경기도에 'K-컬처밸리 복합개발사업' 협약 해제를 전격 통보하면서 사태 책임론을 놓고 양측이 악화일로를 맞게 됐다. CJ측은 정부의 중재안을 거부한 경기도에 책임을 물었고, 경기도는 'CJ가 사업추진 의지가 없었다'며 본격 공방을 예고했다.
CJ 측은 이날 K-컬처밸리 협약 해제 통보에 앞서 아레나 사업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을 냈다.
표면적으로 양측간 대치 국면은 경기도에서 먼저 띄웠다. 지난 6월28일 CJ 측에 K-컬처밸리 사업 해제를 통보하고, 7월1일 협약 해제를 발표하면서 고양시민으로부터 거센 항의와 CJ라이브시티에 빌미를 제공하는 등 후폭풍만 안겼다.
김동연 지사가 최근 "원칙에 입각해 재추진하겠다"고 한 발 물러서며 화해무드 모양새를 취했으나 공영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로부터 불신만 키웠다.
경기도는 CJ와 시비(是非)서도 승기를 잡지 못하고, 주민 여론만 급격히 악화시킨 모양새다.
반대 여론을 의식한 듯 경제자유구역 추가 지정, 공공개발 추진 등의 대안을 제시했지만 졸속 발표 논란과 함께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끊임없는 갈등 속 경기도 대변인까지 K-컬처밸리 공영개발 추진 의혹에 대해 "가짜 뉴스"라고 치부하면서 기폭제 역할을 했다.
업계에서는 민간기업을 제쳐놓고 공공개발 추진을 들고 나온 것을 놓고 김 지사 정무팀의 '기획력 부족'을 결정적인 이유로 짚었다.
한 관계자는 "CJ가 이 사업에 처음으로 아레나 도입을 기획했고, 세계 유수의 전문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 나온 결과물"이라며 "지금까지 공들여온 민간기업을 제쳐놓고 경험이 전혀 없는 경기도 공공기관을 내세운 점은 상식 밖 행동"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경제 전문가인 김 지사가 공공개발 추진을 지시할 리 없을테고 결국 김 지사를 보좌하는 정무팀의 기획력 부족이 빚은 참사로 볼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은 '의혹 규명' 행정사무조사를 추진하겠다며 가세했다. 지난 4일 도의회 국민의힘이 제출한 'K-컬처밸리 사업협약 부당 해제 의혹 행정사무조사 요구의 건' 의회 상정 여부를 놓고 파행까지 겹쳤다.
국민의힘은 사업협약 해제 과정의 귀책 사유, 부당한 손실 비용 발생 책임 문제, 향후 사업 추진 방식 등 크게 3가지 쟁점을 예고했다.
사방의 압박에 경기도는 사면초가 위기다. 지금으로선 '우군'인 더불어민주당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김동연 지사 참모진과 여러 차례 갈등을 빚어온 데다 '소통 부재'로 이마저 녹록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특히 지난 7월 도의회 후반기 의장이 선출됐지만 정무 라인에서 의례적인 축하 인사도 없었고, 도지사 비서실장, 보좌진 등은 도의회 운영위원회 업무 보고까지 출석하지 않은 등 '상처'가 깊히 패인 상태다. 국힘은 물론 민주당 도의원들 사이에서는 경기도 정무팀을 벼르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경기도가 공식 회견을 통해 CJ측의 협약해제 재고 요청이 있었음을 밝히고, 협약 해제 귀책사유가 CJ에 있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지만 부메랑되어 돌아온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지역 주민들의 입장은 원안 추진이다. 고양시민 유 아무개씨는 "경기도가 애초 이 사업을 추진하려는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며 "김동연 지사의 말 한마디에 2조원 사업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다른 핑계는 필요없고 기존대로 사업 추진만이 답"이라고 했다.
CJ라이브시티는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약 32만6400㎡(약 10만평) 부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K팝 아레나를 비롯해 스튜디오·테마파크·숙박시설·관광단지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CJ라이브시티가 총 사업비 2조원가량을 투자해 사업지 조성이 완료되면 10년간 약 30조원의 경제 파급 효과, 약 20만명의 고용 유발 효과 등으로 경기 남북부의 균형 발전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
사업 시행자인 CJ라이브시티는 2016년 8월 아레나 공연장 착공 후 한 차례 공사 중단, 2021년 11월 재공사에 돌입했으나 계약방식 변경 이유로 지난해 4월부터 공사를 멈췄다. 경기도는 CJ라이브시티의 사업추진 의지 부족을 들어 올해 7월 초 협약 해제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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